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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Oct 14. 2019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법

26 DAYS

소중함을 알아차리는 법


우리가 가는 호텔 중에 가장 좋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호텔을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 피렌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로마에 도착했는데 룸은 기존 호텔과 비슷했고 규모가 조금 더 컸을 뿐이다. 그래도 이번 호텔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이 소식을 여행 출발하기 전에 들어서 조원 중 한 명은 수영복을 가지고 왔다. 필자는 수영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근처 카페에 가서 밀린 글을 쓰려고 했다. 그렇게 오늘은 우리 조 모두 호캉스를 하기로 했다. 수영복이 없는 이들은 레깅스와 기능성 티를 입고 수영복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몇 명은 카페에 가기로 했다. 5분 거리에 카페가 있어 찾아 나섰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오래 머무르기에는 힘들었다. 그래서 근처 마켓에 들러 간식거리와 저녁을 사서 호텔 로비로 왔다. 로비가 커서 2층에 올라가 자리 세팅을 하고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영장을 간 조원들은 간간히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내고 우리는 묵묵히 글을 썼다. 필자는 브런치에 올릴 글을 정리하고 있었고 다른 조원 언니는 밀린 일기를 쓰고 있었다. 어찌나 예쁘게 꾸미던지 몰래 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룸으로 들어왔다.


룸메이트도 다른 조원들과 같이 수영을 하고 술자리를 해서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각자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 것 같아 다행이었다. 수영을 하면서 놀아도 충분히 재미있었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이었기에 오늘 하루도 후회하지 않는다. 한 일은 없었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이태리 와서 코카콜라에 커피가 섞인 음료를 처음 맛봤다. 이태리 마켓에서는 가루 커피만 팔고 캔 커피를 팔지 않았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한참을 찾다 코카콜라 커피를 발견하고 바로 집어 구매를 하였다. 로비에 오자마자 마셨는데 정확하게 맛을 표현하자면 이러하다. 코카콜라에 커피 사탕을 넣은 맛이었다. 맛없다는 의미이다. 조원 언니도 맛없다고 했는데 우리 둘 다 그 커피를 다 마셨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렇게 한 모금씩 마셔가며 글을 하나씩 완성해갔다. 한 달 동안 외국에 나와 있으니 한국의 편리한 문화에 대해 감사해진다. 한식은 말할 것도 없고 밤늦게까지 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해있다건 정말로 편리한 것이다. 야식이라는 단어도 아마 우리나라에서만 쓰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마켓이 흔하게 있었던 도시는 런던만 유일했다. 다른 나라는 마켓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켓을 찾아도 거리가 있었고 운영하는 시간이 짧아서 배고파도 사 먹을 데가 없으니 굶주린 배를 잡고 조식 시간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호텔에서는 무료로 물을 제공해주지 않아 매번 구매를 하였고 물이 없는데 마켓까지 닫으면 정말 최악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물은 생명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던 것이 어느 순간 당연해지지 않는다면 소중하다는 감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유료 화장실 문화도 그렇고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느꼈던 당연함을 한국에 돌아가서는 소중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맛보지 않으면 소중함을 모른다. 미리 알아차리기에는 우리는 적응의 동물이라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도 나온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이 문구를 곱씹으면 이런 생각을 했다. 모든 상황에 최선을 다하여 임하면 이런 감정의 빈도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의 여행에, 지금의 관계에 그리고 지금의 순간에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지나서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날인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여행하려 한다.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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