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왕따 가해자들의 말로
솔직히 좀 쌤통이다
앞서 A회사에서의 텃세 경험을 쓰고 나서 바로 B회사의 경험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바로 글을 쓸 원동력이 안 생기다 보니 좀 미루게 됐다.
그럼에도 굳이 지금이라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나처럼 직장 내 괴롭힘, 텃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를 주기 위함이다. 부디 내 글을 읽은 피해자들이 종국엔 행복해지길.
A회사에서 텃세를 겨우 떨쳐내고,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B회사에 경력 이직을 했다.
이번에도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내가 이곳에 이직을 할 때부터 많이 경계받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부분이 나와 직급이나 나이대, 역할 등이 겹치다 보니 더더욱 신경 쓰였을 것이다.
게다가 난 이 회사에 오자마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처음부터 과하게 열심히 하면서 나댔는데 (뭔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윗사람들은 전부 예뻐하고 좋아했지만 기존 멤버들은 내가 못마땅하고 재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특히 바로 내 옆자리 동료가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첫날부터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시간이 갈수록 내가 뭘 물어봐도 바쁘다는 핑계로 알려주지 않거나 한숨을 쉬며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업무를 해야 하니 다른 사람에게 물어 업무를 하면, 그것 또한 불편해하면서 그 사람은 잘 모르니 차라리 자기한테 물어보라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업무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평소에 나에 대해 불만이 많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 직원이 나한테 필요 이상으로 꼽주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심지어 들으라는 듯 혼잣말로 쌍욕까지 했는데,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그건 정도가 좀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만약 나에 대한 악감정 없이 그런 거라면 그 사람은 기본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나는 어찌 됐든 A회사 때처럼 눈치를 봐가면서 굳이 그 사람과 친해지길 관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부터 나는 평소에 그 직원이 나를 싫어하는 것을 많이 느꼈고, 때문에 인수인계나 회사 적응 부분에서 많이 불리했는데 내 업무 실수로 그렇게까지 내게 화를 내니 너무 불편하고 억울했다.
그럼 실수를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할 수 있는데, 나 또한 그 직원이 실수한 것 때문에 곤란한 적이 있었지만 내 선에서 해결하고 굳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었다. 그런데 고작 회사 몇 개월 더 다닌 걸로 직급도 같은데 나한테 그렇게까지 화풀이하는 게 어이없었다.
사실 그래도 어린애도 아니고 “얘가 저 괴롭혀요” 하고 문제제기를 처음부터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마침 부장님이 상황 파악을 했는지 먼저 내게 면담을 요청했고 그 주제를 꺼내길래 어차피 얘기 나온 김에 불편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장님은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했고 나는 100%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임시방편은 될 수 있을 것 같아 동의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부장님께서 나와의 면담 후 즉시 자리를 바꾸라고 지시하시는 바람에, 그 직원은 당연히 내가 부장님께 본인 욕을 하면서 먼저 자리를 바꾸라고 요청했다고 생각했고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나를 죽일 듯한 눈으로 째려봤다.
결국 골프공만 하던 갈등이 볼링공처럼 불어나버린 거였다.
하지만 최대한 무시하고 내 할 일을 하면서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어차피 그 사람은 자리를 바꾸나 안 바꾸나 날 싫어할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차라리 자리 바꾸니까 괜한 걸로 옆에서 시비 거는 사람이 없어서 확실히 일이 더 잘되긴 했다.
그 사이에 그 직원은 기존 직원들과 매일같이 모이고 친목을 다지며 자기 세력을 넓혀갔다. 그 직원과 친하게 지내는 직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와 개인적인 대화를 아예 하지 않기 시작했다. 솔직히 인간인지라 신경 쓰였지만 그 부분까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모른척했다.
그러나 어느 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그 직원의 카톡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됐고 정확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내 욕을 하는 정황을 목격해 버렸다. 원래도 기존 직원들이랑 몰려다니면서 할 얘기가 내 욕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딱히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다만 직접 눈으로 보니까 기분이 많이 더럽고 멘털이 부서졌다.
처음엔 내가 미움받는다는 상황이 슬펐는데 생각할수록 화났다. 나는 맨 처음에 업무 실수 한 것 외에 이 회사에 어떤 피해도 준 적이 없는데 저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욕을 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 내가 참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변인들은 내 회사생활이 곤란해질 거라고 말렸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 혼자 고통받느니 그냥 나도 망하고 걔도 망하는 게 나았다. 그래서 모든 걸 윗선에 말씀드렸다.
하지만 내 눈을 내가 증거로 제출할 수 없고, 그동안 느꼈던 수많은 비언어적 표현 및 정황들까지 다 말씀드리기엔 너무 구차했다. 그래서 원래 느낀 고통보다 훨씬 축소된 부분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갈등을 좋아할 리 없는 윗선에서는 그냥 나보고 참고 넘어가라고 했다.
매우 찝찝한 상태로 해당 일은 마무리됐고 난 그냥 어떻게든 버텨보다가 정 안되면 내가 회사를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후, 생각지도 못한 일로 이 문제가 갑자기 해결이 돼버렸다.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딱 나를 싫어하던 그 무리가 모두 구조조정 대상자가 된 것이었다. 아마 부장님이 당시의 내 하소연을 듣고, 구조조정 대상자를 대표님과 협의할 때 그들을 얘기한 것이었다. 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회사 분위기만 흐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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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돼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밥이나 커피를 사주면서 풀어보는 게 어떻냐고 조언했지만, 난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노려보던 눈빛을 보고 난 적어도 내가 퇴사하거나 그들이 퇴사하지 않는 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머릿수 많은 그들보다는 내가 퇴사하는 쪽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지난 회사처럼 주동자들이 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이유는 경영난이지만 공교롭게도 나를 뒤에서 욕하던 딱 그들이 말이다.
물론 회사가 그만큼 어려워졌고 그만큼 내 책임도 많아진 것이라 좋은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실적을 못 내면 다음 대상자는 당연히 내가 될 것이라는 공포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이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속 시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 후 회사에 남아있는 몇 주 동안 나한테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일로 나한테 지겹게 투덜대고 제대로 해주지도 않고 가서 2차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후 그들과 전혀 교류할 일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체기가 가라앉았던 것 같다.
그들은 주말에도 따로 만나며 친목을 다지고 일부러 그 부분을 과시하며 드러냈고, 그 자리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비웃고 따돌렸었다. 그렇게 회사를 본인들 친목의 장으로 사용하던 그들이 결국은 퇴사도 같이 하는 운명 공동체가 된 모습을 보니 그거야말로 ‘진짜 우정’인 것 같아서 보기 좋다.
나도 이후 그 회사의 경영난이 더 심해지며 퇴사하긴 했으나 회사가 제 세상인 듯 활개치고 다니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쫓겨난 것은 아직도 조금 쌤통이었다. 앞으로도 그 쓸모없는 우정 평생 유지하며 본인의 자기 계발보단 남 탓만 주야장천 하며 도태되길 바라며, 혹시라도 본인들의 과오에 대해 일말의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다음 회사에선 그러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