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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07. 2024

부모 마음 편하게 해 드려야 그게 효도래요?

효도는 거창한데 있지 않습니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끊임없이 지하철을 탄다.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 둘레로는 좀 힘들 것 같다. 끝없는 우주 정도로 비교하면 모를까, 그런데도 아직 어느 정도 더 가야 할지 기약도 없다. 아마 직장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즈음 지하철 이동거리도 멈추지 않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철 이동, 어느 날도 계속 됐다. 그런데 몇 정거장이나 지났을까, 엄마와 딸이 나란히 승차를 한다. 엄마는 70대 후반, 딸은 40대 중반으로 보였다. 복잡한 지하철 일반석은 매진, 경로석만 두 자리 남았다.


 딸은 엄마를 손에 이끌고 그중 한자리로 안내한다. 그리고 딸은 엄마 앞에 서 있다. 엄마는 나머지 빈자리를 가리키며 딸에게 앉을 것을 권한다. 자리에 앉은 엄마는 딸이 서 있는 모습이  못내 미안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아가야 저기 빈자리 있잖니 너도 힘들 텐데 앉아라"하는 손짓과 눈초리가 역력했다.


그런데 딸은 엄마의 마음과는 달리 다소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며 말한다


"엄마, 이곳은 경로우대석이에요, 나이 드신 분들이나 노약자분들이 앉아야 할 자리란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시고 엄마나 앉아 가세요"


엄마는 어르신들이나 노약자분들을 위한 경로우대석의 취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딸이 서 있는 모습이 먼저 안쓰러운 것이다. 딸은 나이 젊은 본인이 앉아야 할 자리는 아니라는 사회적 통념을 철저히 이행하며 맞선다. 그래서 엄마와 딸은 서로 평행선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지점에서 누가 조금 더 생각을 달리 했어야 할까, 미안하지만 이런 경우 딸이 조금 지혜로웠으면 어땔을까, 물론 원칙적으로 딸의 생각이 맞다. 하지만 엄마의 요구대로 앉아가다 그 자리에 앉아야 할 승객이 타면 양보를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사회적 통념에 크게 위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지혜로운 딸이 될 수 있을 텐데...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방법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부모의 입장에서 부모를 위하는 것도 효도의 한 방법이 아닐까,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는 나이가 드실수록 하루가 멀다 하게  신체의 변화가 뚜렷했다. 또래 연세보다 더 젊어 보이신 얼굴은 어느 순간 나이 그대로 보이셨다. 꼿꼿했던  허리도 하루가 다르게 앞으로 기울어 갔다. 누구보다도 발 빨랐던 아버지의 발걸음 역시  어느 날부터 느려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드실수록  급격히 변해가는 아버지의 신체변화는 식사하실 때 고스란히 나타났다. 밥상을 앞에 두고 정자세로 앉았던 젊으셨을 때와는 달리 한쪽 다리를 길게 뻣으셨고 상체 또한 벽에 기대시며 식사를 하는 등 정상적 신체를 가진 우리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자세을 이해 못 해 때론 타박 아닌 타박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 그렇게 앉으셔서 밥을 잡수시면 불편하지 않아요, 좀 똑바로 앉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버지께서는 "오냐 알았다" 하시면서 조금 자세를 고치는 듯하시면서 몇 초도 못 가 도로 원래의 자세로 되돌아가시곤 하셨다. 우리가 불편해 보이는 자세가 아버지의 신체 변화상 가장 편한 자세였다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시대는 흘러 우리도 조금씩 나이를 먹고 아버지의 신체 구조로 변화에 갈 즈음에야 그때 당시 순전히 젊은 신체 능력과 관점에서 아버지에게 타박을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그저 죄송할 뿐이다.


지하철 두 모녀의 이야기와 살아생전 아버지의 변화된 신체 구조를 이해 못 했던 글을 쓰다 보니 어느 누가 했던 말이 문뜩 떠 오른다.


"부모입장에서 부모 마음은 편하게 해 드려야 그게 진짜 효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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