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1층 로비 출입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분들이 있다. 빌딩의 방문객을 맞이하고 안내를 담당하는 보안원분이다.
이분들의 평균 나이는 70세가량이다. 그런데 3년여 전만 해도 여섯 분이었지만 소속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네 분만 남았다. 두 분의 인원감축은 나머지분들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졌다.
우선 두 분의 야간당직이 한분으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번갈아 갔던 순찰을 한분이 도 맡아한다. 이로 인해 잠깐의 여유도 없이 야간근무를 서야 한다. 이 같은 업무 증가는 고령의 보안원들에게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다.
주간 역시 출근시간에 한꺼번에 몰려든 입주민들의 엘리베이터 안내로 잠깐의 쉴틈도 없다. 수시로 들락거리는 택배기사들도 바쁜 업무를 더 바쁘게 만든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보안업무와 입주사 우편 분리등 하루종일 이어지는 사소한 일거리는 보안원은 대체적으로 편한 직업이라는 보통의 상식을 깨기에 충분하다.
몇 달 전부터 순찰개소도 대폭 늘어났다는 점도 이분들에게는 큰 고충이다. 빌딩 주차장 기계식 주차 출입문이 반파가 됐는데도 이를 제때에 발견하지 못해 일종의 근무태만죄가 적용되어 순찰 강도가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안업무 외에도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불합리한 업무에도 누구 하나 의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게 이분들의 말 못 할 속사정이다. 행여나 이를 따져 물었을 경우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1년 단위 근로계약이라는 족쇄가 이분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일한 만큼의 금전적 대우라도 돌아가면 그럴 수 있다고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도 못하는 게 이분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보안책임자에게 알아보니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적용 수준이라고 한다.
노동은 인간생존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다. 그래서 인간의 노동은 그 어느 것 보다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보안원에게 적용되는 열악한 임금을 보면 노동의 가치는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이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돈의 욕심보다 일에 가치를 더 두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이런 보안원 중 한 분이 얼마 전 부인이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형편상 당일상으로 치러진 장례식에 빈소를 찾아가고 싶어도 빈소가 없었던 나는 조그만 성의의 표시로 조의금을 보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회사 로비 데스크에서 그분을 만났다. 저를 보고 반갑게 다가오신 그분은 뒷주머니의 지갑에서 조그마한 쪽지 같은 것을 꺼내 저에게 건넨다. 뭔가 하고 받아 보니 한방삼계탕 상품권 18,000짜리였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죠?"
"생각지도 못했는데 조의금까지 보내 주시고... 시간 되실 때 드십시오"
한사코 사양해도 성의라며 건네준 18,000원짜리 삼계탕 상품권, 요즘 고물가와 돈의 가치로 보아 그 누군가는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때론 합리적이지 못한 업무지시에도 꾹~ 꾹~참아가며 일해야만이 얻을 수 있는 그 어느 사람의 돈보다 값어치 있는 돈이라는 데에 내 마음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