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순간, 평소
결혼 2년 차.
헤헤와 나는 처음보다는 점점 덜 싸우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마 속으로는 조금씩 쌓이고 있긴 하겠지.
그래서 서로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부부가 그렇듯, 우리만 특별한 것도 아니고 다들 서로 양보하고 서로 참고 살고 있겠지....
요즘 나는 생각이 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가족이나, 내편, 남편, 여보, 우리 가족 등 이런 단어들이 와닿지 않았는데,
점점 이 단어들이 와닿기 시작한다. 결국에 마지막에 남을 사람은 가족이라는 것.
특별한 계기로 인한 생각의 변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었다.
안정권에 돌입해서일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냥 우리가 가장 소중하다.
그리고 이러한 소중한 시간들이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다행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장 후회되었던 게 바로 이런 거였기 때문이다.
거창한 해외여행을 못 보내드려서 아쉬운 게 아니라, 엄마와 함께 마트를 자주 못가 드린 게 너무 아쉽다.
엄마는 평생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나를 먹였을 텐데 말이다.
또 이야기가 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좋다. 아무 일 없이 무탈한 평소의 상태.
그리고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들.
그냥 우리가 함께 나들이 갈 수 있는 그런 주말
퇴근 후, 헤헤와 나로,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산책할 수 있는 평일
하루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고작 널려있는 빨래 개켜야 하는 것인 그런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평소의 시간.
이런 게 지금 나의 행복이다.
(아 나 너무 소박해졌나)
<2021년 8월 4일 수요일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