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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갱 May 05. 2022

이직하고 싶은데, 준비는 하기 싫다

그럼 아직 때가 아닌 거다

이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이직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금 같은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 스타벅스로 향했다. 

비단 모든 시험공부와, 과제와, 취준과, 이직은 스벅에서 해야 하니까. 


그런데 레쥬메 쓰기가 너무 싫은 거다. 

자리에 앉아서 한 30분 정도는 인스타그램을 정독했다. 

'슬슬 레쥬메를 고쳐볼까'하는 생각에 2년 전에 썼던 레쥬메 파일을 열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는데

윽... 너무 하기 싫다...


몸이 베베 꼬이는 그 느낌... 다들 아는 바로 그 느낌이 강하게 왔다. 

결국 3시간을 앉아서 빈둥거리다가 배가 고파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대충 챙겨 먹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레쥬메는 내일 쓰기로 하고 채용 공고라도 살펴보기로 했다. 


하... 이것도 하기 싫다...


채용공고는 넘쳐나는데 필터링해서 나한테 맞는 공고를 찾는 것도 귀찮고 무엇보다 Job Description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너무너무 귀찮았다. 두리뭉실하게 쓰여져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알다시피 Job Description 대로 일하는 회사도 없으니까. 




학교 선배에게 이직 상담을 요청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그 선배가 

너 이런 에너지로는 이직 못해

라고 했다. 


근 몇 개월간 우울했던 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배 말로는 내 에너지 레벨이 이전과는 너무 다르다고... 방방 뛰던 애는 어디 가고 이렇게 축 쳐지고 울적한 애가 되었냐고...


그리고 조바심을 갖지 말라고 했다. 이직할 때가 되면 결국 하게 되어 있다고. 그때는 주변에서 뜯어말려도 이직 준비할 거라고. 지금은 아직 이직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으니, 회사 적당히 다니면서 지금 이 회사를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라고 했다. 


내가 믿고 따르던 선배여서 그런지, 그 선배의 말은 나에게 일종의 면죄부가 되었고, 저 날을 기점으로 이직 준비를 멈췄다. 그리고 골프 레슨을 등록했고 영어 스터디에 들었다. 당분간은 내가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며 현재를 즐겨봐야겠다. 물론 이직을 아주 접은 건 아니다. 약간 찜찜하게 마음 한 켠에 남아 있겠지. 


하지만 일단 현재를 즐겨본다. 


우리 할머니 말씀처럼, 

다~ 때가 있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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