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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l 04. 2024

회사 떠나면 그만, 연락이 없는 까닭?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어느 날 회사를 떠난 지 꽤나 오래된 옛 직장동료 B에게서 전화가 왔다. 액정화면에 떠오른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그가 실로 오랜만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반가움 보다도 무슨 일로 갑자기 전화를 했을까, 그것이 더 궁금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더욱 반갑네요"


이렇게 나도 반갑게 그도 반기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전화통화로 시작은 했지만 그가 전화를 걸어온 진짜 핵심은 따로 있었다.


사실 그 와 나는 나름 돈독한 관계였다. 그래서 그는 비록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주 연락하겠다며 약속까지 했었다. 그랬던 그가 실로 오랜만에 그것도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약간의 서운한 감이 들긴 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면 이 동료뿐만 아니다. 회사를 떠나면 영원히 안 볼 것처럼 연락을 딱  끊는 경우가 대체적인 것 같다. 어쩌다 연락이 오더라도 본인이나 자녀 결혼 그리고 부모님 별세 같은 경조사나 혹은 특별한 부탁이나 할 경우다.


그런데 그들은 왜 회사를 떠나면 연락을 주저하는지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일단 퇴사를 하고 다른 회사를 다니게 되면 떠난 회사와는 이해관계가 대부분 소멸된다. 하지만 새로 들어간 회사와는 정반대의 경우가 된다. 그래서 그쪽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게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전 직 회사 직원들에게 자주 연락하고 만날 마음이 그렇게 서질 않는 것이다.

픽사베이

여기에 전 회사 구성원들과는  혈연과 지연으로 맺어진 특수한 경우도 아니다. 생판 모르는 남남끼리 만나 노동력을 소비하고 그 대가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모인 평범한 직장인들뿐이다. 따라서 회사를 그만두면  그것으로 회사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인연도 어쩌면 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회사라는 게 태생적으로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은 기억보다는 그렇지 않은 기억이 훨씬 더 많이 각인된다. 그러다 보니 전직 회사 사람들과 자주 연락을 하고 만나 밥을 먹고 술 한잔 할 만큼 애정도 그렇게 크지 않다는 얘기다.


설사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인맥관리 차원에서 연락하고 만난다고 해도 같은 회사에 근무할 때와 같이 허물없이 마음 터놓고 얘기하기도 마땅치도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두 번 만나다 흐지부지한  관계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몇 해 전 퇴사한 사람과 만나 회포를 푼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 그는 술기운이 무르익어 갈 무렵 본인의 속마음을 허물없이 털어놓은 기억이 생각난다.



"아무리 친하게 지냈어도 퇴사를 하면 남남이잖아? 



이런 그에 말을 기초로 해석해 보면 특별하게 맺어진 관계의 경우가 아니면 전 회사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일은 애초부터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꼭 무슨 일이 있거나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 연락마저도 아무 누구에게나 있는 연락이 아닐 터이고 그래서 관계 또한 소중한 인연이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따라서 앞으로 B와 같은 또 다른 누군가의 연락도 반가이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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