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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28. 2024

아파트 수납시설, 단점을 강조하는 이유

초창기 아파트 형식은 복도식이었다. 복도를 따라 한 면에 여러 세대가 배치된 구조의 아파트다. 반대로 다른 한 면은 툭 트여 있다. 그래서 비바람 치는 날이 아닌 여름에는 그런대로 시원하고  괜찮다. 문제는 엄동설한 찬바람과 눈보라가 몰아 칠 때다.


오픈된 면을 통해 찬바람이 현관문 쪽으로 들이닥치다 보니 집안의 온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수도계량기가 동파되는 등 겨울철 외부 기온과 날씨에 큰 약점을 드러낸 구조가 바로 복도식 아파트의  단점이다. 


그리고 주거시설의 가장 중요한 보안에도 취약성을 드러내는 등 이런저런 문제점이 노출돼 복도식아파트는 서서히 사라졌다. 대신 이를 보완한 계단식 아파트가 등장했는데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많아야 한 층 당  3~4세대로 이루어진 복도식 아파트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아파트의 변천사는 비단 외적인뿐만 아니다. 내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외부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내부전용 공간으로 들였다. 세탁기나 음지식물을 키우는데 주로 이용해 왔던 베란다를 주거공간을 넓히는데 할애 했다.


또한 화장실과 욕실의 개수를 늘려 생리적인 불편함을 해소하는 등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게 꾸준히 진화해 왔다.


그 무엇보다도 아파트 내에 붙박이장이라는 수납시설이 등장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붙박이장은 내부의 벽 혹은 벽의 안쪽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움직일 수 없는 장롱을 말한다. 종류로는 여닫이, 미닫이 등이 있다. 용도로는 보통 이불, 옷 등을 수납한다.


지인의 집 내부 수납시설, 거실 한쪽을 너무 차지해 상대적으로 거실이 좁아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내부 붙박이장에 대해 사람마다 나름의 생각에 따라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바로 지인의 집들이에 커피잔세트를 선물로 들고 간 그날이다. 관련글 <집들이 선물, 이것은 어때요 (brunch.co.kr)


맛있는 음식상에 쭉 둘러앉아 "내 집 마련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이런 멋진 집을 장만하셨어요, 대단하세요,  "아니에요 대단한 것도 아닌데 너무 치켜세워 주시네요"라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등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대화의 주제가 아파트 붙박이장으로 넘어갔다. 



"아파트가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붙박이장이 있어서 참 좋아요"



어느 주부의 이 같은 말에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분의 여자들은 반색하며 맞장구친다. "맞아~, 맞아~, " 이것저것 막 넣을 수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틀에 짜인 곳에 쏙 집어넣으면 깔끔해서 좋아요,


맞다. 활용도에 따라서는 참 유용한 붙박이장이다. 아파트 건설사 입장에서도 주부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고안해 낸 시설이고 그래서 살림을 직접 관리하는 주부입장에서도 붙박이장 등 아파트에 설치된 내부 수납 시설이 마음에 딱 든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달리했던 사람들과 같았던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요즘 이름 알려져 있는 아파트 일 수록 핵가족시대에 걸맞지 않게  내부 수납시설이 과도하게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신발장도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고 내부공간이 넓다. 주방 인테리어도 거의 식당 수준으로 광범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실한쪽 벽면에 위치한 커다란 붙박이장의 경우 사람이 활동해야 할 공간을 너무 침범해  집안을 좁아 보이게 만든다. 가전제품을 배치하는 수납시설도 너무 정해진 틀에 딱 짜여 있다. 그래서 사람의 각자 개성에 맞게 집안을 꾸밀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특히  설치된 인테리어에 시설에 맞추려고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기존의 가전제품이나 기타 생활용품을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등 과소비의 영향도 직. 간접적으로 미치고 있는 게 바로 아파트에 설치된 내부 수납공간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34평 아파트를 18평 빌라보다 더 좁게 살수 도 있는 <관련글:34평 아파트가 18평 빌라보다 더 좁아요 (brunch.co.kr) 실용성 측면에서 아파트 내부 수납 시설의 장점보다 단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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