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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an 05. 2024

이쑤시개를 하찮게 대한 나를 반성합니다

값싼 용품들을 함부로 대한 나의 행동을 뒤돌아 보면서

어느 날 초가을 아침 출근시간 현관문을 나서기 전 창문부터 열었습니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기 위한 여유를 부리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날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그날 낮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꽤 많은 양의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소리가 창문 너머로 들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뿔싸! 이를 어쩐다.


여기저기 아무리 찾아도 우산이 없습니다. 평소 비 올 때 우산을 가지고 출근했다 저녁에 비가 안 오면 그대로 회사에 놔두고 퇴근하는 저의 잘못된 버릇이 가져온 필연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버릇 고치지 못하고 내 사무실 책상 밑에는 우산이 네댓 개씩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사람 습관 참 바꾸기 어렵나 봅니다.


째깍째깍 초침소리가 유난히 귓속을 파고듭니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우산은 없고 조바심만 머리끝까지 차 올랐습니다. 그렇다고 아침 일찍부터 이웃집에 들러 우산을 빌리는 용기도 내지 못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비의 양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간절한 비는 마음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조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지체하다가는 출근시간 마저 늦겠다는 초조함에 그냥 버스정류장까지 가기로 막장을 부렸습니다. 집을 박차고 나와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정류장까지 뛰어가는 도중 평소에 몰랐던 우산이 이렇게 소중할 줄 미처 몰랐던 그날 비오날의 아침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텅~비워진 이쑤시개 통

뭐야! 하나도 없네?


어제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이쑤시개 통을 보니 그 안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꽤 남아 있었던 것 같았는데 한 개도 없습니다. 잇속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빼내야 하는데 정작 없으니 아쉬움이 너무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이쑤시개를 함부로 대했던 나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1,000개들이 한통에 1,000원 하는 값싼 이쑤시개라고 대충 쓰고 휙~ 던져 버리고, 이렇게 너무 하찮게 여긴 나의 그릇된 습관이 이쑤시개 하나의 귀중함의 역설을 가져온 어제저녁이었던 겁니다.


여기서 내가 우산과 이쑤시개를 대하는 공통점을 유추해 봅니다. 그것은 바로 값싼 용품들이라고 평소 함부로 다루고 하찮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라는 없을 때 유난히 깨닫는다는 점을 입니다.


그래서 내경우를 반성하며 주제넘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단 우산과 이쑤시개뿐만 아니라 집안에 하찮게 쓰고 버리고 여기는 생활 용품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그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세상에 꼭 필요로 해서 나온 것들인 만큼 하찮을 하등의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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