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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Mar 05. 2024

옻순, 함부로 먹은 대가는 참혹했다

옻순 먹을 수 있으나 조심할 필요는 있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곧이어 춘분이다. 계절의 절기는 한 계단, 한 계단 서서히 밟아가고 있다. 이제 바야흐로 봄이 도래한 것이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화사한 꽃과 생동감 넘치는 새싹의 부활이다. 그중 고사리, 냉이, 달래 쑥, 고들빼기, 등등 각종 나물도 빼놓을 수 없는 봄의 매력이다.


그런데 나에게 봄나물 하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웃픈 추억이 있다. 지난해 봄, 들판에 아지랑이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주말, 남동생과 함께 어느 산에 올랐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기슭 가지나무 끝에 군데군데 솟아난 초록빛깔의 새순에 눈독을 들인 동생이 저것 따서 데처 먹자고 나선다.


"함부로 먹지 말라니까"


"뭐~ 어때, 이제 막 나온 새순인데.."


"그래도 먹지 않는 게 상책이야"


"알았어 형은 먹지 마, 나만 먹을 거니까?"


한 고집하셨던 아버지 유전자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동생과 나는 새순을 앞에 두고 안돼~, 괜찮아~를 주고받으며 용호상박 설전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결국 동생의 옹고집이 내 왕고집을 꺾어 채취해 먹은 새순의 결말은 결국 처참한 웃픈 엔딩으로 끝나고 말았다.


일단 동생은 형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순을 몇 개 따 집에 가져왔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데쳐 낸 새순을 초장에 찍어 한 두어 개 를 먹던 동생은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심정으로 봐라 보는 나에게 "형, 맛있는데 한번 먹어보지" 라며 권한다.


"됐어~ 너나 많이 먹어!"


"안 먹으려면 마, 강요는 안 할 테니"

옻순: 사진출처 픽사베이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푼 양 득의양양하게 말한 동생은 그 이후로도 몇 가닥의 새순을 게걸스럽게 먹는 것으로 내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별일 없을 것 같았던 새순 사건은 기어코 사달이 나고 말았다. 휴일 아침 모처럼만에 곤한 잠에 빠져 있는 나의 귀에 어디선가 군대 기상나팔소리보다 더 듣기 싫은 괴성의 소리에 눈을 뜨고 말았다.


비몽사몽 황급히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보니  화장실에서  동생이 내지르는 소리였다."이거 필시 무슨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른 경우는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될 거야~ 


이런저런 불길한 생각에 나 역시 겁을 잔뜩 먹고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형, 큰일 났어?"


"왜~ 빨리 문 열어 봐.."


그제야 빼꼼히 문을 연 동생의 얼굴을 보고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양 눈두덩이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퉁~퉁~'부어 누군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양볼에는 생전 보지도 못한 괴상한 색조를 띠며 오돌 토톨 무언가가 잔뜩  돋아나 있는 등 그야말로 동생의 얼굴은 흡사 하룻밤 사이에 UFO를 타고 온 외계인 같았다.


이건 필시 어제 그렇게 먹지 말라고 타일렀던 그 새순을 마다하고 함부로 처먹은 저주일 거야, 더 이상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내 인격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욕을 총 동원해 동생에게 퍼붓고 말았다.


"***야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야  함부로 먹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야 그렇게 고집을 부리더니 에라~  샘통이다"


나는 이렇게 그 누구보다 상심이 컸을 동생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내 말을 안 듣더니 참 잘됐다는 식의 악다구니를 내뱉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내 한마디마다에 절대 지지 않고 부득부득 대들곤 했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다.


"형~ 아무래도 병원 응급실부터 가야겠어~"

옻순: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어~ 이 자식 보게 본인이 죽겠으니까, 평소와 180도로 변하네~ 이런 속마음을 살짝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동생의 얼굴 상태로 봐선 병원응급실 행이 급선무라는 것도 모르는 형도 아니고 그래서 동생에게 한마디 더 퍼부으려던 대신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걱정 마라 설사 죽기야 하겠니, 빨리 병원부터 가자"


이렇게 동생은 새순을 함부로 먹은 대가를 톡톡히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히 해독제라는 의학적 처방으로 동생의 얼굴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그날 새순의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그날 동생이 고집스럽게도 먹었던 문제의 그 새순은 바로 옻순이었던 것이다. 먹기 전에 이미 옻순이라는 것을 동생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함부로 먹지 말라 타일렀고, 동생은 남들도 먹는 옻순인데 좀 먹는 들 무슨 탈이 있겠느냐,는 투로 서로들 옹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사실 옻순은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그 맛이 좋아 사람에 따라서는 두릅보다 더 맛있다고 옻순 찬가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옻을 직접 재배해 판매하는 농가도 많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 동생과 같은 옻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은 함부로 섭취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여기서 본인이 옻 알레르기체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알레르기체질인지 아닌지 알려고 하기 전에 먼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아무 탈 없이 잘 먹어서 오는 좋은 점 보다 자칫 잘 못 먹어 오는 해로움이 너무 큰 옻순이라는 것을 그때 동생을 통해 실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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