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평 아파트가 18평 빌라보다 더 좁아요'
34평 아파트가 18평 빌라보다 좁다고요,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얼마 전 어느 지인이 술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나 역시 이런 그에 말에 선뜻 이해가 가지를 않았지만 '자초지종'을 다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초, 고심 끝에 자신 소유의 빌라를 처분한 돈과 열심히 저축해 모은 돈을 보태 34평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를 갔다고 했습니다. 전에 살던 18평 빌라보다 배 가까이 넓은 평수 었으니 그에게는 아방궁이나 다름이 없었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그는 34평 아파트의 생활공간이 어느 날부터 18평 빌라보다 더 좁아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본인의 물질적 욕망이 34평 아파트를 가득 채워 버렸고, 이로 인해 18평 빌라보다 좁은 생활공간으로 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4평 아파트에서 18평 빌라 때 느끼지 못했던 넓은 생활공간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해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전제품과 살림도구들을 새것으로 교체를 하거나 혹은 사용하지 않았던 살림도구들을 새로 들여놓는 것으로 그 허전함을 채웠다는 것이었지요,
냉장고는 대형 양문형으로, 텔레비전 또한 대형 화면으로 교체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좁은 거실의 빌라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소파도 새로 들여놨고, 애완견을 기르고 있기에 요즘 인기가 높은 펫 기능 모드의 공기청정기도 새로 장만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형 벽걸이용 에어컨에서 대형 스탠드용 에어컨으로 교체를 했고, 좁은 빌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던 침대와 최신형 김치냉장고 여기에 탁자와 수족관도 더 크고 좋은 것으로 새로 들여놓게 되었다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34평 아파트에 가전제품과 생활도구들을 새로 들여놓거나, 더 큰 것으로 교체를 하다 보니 넓은 공간이 자꾸만 좁아지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넓게 살겠다고 큰 평수인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살림도구를 너무 많이 들여놓다 보니 '오히려 18평 빌라보다 못한 좁은 공간에서의 생활이 아이러니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래서 그는 욕심을 비우면 좁은 집도 넓어지고, 욕심을 채우면 넓은 집도 좁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34평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얻은 그나마의 큰 수확이라고 말했었는데요, 나 역시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