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쉐린 2스타: ATOMIX
생일을 맞아 친구와 같이 평소에 많이 추천을 받았던 ATOMIX에 예약을 잡았다.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 중 하나인데,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지인이 유니폼을 디자인 한 곳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의도치 않게 많이 들어보게 되었지만 특히 주말 예약이 힘들어서 (두 타임의 예약이 있는데 밤 11시까지 졸면서 먹고 싶지 않았다) 한 달 전에 예약을 하게 되었다. 아토믹스는 자칫하면 가정집으로 오해하기 쉽게 간판이 크게 걸려있지 않다. 뭔가 초인종을 누르고 주인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야 할 것만 같아서 혹시 벨이 있나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인테리어는 예상한 대로 모던하다. 들어가자마자 기다리면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바가 있고, 코트 체크 후 계단을 내려가 셰프 테이블로 안내해준다. 요즘 또 Faye Toogood의 가구에 빠져있기 때문에 분위기에 감탄하면서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메뉴는 한국말을 그대로 사용한 설명이 많았다. 천체적인 메뉴가 있고 각 코스 전 그 요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카드를 준다. 카드를 읽으면서 친구와 한국음식 이야기도 하고 무슨 요리 방식인지 나누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잘 모아놓으면 나중에 나갈 때 이쁜 케이스에 담아서 엽서 모음처럼 보관할 수 있다.
위에서 보이듯, 총 10가지의 코스요리가 준비되어있다. 익숙한 조리 방법을 쓰지만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로 신선한 맛을 낸다. 그리고 아토믹스만의 이벤트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젓가락 고르기가 아닐까 싶다. 의외로 외국인들이 시간을 들여서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옆에 사람이 내가 쓰고 싶은 젓가락을 먼저 고르면 어떡하나 걱정도 잠시 해봤다.
이제 드디어 코스 시작. 재료를 듬뿍 써서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았고 미쉐린 식당에 가서 제일 실망하고 나올 때가 좋은 재료들을 쓴 ‘익숙한 맛’들이 많을 때인데 식감도 고려하고 재료와 소스의 특이한 어우러짐들이 깔끔하고 신선했다.
첫 4코스인 회, 생채, 숙채, 찜은 아주 가볍고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많이 신경 쓴 것 같았다. 굉장히 조금 나오는 것 같지만 10코스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마지막 요리까지 맛있게 즐기려면 첫 요리들이 너무 무겁거나 기름지면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남길 때가 있는데 메뉴의 구성도 신경 쓴 점이 좋았다.
메뉴가 7코스 이상일 때, 계속 양념이 과하게 되어있는 육류를 먹으면 입이 짜고 고기가 질릴 때가 있는데 밥과 반찬처럼 나오는 요리들 덕분에 (조림은 우니 덮밥, 구이는 소바와 함께 나왔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특히 구이가 내 취향이었는데, 와규가 이제 뉴욕 fine dining 씬에서 꽤 흔한(?) 재료가 되어서인지 그 이후로도 많이 먹어봤지만, 작년에 o-ya라는 오마카세 집에서 와규를 먹고 그다음 처음으로 감동한 맛이었다.
후식도 내가 좋아하는 입가심 할 수 있는 샤베트 종류 하나, 더 맛이 풍부한 아이스크림 종류 하나가 나왔다. 덤으로 생일이라고 그린티 마카롱도 주셨는데 안타깝게 촛불을 끄는데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식사는 약 3시간 정도 했는데 나와서 바람이 선선할 때 소화시킬 겸 친구와 산책을 하고 헤어졌다. 집에 와서 찍은 사진들과 메뉴카드를 보고 정리를 했는데 다음엔 가족들과 같이 가도 좋을 것 같다. 메뉴도 바뀌고 유명한 셰프들을 초대해서 콜라보도 진행하는 것 같으니 꼭 재방문해보고 싶다.
상호명 (name): ATOMIX
주소 (address): 104 E 30th St, New York, NY 10016
영업시간 (hours): 화 - 토 5:30pm - 12:00am
웹사이트 (website): https://www.atomixny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