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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커피의 하이엔드 정의하기

서비스 디자인 Brain Feed 3화

 

 지난번에는 서비스 디자인을 잘 이용하고 있는 큰 기업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비교적 작은 사업체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찾아보던 중 고르게 된 것이 바로 블루 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커피는 여전히 스타벅스 커피이지만 제3세대 커피 트렌드를 일으킨 커피는 바로 블루 보틀 커피라고 하지요. '블루 보틀 커피 = 힙한 커피'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것과 이 브랜드가 커피 과포화 시장에서 가격 허들이 있었음에도 가파르게 성장한 것은 역시나 경험 디자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블루 보틀 커피의 핵심은 신선한 하이엔드 커피 제공입니다. 블루 보틀 커피 홈페이지에 게재한 위트 있는 브랜드 소개는 블루 보틀의 제일 중요한 '선서(Vow)'를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엄선한 원두만 사용한다 
1일 지정량인 6 파운드만 제대로 로스팅한다 
로스팅 한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만 사용해 커피를 내린다  



 위 세 가지 확고한 신념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명료했고 동시에 이 신념을 들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쟁쟁한 커피들에 비해서 유달리 독특한 관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블루 보틀 커피가 처음 판매한 커피는 사실 하나의 총체적인 서비스였습니다. 커피 광인 콜쉬츠키(Kolshitsky)는 '고객이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방식'을 사업 구조로 생각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가 블루 보틀 커피 사업 초기에 취한 방식은 커피를 구입할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취향과 기호, 커피를 마시는 빈도 등을 확인한 후에 고객 맞춤 드립 커피를 집 앞에 배송하며 판매하는 형태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의 삶에 커피를 마시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일부 다루었다는 점입니다. 헤비 드링커의 경우 하루 5번씩 핸드 드립을 해서 마실 수 없고, 아침 시작을 의식과 같이 특정한 커피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커피를 마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즉, 고객이 경험하는 방식에 맞는 커피를 제공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블루 보틀 커피가 추구한 하이엔드 커피 서비스는 질은 기본으로 하고 개개인의 기호에 적확한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건 분명히 다른 커피숍들과는 차별화 지점이긴 하지만, 이 같은 판매 방식은 소규모 업체가 소규모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적합하고 덩치가 큰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요.  

  블루 보틀은 이들이 정의한 하이엔드 커피를 제공한다는 정신은 유지하면서도 점차 확장해가는 사업에 알맞은 방식에 맞추고자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해야 했습니다. 그 설계의 중심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중요한 정보로 콘텐츠를 만들기, 고객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커피를 제공하기, 그리고 커피의 경험의 즐거움을 알려주기입니다. 


1. 새로운 고객에 맞는 선명한 정보 전달  


 고객 중심의 하이엔드 커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잘 나타내 주는 사례는 블루 보틀 커피 웹사이트 리뉴얼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블루 보틀 커피가 2013년 웹페이지를 바꾸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제품의 설명 방식입니다. 대개 많은 기존 하이엔드 커피 브랜드들이 택하는 정보 전달 방식은 원산지를 강조한다든가, 원두의 등급을 표현하는 형태였습니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커피 문화도 꽤나 배타적이어서, 커피를 잘 아는 사람만 아는 바로 '그 언어' 표현을 잘 알고 있어야만 양질의 커피를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블루 보틀 커피의 웹 페이지는 다릅니다. 

출처 : http://bluebottle.coffee.com



 위 이미지를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겠지만 블루 보틀 커피 웹사이트에선 복잡한 원산지와 그에 따른 원두 차이에 대해 공부하지 않아도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수월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커피 맛에 대한 익숙한 표현, 원두에 적합한 브루잉 방식과 고객의 집에 있는 커피 머신에 맞춰서 구입할 수 있도록 어떤 기구를 사용해야 좋은 지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커피는 결국 고객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는 가정을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향에 대한 자세한 형용사와 궁합이 잘 맞는 커피 브루잉 방식만 적혀있다면, 고객들은 취향과 스스로의 커피 습관에 맞춤한 커피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죠. 마치 당신이 골치 아프게 공부하지 않더라도 블루 보틀은 최고의 커피 품질을 위해 스테이지 뒤에서 노력을 하고 있으니, 당신이 좋아하는 향과 방식의 커피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죠? 창립 초기처럼 일대일 테일러 메이드 커피를 모두에게 제공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고객 취향 중심으로 선택할 수 있는 커피를 판매하기 위한 사소하고도 세심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알려주고 싶은 정보보다는 고객이 알고 싶은 정보를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은 사실 정말 간단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원래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화자로서는 쉬운 일이니까요. 




2.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접점의 변화 



 이전에 마시던 커피와는 다른 새로운 커피라는 느낌을 주는 건 제공하는 제품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그 외에 커피 구매 서비스에서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커피라고도 불리는 블루 보틀 커피의 목표는 애초에 집 앞까지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판매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충분히 했습니다.

  대부분의 커피 비즈니스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법으로 최고의 입점지를 찾는데 열을 올리지요. 이는 특히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덩치 큰 기업에서 쉽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인프라와 투자금을 적극 활용해서 보다 쉽게 사람들 눈에 띄는 장소에서 물량 공세를 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소규모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건, 그보다 훨씬 저비용인 웹 기반 서비스입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커피 브랜드는 TONX(통스)인데요, 현존하는 블루 보틀 커피의 정기 구매 서비스를 구축한 것도 바로 TONX에 의해서입니다. TONX의 서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기획한 프로모션을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

출처 : (좌) http://dailycoffeenews.com (우) http://sprudge.com/


 TONX는 온라인으로 커피를 정기 구매하는 커피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제공 업체였는데, 2014년에 아예 스타벅스의 커피에 대항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프로모션의 내용은 스타벅스의 기프트 카드로 TONX의 고품질 커피 정기 구매 서비스를 결제하는 것이었어요. 적극적으로 스타벅스의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도 재미있지만, TONX는 집 앞까지 배송하는 신선한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면서 자사 커피 배송 서비스의 매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은 블루 보틀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TONX를 인수했고요. 매장의 수를 급격하게 늘리기보다는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고객이 원하는 주기에 맞춰 제공하는 커피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블루 보틀의 창립 목적에 꼭 알맞은 솔루션이었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모퉁이 하나만 돌면 보이는 스타벅스랑 달리 지점을 굉장히 신중히 내는 블루 보틀 커피가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길 원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지점이지요. 특히나 벤처 투자를 몇 번 해본 젊은 고객들에겐 이 정기 구매권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투자를 한다는 개념이 연상되어 더욱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온라인 서브스크립션을 통해 커피를 제공하는 건 매장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아 브랜드의 이윤을 높여주는 데에도 효과적이니 일석이조이지요. 

출처 : http://eviechapman89.blogspot.kr/2015/11/blue-bottle-coffee-dick-taylor.html








 3. 고객의 취향을 발굴하는 Difficult pleasure, 어려움의 기쁨

출처 : http://static.robbreport.com/


 끝으로 커피 경험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그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에 대한 블루 보틀의 접근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블루 보틀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상징적으로 고객들이 인식하는 것이 바로 쪼르르 놓여 있는 드립 커피 기구들입니다. 눈앞에서 떨어지는 드립 커피를 보고 있으면 '블루 보틀 커피가 강조하는 신선함이 정말 직접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똑똑 떨어지는 커피 방울이 잔에 담기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각적, 후각적인 만족감이 생깁니다. 카운터 너머로 브루스타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쉽게 좇을 수 있게 해 둔 것도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고객들이 지켜보길 원한 CEO의 의지에 의해서입니다. 하나하나의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레 커피의 맛에 대한 기대로 이어집니다. 엄선한 원두를 신선하게 제조해 가장 완벽한 타이밍으로 만들어져 내 눈 앞에 놓인 커피 한잔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연출 장치이죠.

  커피는 기호식품입니다. 전 기호식품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에너지원이 아니라 정말 그냥 그 자체의 향과 맛이 좋아 선택하는 식품이란 정의가 존재 목적이 순수하게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하는 것 같아 좋아요. 그리고 커피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커피 마시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에 블루 보틀에서는 매장에서 저런 연출물을 사용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 커피를 마시는 과정에 있어서도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커피를 내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교육을 3가지 루트로 서비스하고 있어요.  

출처 : http://bluebottle.coffee.com



 가장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는 웹사이트 내 LEARN이라는 페이지입니다. 상단 탭에 LEARN 페이지 버튼을 마련해 커피 기구별로 맛있게 커피를 마실수 있는 브루잉 방법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물론, 해외에서 블루 보틀 커피를 구입한 사람들도 매장에 비견할만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검색할 수 있게 해 두었어요.  


출처 : http://www.ellieswonder.com



 좀 더 커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지점에서 제공하는 무료 수업의 기회가 있습니다. 직접 블루 보틀만의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무료로 가르쳐 주고 수업 날짜도 촘촘하게 있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원하는 지점에 등록만 하면 전문 바리스타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무료로 교육을 해준다는 건, 커피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문화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 고객들은 그냥 커피를 사서 마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블루 보틀 커피와 함께 커피 문화를 함께 향유하는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도 높아지고, 브랜드 자체의 생명력도 길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4CaT-r8dozQ



 마지막으로 스킬 셰어라는 교육 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블루 보틀 바리스타 전문 과정 동영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블루 보틀 커피 문화의 대중화는 오프라인 서비스로 충분히 하고 있으니, 블루 보틀 커피라는 브랜드의 전문성은 유료 교육 영상으로 다지는 것이죠. 스킬 셰어라는 서비스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혹시 계실지 몰라 잠시 설명드리면 스킬 셰어는 5년 된 온라인 교육 영상 플랫폼 회사로 멤버십 소유자에게 다양한 분야의 진짜 필드 전문가들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블루 보틀 커피는 스킬 셰어에서 자사 바리스타 양성을 책임지는 바리스타 세계대회 수상자, 마이클 필립스의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1시간짜리 10강에 달하는 수업은 내용이 알차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실전 팁을 알려줍니다.  


출처 : https://images.britcdn.com



 미국 하이엔드 커피의 상징이 된 블루 보틀 커피 테이크 아웃 잔 뒤에는 커피 문화를 이끌기 위한 교육 서비스와 보다 많은 사람들을 커피 인구로 포괄하려는 적극적 마케팅, 그리고 디지털을 이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숨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커피의 '제3의 물결'을 일으킨 이 작은 비즈니스를 필두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현재 260억 달러 시장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작은 비즈니스에 기대하는 차별화된 고객 중심의 서비스야 말로 과열되어 가는 하이엔드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비스의 영역은 어느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배송, 포장법, 혹은 파리의 네스프레소 매장처럼 기술이 결합해 훨씬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 환경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으나, 이번 화는 제가 디지털 & CI팀으로 소속이 변경되어 온/오프라인이 함께 운영되어야 빛을 발하는 서비스 디자인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블루 보틀 커피의 성공을 다른 각도로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되셨길 바라며, 다음 화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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