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과 저항정신

by 소티

당신은 '신민'입니까, '시민'입니까?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태도, 시민의식과 저항정신


"요즘 사람들은 시민의식이 부족해."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과연 시민의식이란 단순히 공공질서를 잘 지키는 것에 불과할까요?

'시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습니다. 질서정연하게 줄 서 있는 사람들,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 혹은 지하철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장면 등입니다. 물론 이 모두는 바람직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시민'이라는 단어의 본질적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시민'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시골 사람' 혹은 '비문명인'을 떠올린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정치적 관점에서 '시민'의 진정한 반대말은 '신민(臣民)'입니다. 즉, 군주에게 복종하는 지배받는 백성이라는 뜻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언어적 구분이 아닌, 우리가 사회와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1. 신민에서 시민으로 - 권리 의식의 역사적 전환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신민이었습니다. 왕의 통치 아래에서, 명령을 따르고 의무를 수행하는 존재였죠. 권리는 외부에서, 특히 위에서 '하사'되는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허락을 받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김 서방, 요즘 장사는 어떻소?" "아이고, 임금님 덕분에 겨우 먹고살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에는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조차 '임금님의 덕'으로 돌리는 신민적 사고방식이 드러납니다. 자신의 삶의 주체가 자신이 아닌, 군주에게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반면, 시민(Citizen)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권리와 재산, 그리고 삶의 방식을 스스로 주장하고 지켜내는 존재를 뜻합니다. 단순히 도시에 거주한다고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개념은 1789년 프랑스 혁명과 함께 구체화되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파리 시민들은 더 이상 왕의 신민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이 되고자 했습니다. 혁명의 핵심에는 자기 권리의 자각과 실천이 있었던 것입니다.

"나의 권리는 내가 지킨다." 이것이 시민 개념의 출발점입니다.


2. 시민의식이란 무엇인가 - 권리와 책임의 균형

현대 사회의 예를 들어볼까요. 회사원 철수는 매일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합니다. 어느 날 지하철 요금이 갑자기 30% 인상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불만을 느끼지만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야"라며 체념합니다. 반면, 같은 회사 동료였던 영희는 요금 인상의 근거를 찾아보고, 시민단체 청원에 참여하며, SNS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바로 시민의식의 차이입니다.

시민의식이란 단지 질서를 잘 지키는 소극적 태도를 넘어서, 내가 가진 권리를 인식하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태도입니다.

시민사회는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회인 동시에, 타인의 권리도 인정할 수 있어야 가능한 공동체입니다. 내 권리만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가 조화롭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내 목소리를 내되 다른 이의 존재도 존중할 수 있을까? 그 태도와 기준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며, 시민의식은 그 핵심입니다.


3. 저항정신과 연결된 시민성 - 침묵이 아닌 참여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은 한국 사회의 시민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추운 날씨에도 광장에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시민의식은 단지 순응의 미덕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도 함께 요구됩니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 정책에 맞서 생태계 보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소비자로서 불량 제품에 대해 환불과 개선을 요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인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저항정신'은 단순한 반항이나 파괴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불합리한 질서나 구조에 대해 '왜 그런가'라고 묻고, 그 물음에서부터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고 실천하려는 태도입니다.

진정한 시민은 권리를 요구할 줄 아는 동시에, 그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책임도 감당할 줄 아는 존재입니다.


결론: 시민의식은 인문학이 일깨우는 힘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당연한 권리를 가진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또는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쉽게 무시되고 사라지게 됩니다.

시민의식은 단순한 규범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더 나아가 타인의 삶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인문학적 성찰과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누군가의 '허락'과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신민입니까? 아니면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고,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책임 있게 목소리를 내는 시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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