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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그람 Mar 15. 2024

딱히 나쁘다고 할건 없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나의

가족들. 내 얼굴에 침 뱉기.

⁠여기서 가족이라 함은 남편과 나의 부모까지를 포함한다.



이제 출산이 한달 반정도 남았다. 임신한 몸을 핑계대고 싶지는 않지만, 임신 초기부터 이어진 입덧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고, 확실히 몸이 무거워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지금이 임신 초중기처럼 애들 밥차려주는 것 외에 집안일을 모두 내팽개쳐둘 정도는 아니지만, 움직이다보면 좀 버겁고 누가 좀 도와줬으면, 적어도 심적 지지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 지점에서 아쉬운게 가족이다.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 남편. 며칠전부터 설거지도 귀찮아서 저녁먹은 아침먹은 설거지 저녁에 하고 저녁설거지를 아침에 하고 있다. 집안도 마찬가지다. 이사하고 한번 싹 정리를 하긴 했다. 점점 어질러지는 집안을 일일히 치우기 귀찮아 내버려두는 중이다. 설거지거리가 쌓인걸 보고 집안이 어질러진 것을 보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원래 깔끔한 성격이 아니기도 했지만.)


남편이 청소를 해도 물건을 제자리를 찾아두는 것이 아니라 큰 비닐이나 통 속에 모든 것을 때려넣는 식이기에 별로 원하지는 않기는 한데 (희안하게 우리 엄마도 같은 식으로 정리를 하신다.) 적어도 아내가 사소한 일도 미룰 정도로 몸이 불편하구나라고 생각이 좀 미치면 좋겠는데, 내 남편에게 그 정도까지는 무리다. 이전처럼 돌아다니며 투덜거리지는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이다. 첫째때 밤에 울부짖는 신생아를 제대로 달래지 않는다고 장모와 함께 있는 내게 윽박을 지르던 인간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때의 일은 내가 눈감는 날까지 잊지 않으리라. ㅎㅎ)


식사준비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음식에 크게 자신이 없고, 애들 것과 남편 것을 동시에 준비하기게 벅차기에 남편 음식준비는 좀 소홀했다. 사실 매일 집에 있는게 아니기에 더 그렇다. 남편이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게다가 뭐 만들어주면 어찌나 이런저런 걸로 흠을 잡는지 그렇게 욕 먹어가며 뭘 해주고 싶은 생각이 안들기도 하다. 여튼 그래서 언젠가부터 자신의 식사를 자기가 준비하고는 있는데, 그게 완전히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느 날은 내가 만든 음식 중에 자신의 것이 없는 것에 대해 좀 서운함을 표할 때도 있다. 그리고 외출하고 들어와서 자신이 식사준비를 할때에 아이들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놀라운 점이다. 매운 것이 아닌 음식을 만들 경우, 양을 조금만 더 늘리면 아이들도 같이 먹을 수 있는데, 자신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해야할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랍다. (여기서 내 식사까지 바라는 것은 정말 무리다 ㅎㅎㅎ 만삭인 아내가 무얼 먹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남편.. 여튼 난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자기꺼만 만들어서 호로록 먹는다. ㅎㅎ 자기가 아이를 같이 키우는 아빠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인식을 시켜야할지 참 난감하다. 이것도 예전에는 아이들이 살면서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신경질을 많이 내던 인간이었기에 이만큼 나아진 것에 대해 감사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 이제 남편욕을 했으니 부모욕을 해볼까? ㅎㅎ

이것도 얘기하자면 내얼굴에 침뱉기다.


엄마가 이사전에 24년도 이사가 내게 안좋다며, 23년도에 이사하는 것으로 하는 것 마냥 살림살이를 좀 갖다놔야한다고 하셨다. 내가 챙겨준 이불하나, 가족들 옷, 식기를 넣을 박스를 굳이 본인이 주말에 시간내어 빈집에 갖다놓고 가셨다. 그뒤 도배와 입주청소가 이루어졌는데, 이사를 하고보니 그 박스는 온데간데 없다. 집에 누가 지키고 있지 않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알길은 없다. 엄마가 전에 붙여놓은 부적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매우 불쾌해하셨다. 제비둥지를 관리하는 위원장님께 항의해야한다며 전화번호를 달라고 몇번을 요구하시는걸 간신히 말렸다. 내입장에서는 이사전에 짐을 갖다놓는다고 급작스럽게 일요일 아침에 전화해서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한 것도 죄송했는데, 주인도 없는 집에 짐이 없어졌다고 그것도 내가 아닌 나의 엄마가 항의를 한다는 것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하러 성인이 훌쩍 지나서 부모가 된 자식의 일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걸까 싶은 것이다.


정작 내가 살면서 부모가 필요한 거의 유일한 순간, 곧 다가올 출산시에 나의 다른 아이들을 봐주는 것 같은 일에는 여러번 손을 절래절래 하면서 말이다. 내게는 이해가 되지 않고 너무도 서운한 일이었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닌 내가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신경을 써주어야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애낳고나서 다른 아이를 봐주는 일은 다른 사람이 대체불가한 일이 아닌가.


임신 전에 엄마는 아이봐주는 일을 극구 거절했다. 임신 후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는데도 본인이 봐야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휴가를 언제로 정할지 생각하고 계셨다. 그걸듣고 나는 안된다더니 봐주시려는 모양이네?하고 생각했다. 엄마가 거절의사를 표했으니 나는 남편과 어떻게든 둘이 해보려고 생각했었다.


여튼 그렇게 일이 진행되나보다 했는데, 아빠가 전화해서 대뜸 "니 엄마가 애들 못봐주려나보다"라고 하신다. 정확한 표현은 "니 엄마가 너 해상간(?) 못해준단다"였다. 여튼 같은 말이다. 사실의 진위를 파악해보니 엄마가 몸이 힘들어서 애들 보기가 버거울 것다고 아빠에게 넋두리를 하신 모양이었다. 출산이 이제 코앞인데, 엄마가 내게 못한다고 하지 않으신걸보면 봐주시긴 할 것 같은데, 두려움에서 오는 푸념정도를 아빠에게 이야기한 모양이다. 아빠는 그것을 잘 확인도 안해보고 내게 전화해서 저렇게 이야기한다.


나의 아빠는 왜저렇게 경솔한 인간일까 싶다. 아빠의 전화의 저의는 뭐지? '너 이제 곤란하겠다?'인가. 엄마가 거절을 한다면 잘 설득시켜서 오게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시는 모양이다. 정 안되면 그 일을 해야될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도 말이다. 물론 알콜중독에 아이들 만나면 "할아버지한테 사랑한다고 해" 이말 뿐이고 몇 분 뒤 술마시러 마을로 사라지는 아빠에게 그런걸 기대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빠한테 들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나의 엄마는 진짜 애들 봐주기 싫은 가보다 싶다. 이것은 엄마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과는 너무 상반되어 나를 헷갈리게 한다. 나와 같이 있을 때는, 내게 아이들에게 좀 더 친밀한 케어를 해주라고 옷갖 잔소리를 하며, 내가 할일에 대해서도 팔걷어붙이고 나서서 도와주려고 노력을 하시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게까지 하면 육아가 참 피곤할텐데 싶을 정도다. 지금은 어느 정도 스스로 하게된 밥먹기, 옷갈아입기 같은 것도 본인이 해주려하시니 말이다. 그렇게 의욕적이고, 방법도 아는 분이 애보는게 힘들거 같다고 계속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나는 그런생각도 해본다.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서일까? 엄마와 대화를 하다보면 나의 빈틈을 좋아하고 그걸 발견해서 비난하고 싶어하는 것을 늘 느낀다. 그래서 난 엄마와 대화하기가 싫고 불편하다. 내가 늘 자신보다 못나고 볼품없는 딸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지점에서 물론 부모조차도 임신한 딸이 몸상태는 어떤지, 잘 먹고 잘 지내는지 관심이 없다는 것도 당연히 서운한 점이지만 그런걸 바랄만한 분들이 아니기에 언급하지 않았다. 어쩜 그리도 딸의 몸과 마음 상태에 관심이 없고 쓸데없는데만 신경을 쓰시는지... 의아하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문제일까? 나를 낳고 길러준 부모도,  내가 골라 결혼한 남편도 이런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가족과 나를 너무 깊이 연결하고 싶지 않다. 그래, 나는 나 너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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