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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un May 11. 2020

12. 기적 혹은 기절

인내의 연속




기적 혹은 기절




신생아 시기(생후 30일)가 지나고 나면 다들 인터넷에 수없이 검색을 해볼 것이다. 50일, 100일의 기적을 검색해보고 곧 이 지옥 같던 생활도 조금 괜찮아질 거라고 설레어할 것이다. 나도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신생아 때부터 수없이 검색하던 단어들이었다. 과연 나에게는 기적일까, 기절일까를 생각하면서 하루 한 번을 검색해보며 미래를 상상했다.


사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기적 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친구들이 50일, 100일의 기적을 보았다고 이야기를 할 때 당연히 나 또한 그러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후 30일쯤 햇님이는 더욱더 예민해졌고 나를 힘들게 했다.


특히 낮에 너무 예민해서 품에서 내려놓는 것이 힘이 들었다. 낮잠을 재우기 위해 살짝 잠이 들었을 때나 10분 넘게 안아 재웠을 때도 바닥에 내려만 놓으면 울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등 센서'가 생겨버린 것이다. 그때부터는 계속해서 안아서 재웠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당시에는 아기가 침대에서 자는 동안 밥이라도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이제는 밥 먹을 시간 조차 사라졌다. 하루 한 끼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일이 많아 남편이 저녁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퇴근했다가 다시 출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다행이었던 사실은 밤에는 범퍼침대에서 누워서 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밤에도 육아자가 안고 있거나 옆에 있어야만 잠을 자는 경우도 많아서 나의 생활에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꼈다.



50일의 기적을 본 지인은 아기가 50일쯤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고 한다. 밤 10시에 재워 아침 10시에 깨어나 그때부터 육아를 시작하는 삶이 시작되어서 좋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100일의 기적을 본 지인 또한 비슷했다. 하지만 햇님이는 엄마의 기대를 무너뜨리고자 열심히 칭얼거렸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칭얼거리는 횟수에 남편과 나는 아기의 호(號)를 '진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아기가 밤에 칭얼거리는 이유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아기밖에 없을 것이다. 성장통이나 이앓이, 잠결에 놀라거나 옆에 보호자의 부재 등에 의해 칭얼거릴지도 모른다. 밤에 통잠을 못 자는 것은 엄마뿐 아니라 아기도 수면의 질이 떨어져 힘이 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수면교육을 한다.


햇님이는 90일쯤 새벽에 2~3번만 깼다. 갑작스럽게 길게 자기 시작해서 나에게도 백일의 기적이 온다며 설레어했다. 그리고 100일이 되자마자 원상태로 돌아왔다. 오히려 더욱 심해졌는데 다시 재우려고 안아도 1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칭얼거리는 날도 많았다.


사실 햇님이는 250일이 넘어서야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기적이 온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기절이 영원히 지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기와 육아자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긴 것뿐이다.






50일의 수면





햇님이의 경우 50일이 되면서 속싸개로 팔을 감싸지 않고 그냥 잠을 자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기의 속싸개를 언제부터 하지 않아도 되는지 고민을 하게 되는데 30일~3개월까지 하는 것이 좋다. 속싸개는 모로 반사로 인해 아기가 잠을 자다가 깨는 것을 방지하고 아기가 놀라 버둥거리다가 긁히거나 다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사용한다.


모로 반사란 신생아의 반사운동 중의 하나로서 누워 있는 위에서 바람이 불거나, 큰소리가 나거나, 머리나 몸의 위치가 갑자기 변하게 될 때 아기가 팔과 발을 벌리고 손가락을 밖으로 펼쳤다가 무엇을 껴안듯이 다시 몸 쪽으로 팔과 다리를 움츠리는 것을 말한다.


모로 반사는 생후 3개월까지 지속되지만 사실 오랫동안 속싸개를 유지하고 싶어도 아기의 팔다리 힘이 좋아지기 때문에 30일 전후로 대부분 속싸개를 제거하고 스와들업(나비잠 속싸개)을 사용한다. 햇님이는 속싸개를 제거하고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속싸개를 하지 않으면 모로 반사로 깨는 경우가 많지만 며칠이 지나면 적응되는지 금세 다시 잠들었다. 속싸개를 하면 묶여있는 것이 싫은지 칭얼거리는 날이 많아서 오히려 풀어서 재웠더니 더 잘 잤다. 대신 손톱을 손톱 가위로 잘라줘도 날카롭고 눈을 비비거나 귀나 두피를 긁는 경우가 많아 상처가 많이 생겨서 손싸개를 꼭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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