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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마법 같은 행복

서비스 디자인 Brain Feed 2화

 


 2017년 브랜드 경험의 좋은 예시로 가장 먼저 소개할 기업은 사실 칼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정해 두었습니다. 바로 디즈니 사입니다. 80년대 생인 제가 90년대 생인 저희 팀 후배와 애니메이션 관련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그 후배도 제가 유치원 때 보던 인어 공주를 보고 자랐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클래식은 영원하다지만, 매해 새로운 공주 시리즈를 쏟아 낸 디즈니였기 때문에 말이죠. 중학 시절 가장 인기 있던 아이돌이 누군지에 따라 세대가 나뉘듯 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공주로도 세대를 구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궁금해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제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도 디즈니의 인어 공주가 아기들에게 part of that world를 불러 주고 있다더군요. 진짜 대단한 디즈니 아닌가요? 89년생인 아리엘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어 공주인 건, 바로 디즈니 사의 치밀한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즈니 사의 창업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핵심 가치는 마법 같은 경험으로 '행복 만들기'입니다. 세상에, 세계적인 기업의 핵심 가치의 키워드가 마법과 행복이라니. 삼성의 핵심 가치가 '성공의 DNA'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게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핵심 가치를 가지고 디즈니가 포츈 지에서 선정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기업"의 5위에 올랐다는 것과 그만큼 디즈니가 성공한 기업이란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으시죠?  


긍정적인 경험의 망을 더 촘촘히 하는 디즈니   

 디즈니 사의 가치는 수익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디즈니 사는 그들이 제작한 콘텐츠로 마법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수익은 경험 콘텐츠와 그 콘텐츠 부산물의 소비에 기인합니다. 소비자의 경험 만족도에 대한 검증이야 말로 디즈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즈니 사는 자사가 창조한 콘텐츠 체험의 망을 촘촘히 하며 디즈니라는 거대 기업의 브랜드를 구축했습니다. 디즈니 사는 – 와 + 전략, 두 가지로 사업 구석구석에서 경험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합니다.




1. –(minus) negative experience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세계 최초로 유성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낸 디즈니 사는 '마법'의 실현에 기술이 기여하는 바가 얼마나 큰 지를 잘 아는 기업입니다. 또한 판매하는 콘텐츠를 고객들이 경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마법 같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의! 기술을 활용해 디즈니 사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줄인 사례를 하나 찾아보았습니다.

  2013년 이후 디즈니 월드에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열광하는 My Magic+ 와 Magic band가 있습니다. 디즈니 월드라는 브랜드의 경험의 질을 높인 시스템이지요. 디즈니 월드는 한 해 평균 방문객 4,800만 명인 리조트 겸 놀이 공원입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슬로건 하에 운영하는 이 곳에 간다고 생각하면 여러분은 마냥 설레고 기쁘기만 하신가요? 저 같은 인파 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은 가잘 먼저 이런 생각이 떠오를 겁니다.



 "아, 인파 지옥 속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타는 건 5분 미만이지만 그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서는 줄은 기본적으로 두 시간이 넘습니다. 퍼레이드 한번 보려면 수많은 인파들 틈에 끼어서 몇 시간 전부터 자리싸움 신경전을 벌여야 합니다. 배가 고프다고 음식점에 가도 자리 찾기와 주문 대기 줄에 진이 빠지는 건 당연하죠. 인산인해의 디즈니 월드라니, 저에겐 악몽입니다. 이 정도 스트레스라면 그냥 안 가고 '역시 집에 있는 게 최고야'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머릿속에 '짧은 마법의 순간 < 스트레스도 자극도 없는 편안한 상태'의 부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많은 놀이 공원의 운영자들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편안한 상태'를 포기하고도 찾아오고 싶게끔, 더 강렬하고 매혹적인 놀이 기구나 체험 요소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디즈니는 좀 다른 접근을 했지요. 서비스와 서비스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에 직접 개입해 문제를 줄이는 방식으로요.

디즈니에서 개발한 매직 밴드의 기능은 위에 나열한 것처럼 총 4가지입니다  



 네, 한국인들은 저 팔찌의 생김새와 기능을 보면 흠칫 놀랄 수 있어요. 3번을 제외한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찜질방에 들어가면 차는 바로 그 팔찌와 너무나 비슷한 기능입니다. 물론 그 보다 디자인이 귀엽긴 하지만요. 이 밴드가 만약 저 위의 4개 기능만 제공하고 말았다면 적당히 비싼 기념품이 되어 디즈니 월드 고객 수가 느는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위 밴드에 마이 디즈니 익스피리언스+라는 앱이 연동하면서 디바이스의 쓸모가 훨씬 증가합니다.

   마이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앱을 이용하면 미리 디즈니 월드 방문 일정을 모두 정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 월드 내의 모든 서비스의 예약이 가능한 앱이거든요. 리조트의 방, 신데렐라와의 만남, 레스토랑의 예약, 놀이 기구 이용을  디즈니 월드에 도착하기도 전에 예약합니다. 매직 밴드에는 이 모든 기록이 담겨 누구든 밴드를 태깅만 하면 불필요한 스트레스 없이 스스로가 정한 일정에 맞춰 예약한 모든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사라진 놀이 공원에 초점을 맞춘 이 서비스는 서비스 자체로도 마법이라 볼 수 있죠.

  위 사례는 디즈니가 생각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를 보여 줍니다. – negative experience 전략을 통해 디즈니가 얻은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의 '마법 같은 경험'이 중간중간 불쾌한 경험으로 끊기는 불상사를 막았습니다. 두 번째는 매직 밴드의 유상 제공과 매직 밴드 디자인 다양화로 부가적 수익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 두 가지 간단한 기술력을 가지고 디즈니 월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꿈을 실현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만 보는 게 아니라 서비스와 서비스 사이의 빈 공간도 놓치지 않고 브랜드 경험 디자인 기획에 고려한 성공 사례입니다.


2. +(plus) Positve experience


무한한 콘텐츠 재생산으로 일궈 낸 팬덤

 

 두 번째 사례는 많은 분들께 더욱 익숙한 디즈니의 특장점인 긍정적 경험의 추가 생산입니다. 애니메이션 사업의 확대 시 일반적 접근법은 프로덕션에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의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디즈니는 하나의 성공적인 콘텐츠를 두고 고객들이 해당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늘리는 접근을 택했습니다. 콘텐츠의 애정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의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한 것입니다. 성공한 디즈니 콘텐츠 하나하나는 웬만한 브랜드 못지않은 폭넓은 연령대의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lLZ01vtOnC8


 위는 이번에 디즈니에 대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발견한 Disney Boxed라는 콘텐츠 영상입니다. 인터넷 구매가 많아지는 요즘이죠. 저희 아이오페 브랜드에서도 고객이 수령한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는 과정을 고려한 패키지 디자인을 한 바 있습니다. 얼리어답터들의 새 제품 개봉기에서 시작한 언박싱은 이제 브랜드에서 고려할 하나의 서비스입니다. 언박싱 트렌드는 마케팅 의도가 없는 순수한 고객이 제품 리뷰를 실감 나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언박싱만 하는 채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Boxed는 이 현상에 발맞추어 디즈니 사에서 팬 서비스 차원으로 개발한 것이지요.  


출처 : http://disneyinfinitycodes.com/

 언박싱이 고객이 박스를 푸는 과정이라면, Boxed는 제품이 박스 안에 들어가기까지 과정을 담은 영상입니다. 사실 영상에서와 같이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한 땀 한 땀 제작될 리 없는 제품들이라는 건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제품의 제작 공정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을 앞세워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주는 재미와 각 씬마다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배경을 담은 영상은 '박스 속 완제품'에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고객의 기호에 맞춰 기존에는 없던 터치포인트를 추가 생산하는 것은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잘 디자인한 터치포인트가 늘 직접적인 매출에 기여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콘텐츠 소비를 즐기는 디즈니 충성 고객의 애정도를 높이는 건 분명하지만요.

   마법 같은 경험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요? 디즈니 계열사의 VP Tom Boyles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면, 더 큰 행복함을 맛보기 위해 유사한 경험을 반복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사람들이 지루할 틈이 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경험 방식에 변주를 주며 지속적인 로열티와 소비를 이끌어 냅니다.  



 때마침 개봉한 미녀와 야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가 1991년 프랑스의 구전 동화를 각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리고 26년이 흐른 2017년 3월에 실사판으로 다시 개봉했습니다. 귀여운 그림과 예쁜 노래 덕분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을 1994년 최초 극장 디즈니 뮤지컬로 만들기도 했지요.

  디즈니 스튜디오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를 골라 2D의 이미지로 구현한 후에 이를 가지고 4D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듭니다. 영화 상영 후에는 같은 주인공의 후속의 이야기를 다루는 TV 시리즈를 만들어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하지요. 디즈니 랜드나 월드의 놀이 공원에서는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고객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연극적인 방식이나 놀이 기구로 바꿔 제공합니다. 그 외 관련 상품의 가짓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디즈니의 콘텐츠 재생산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 도표가 아래에 있습니다.

출처: www.zilliondesigns.com

즐거운 경험의 추가 생산을 통해 디즈니 사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대를 잇는 충성 고객입니다. 세대적 공감을 이끌어 낸 디즈니의 다각적 경험 설계와 시의 적절한 터치포인트 개발 시도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대단합니다.

   앞서 1화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브랜드 경험의 목적이 분명하려면 브랜드의 성격이 명확해야 합니다. 각 미디어와 터치포인트별로 브랜드 이념을 다루는 깊이의 차이야 있겠지만 일관된 목소리로 브랜드를 발신해야지만 사람들이 혼란을 갖지 않고 진득하게 그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만큼 철저하게 이 방식을 근간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사로이 넘기기 쉬운 작은 부분의 디테일에도 고객과의 공감 접점을 높이고자 하는 경험 디자인의 접근법이 빛을 발하는 디즈니 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끝으로 그 디테일이 잘 드러나는 디즈니 무비의 로고 이미지를 다수 첨부하며 2화를 마칩니다. 다음 화에 또 뵈어요!

이미지 출처: http://mickeyandcompany.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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