철학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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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빠질 수 있는 오류는 정말 많은데 이 오류를 베이컨의 4대 우상으로 바라보면 꽤나 흥미롭다.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이 갖는 편견을 4개로 정리했다.
- 종족의 우상 : 인간 관점으로 생각하는 오류
- 동굴의 우상 : 개인 특수성/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오류
- 시장의 우상 : 사회에서 소통하며 발생된 언어의 한계에 대한 오류
- 극장의 우상 : 권력가, 유명인, 지식인들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오류
베이컨은 특히 경험을 강조하는 철학자인데 그 이유는 실제 맥락에서 몸소 깨닫는 게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02
먼저 종족의 우상을 조직에 적용해 보자.
종족의 우상은 동굴의 우상 집단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개발자, 디자이너, PM 등 직군을 종족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IT기업, 바이오기업, 제조기업 등을 종족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다.
종족의 우상은 같은 종족의 의견에 더 납득하는 경향도 있는데 그만큼 같은 종족으로서의 동질감과 유사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집단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성장은 정반합의 과정으로 나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류를 줄이려면 있는 그대로 보고, 비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 관점에서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체계가 없다고 보는 게 아니라 애자일 하다고 보는 거다.
03
동굴의 우상은 개인 단위로 내려가는데 꼰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물론 숙련된 경험자의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을 과거의 경험으로만 바라보면 우물 안 개구리로 표현되는 동굴의 우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는 동굴의 우상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오류를 줄이려면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지금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 또한 베이컨이 강조하는 경험이다. 단지 옛날 경험이 아니라 지금의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연륜을 간과해선 안된다. 과거의 경험과 직관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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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우상은 조직에서 문화 부분에 많이 적용된다.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자율과 책임.
스타트업에서 흔히 내세우는 신뢰, 뛰어난 동료.
사람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고 실체가 없는 단어들이다.
오류를 줄이려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들은 참고만 해야 한다. 자율과 책임이라는 말이 아무리 핫하고 멋있어 보여도자율과 책임이라는 실제적인 정의를 말할 수 없다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이 또한 듣거나 보지 못한 것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라는 점에서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문화를 수립할 때는 멋진 표현보다 체험이 가장 중요하다. 언어의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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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우상은 외부 전문가나 기업에 대한 환상으로 나타난다.
일류 기업들의 방식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구글의 타운홀 미팅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조직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보유한 자원, 사회 환경, 법률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조직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타기업들의 표면적인 부분만 보고 수용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