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이 사납다

어긋난 오해는 풀 수 없습니다

by 와이 주

아침마다 수영을 하려고 집 근처 센터에 간다. 삶을 통틀어 가장 최장기간 유지하는 운동이다. 그 운동을 2주가량 쉬었다. 발목을 접질려 운동을 강제적으로 멈추었다. 그동안 애써 쌓아 온 체력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는 생각에 운동의 허무함이 밀려왔다.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근손실이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하루하루가 틀리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다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체력을 올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수영장 갈 채비를 전날 미리 해두었다. 늦지 않게 가야 샤워실에서 기다리지 않고 씻을 수 있기에 서둘렀다. 아이의 등원을 재촉하며 함께 집을 나섰다. 아뿔싸, 차 키를 두고 왔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차 키를 챙겨 부랴부랴 수영장에 갔다.


차 키 이슈로 인해, 늦어졌더니 수영장 샤워실에 여분의 샤워기가 없었다. 목욕 바구니를 들고 두리번거리다 같은 반 친구가 다 씻어간다며 바구니를 당겨 줬다. 그 친구 바구니 옆에 내 바구니를 올려놓았는데, 운이 좋게도 옆 자리에 씻던 이가 가는 것이 아닌가. 얼른 자리를 차지하고 바구니를 옮기는데 바로 뒤에 씻고 있던 어르신이 한 마디를 하는 것이다.

“거~~ 자리 잡아주면 안 되지.”라며 언짢은 어투로 나무라는 것이다.

어르신이 보신 찰나가 바구니를 두 개 들고 있던 친구가 자리를 잡아 준 것이라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곧바로 자리 잡지 않았으며, 내가 서 있었고, 자리가 비어 바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 말씀을 드렸다. 그럼에도 오해가 풀리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당신께서 보신 것만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겠다 싶어 씻는데 열중하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씻고 있었다. 그런데 또 한 마디를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울그락 불그락 화가 나신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하실 말씀을 그득 담은 표정으로 우리 두 사람을 째려보시며, 뭐라고 말씀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흡사 우리가 당신 욕을 하는 것으로 또 오해를 하신 모양이었다.

“어르신 왜? 그러시냐. “ 물었더니 뭐라 뭐라 말씀을 하시는데, 샤워장 안이 시끄러워 잘 들리지도 않았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우리 둘이서 당신 욕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이었고 “쫑알쫑알거리지 마라고!!!!!” 하셨다.

이 나이에 누군가로부터 [쫑알쫑알]이라는 어휘로 꾸중을 들을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말이라 어안이 벙벙했다. 일단 어르신께 오해시라고, 당신 얘기를 한 게 없으며, 다른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었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이미 내 말을 들을 생각도 없이 역정을 계속 내셨다.


샤워장은 사람들로 북적여 서로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북새통이었다. 차근차근 대화를 하며 오해를 풀어줄 여력과 타이밍이 허락지 않은 순간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샤워장이라 친한 사람이 자리를 잡아주는 일은 민감하다. 묵시적 룰임을 잘 알고 있고, 샤워장 싸움의 원인으로 비일비재한 일이기에 아무리 친해도 자리를 잡아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 어르신의 시선에서는 팩트를 목격한 것일 수 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또한, 그 일을 빌미로 가십거리 삼지도 않았다. 도대체 그 어르신이 들은 우리의 대화는 무엇이었다는 말인가? 망상이 아닐 수 없다. 오랜만에 출석한 수영장 근황 토크를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그 어르신도 나도, 친구도 작은 오해가 부풀려져 언짢은 상황에 놓였다. 한 번도 알몸으로 누군가와 언쟁이 생길 상황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 예상치 못했다. 몇 번을 오해시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이미 역정이 나신 어른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찰나에 그 어르신이 보신 상황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겠다고 이해해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신 욕을 하지도 않았는데 했다고 화를 내시고, 본인보다 어리다고 반말을 하시고, 적절치 못한 언행은 내내 기분을 상하게 하였다.


오랜만에 적응하는 수영장 물은 무겁게 느껴졌고, 숨은 가쁘고, 다리는 쥐가 나고, 레인에 발이 찍히고, 뭔가 일진이 사나운 게 분명한 하루다.


어떤 하루는 이미 어긋나기를 작정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의 어긋난 오해는 절대 풀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