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하면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를 단숨에 생각해낸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곳은 부라노 섬이고 필자는 오후에 도착하여 본섬만 방문하였다.) 그만큼 알록달록한 거리가 유명하고 가운데 운하를 끼고 타는 곤돌라가 유명하다. 곤돌라는 흔들린다는 의미로 고대의 배 모양을 본떠 만든 것이다. 물의 도시로 유명하고 나를 포함한 조원들도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이다. 실제로 와보니 역사는 깊을지 몰라도 마음에 깊이 남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원들과 얼마 남지 않은 하루에 의미부여를 하였다. 본섬은 숙소와 거리가 있어 호텔에서 버스로 이동을 한 다음 수상버스를 타야 했다. 물로 이루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때 수상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버스 티켓은 왕복 3유로 정도로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수상버스는 편도만 7.9유로이기 때문에 숙소로 돌아올 때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어렵게 도착한 산마르코 광장에는 온통 비둘기 천지였다. 유럽 다니면서 그렇게 다양한 비둘기는 처음 본다. 비둘기가 무서워서 광장 한복판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그래도 구경을 하기 위해서 질끈 눈을 감고 걸었다.
광장 옆으로는 두칼레 궁전과 산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처음에 성당을 가기 위해서 찾아 나섰으나 공사 중이라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829년 이집트에서 모셔온 예수의 12 제자 중 한 명인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세워진 성당으로 내부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 옆에 두칼레 궁전이 있는데 건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성당과 딱 붙어있다. 9세기 베네치아 통치자의 관저로 세워졌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틴토레토의 천국 작품이 유명한데 베네치아에 도착한 시간이 6시였기에 외관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광장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베네치아는 유리공예품, 레이스 공예품, 가면이 유명한 만큼 가게에 들어서면 해당 물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유리 공예품은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아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조원 언니는 사탕모양의 유리 장식을 구매하였다. 필자는 베네치아 가면이 가장 탐이 났지만 쓸 일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구매를 하지 않았다. 대부분 유리 공예품을 가장 많이 샀는데 그만큼 종류가 다양하고 장식품으로도 손색이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것 같다.
쇼핑을 마치고 젤라토를 먹기 위해 다시 광장으로 나왔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가격을 쭉 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와서 우리에게 얼음을 건네주었다. 더우니깐 얼음으로 열기를 식히라는 의미였다. 우리는 그들의 친절 아니 그들의 마케팅에 넘어가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가 구매하려는 의사표시를 하자 인원수에 맞춰 얼음을 또 주었다. 그렇게 얼음과 함께 시원해진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필자는 초콜릿 맛을 가장 좋아하는데 두 가지 맛을 선택할 때는 코코넛 맛을 반드시 넣는다. 둘의 조합은 꿀맛을 보장하니 젤라토를 먹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에 런던과 파리에서 젤라토를 즐겨 먹었지만 젤라토의 고장 이태리는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맛을 보았다. 음... 똑같다. 유난히 더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메디치가에서 개최한 요리 경연대회에서 나온 음식이니 피렌체에서 다시 한번 기대를 해본다.
그렇게 저녁을 거르고 젤라토만 두 번 먹은 후에 탄식의 다리로 이동하였다. 베네치아는 다리가 많아서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사람이 유난히 많은 다리가 있다면 바로 거기가 탄식의 다리일 것이다. 궁전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으로 가던 죄수들이 한숨을 쉬는 곳이라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고 불린다. 이 다리를 건너 감옥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유명한데 옛날에는 슬프기만 했던 다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될지 누가 알아겠는가. 그래서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고 하는 것 같다. 본섬에서 볼 수 있는 유명 관광지를 다 둘러본 후 곤돌라를 타는 사람들과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필자도 곤돌라가 타고 싶었지만 6인승 배를 타는데 드는 비용은 100유로이다. 사람들이 많이 탈수록 부담하는 금액도 적지만 적은 금액도 지금은 부담이 되었다. 수중에 돈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아끼고 아껴서 다른 일정을 소화하려면 일시적인 욕구를 붙잡고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우리 조를 포함한 다른 조 친구 4명과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길이 워낙 복잡하고 꼬여있어서 곤돌라를 탄 것처럼 거리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예쁜 거리를 볼 수 있었고 사진 Spot 도 찾을 수 있었다. 하나 아쉬운 것은 해가 지고 나서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거리만을 본다는 것이다.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에 곤돌라를 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베네치아에서는 낮에 타는 것을 추천한다. 걸어가서 망정이지 지금 시간에 곤돌라를 탔으면 돈이 무척이나 아까웠을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오늘도 숙소에 안전하게 돌아왔다. 기대를 하면 실망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행에 있어서도 사람에 있어서도 어떤 중요한 일에 있어서도 기대하는 마음보다는 내려놓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현명한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