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니그람 Jun 21. 2024

우리는 왜 저출산 사회로 가고 있는가

'엄마 아닌 여자들'(페기 오도널 헤핑턴)을 읽고

나는 어느덧 얼마전 낳은 셋째까지 해서 세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다. 전부터 엄마가 되고자 했느냐면 그것은 아니다. 결혼을 하고자 마음을 먹기 직전까지 나는 결혼은 물론 아이에 대한 생각도 없이 살았다.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것은, 물론 직장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일을 하고 월급을 받을 뿐, 미래도 없고 이렇다할 커리어라고 할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전문직이었고 내 일에 만족했더라면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아이의 엄마가 된 심리적 만족감은 크다. 이전처럼 세상에 대해 허무함을 느끼거나 삶의 목적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아도 되기는 한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지난 6년간의 경험을 비유하자면, 숨참고 물속으로 푸 잠수를 해서 죽기 직전까지 참았다가 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말그대로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서 아이들과 아웅다웅 하는, 기나긴 시간의 연속인 것이다. 이전의 육아가 이랬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어릴적만 생각해보더라도 어린시절의 기억은 집보다는 마을이 떠오를 정도로, 이집 저집의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늘 여러집이 모여서 같이 먹고 시간을 보내는 마을이라는 '공동체' 속의 육아였던 것이다. 굳이 마을까지 안가더라도 어린시절의 기억에는 부모님보다 할머니와 보낸 시간이 더 많다고 기억이 될 정도로, 어린시절 나의 육아는 부모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30년만에 세상은 급변함을 느낀다.



 한국이 합계 출산율 0.7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가운데, 몇세대 후에는 한국이 사라질것이라고도 하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제도정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안다. 현재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려는 이유는 위의 책 '엄마 아닌 여자들'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인인듯한 저자는, 미국의 합계출산율이 인구수를 꾸준히 유지해나갈 수 있는 수치를 의미한다고 하는 대체출산율인 2.1보다 낮은 1.7인 것에 우려를 표현했는데, 한국에 비하면 애교스러운 수치같다. 



"자녀없는 여성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생각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과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를 돕는 어머니들, 함께 사는 남성과 의학적 조언을 구하는 남성, 그들이 교류하는 모든 공동체를 제외하고 자녀가 없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차츰 깨닫게 됐다. 42쪽"



저자가 초반에는 책을 제목처럼 저자처럼 '자녀없는 여성들'에 집중해서 쓰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위의 인용문처럼 이 책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쓰여졌고 무엇보다 자녀 없음에 대해서보다 아이를 기르는 것이 역사적으로 그리고 여러 문화속에서 어떤 것이었는지를 파악해나가고 있다. 



책은 저자인 페기 오도널 헤핑턴이 시카고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쓰인 것 같다.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쓰였다. 저자의 감각은 각 챕터의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초반에 생각했던 부분이 연구를 해나가면서 수정되었다는 것을 서문과 에필로그에서 밝히는 것을 보면 열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속에 종종 '우리'라고 자녀 없는 여자들과 자신이 같은 입장임을 밝히는 것을 보면 이 책이 개인적인 목소리 또한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말랑말랑한 학자의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녀 가진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른다. 반면 자녀 없는 여성을 비하하지 않고 일컫는 말은 '자녀 없는 여성'뿐이다. 11쪽"



책은 우선 저자와 같이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을 긍정적인 형태가 아닌 '무엇이 아니'라고 하는 부정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현대 사회는 아이를 낳을 수 있지만 낳지 않는 여성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시각이 가득하다는 것인데, 첫번째 챕터에서는 과거에도 지금처럼 일정비율로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존재해왔으나 지금처럼 비난받지 않았음을 밝힌다. 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도 임신을 중지시키기 위해 약초들을 배합해서 먹었다는,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놀랍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러한 피임이나 임신중지를 최근까지도 법적으로 금지시켰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반대로 우생학에 기초해서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인종의 여성에게 강제로 불임수술이 행해지기도 했다는 것도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자녀를 갖지 않은 여성이 예전에는 비난받지 않았던 이유는 두번째 챕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육아가 부모만의 몫이 아니었고 공동체속에서 공동육아를 해왔기에 부모의 육아부담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은 구성원도 아이를 돌보면서 부모노릇을 할 수 있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엄마'가 명사가 아닌 동사로 쓰여야함을 강조한다. 즉, 아이를 직접 낳은 생물학적인 엄마만이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 노릇'을 하는 사람이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책속에서 몇백년전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를 많이 낳은 집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가정에 아이를 주어서 키우게 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내가 어릴적에도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않은 사람도 자식을 가질 수 없는 형제에게 맡겨져 길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물학적인 부모가 아닌 이도 아이를 데려다 키울 수 있었던 것이 한국에서는 불과 몇십년 전의 일이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어찌하여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아이 낳기가 점점더 힘들어지는지에 대해서 나온다. 앞서 공동체를 언급했듯이, 현대사회는 공동체라는 것이 거의 다 사라지고 핵가족화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일련의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즉,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예전에는 가정내에서 일을 하고 생계가 유지되던 것이, 남자는 가정 밖으로 돈을 벌러 가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여성은 집에 남아 아이를 돌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과정에서 불필요해진 공동체는 헤체될 수 밖에 없는데, 공동체가 없어진 상황에서 아이의 양육은 오롯이 엄마만의 몫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결과는 말하자면 예전에는 부부가 둘이 일하던 것이 이제는 아이를 낳고나면 한쪽만 일하게 되므로,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가 집에 머물 수 있는 것은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될 때에야 가능한, 중산층의 상징과도 같아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여러 이유에 대해서 나오는데, 우선은 앞서 언급한대로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 혼자 기르기 버거워서 낳지 않는 여자들도 많다고 말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구를 위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다는 부분이었다.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지구는 점점 포화상태가 되고, 일년에 천만명의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간다고도 한다. 그런걸보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지구를 위해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아야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결혼전에 아이를 낳기가 두려웠던 것은 알 수 없는 미래 사회에 아이들만 던져놓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기후위기나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래 사회에서 생존해갈 아이들의 걱정이 되기는 한다. 



책의 내용을 모두 언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평이 내용요약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길게 적은 것은, 책에서 '아이를 낳고 기름'에 대해서 다각도로 조망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그렇기에 부모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반대로 저자처럼 부모가 되지 않기로 한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을 책같다. 물론 도대체 왜 한국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 정책입안자들이 읽어봐야할 책 같기도 하다. 이 책이 왜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쓰였는지 모르겠다. 책에서 주지하듯 이제는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가 아니라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가'를 물어야할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런 세상이 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우리는 저자의 말대로, 아이를 낳았든, 낳지 않았든,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던 간에 연대가 필요함에 공감한다. 내 입장에서는 고독한 육아가 아닌 함께하는 '공동체 육아'가 가능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과 마음과 헌신을 우리가 낳지 않은 아이들, 우리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 우리 미래를 대표하는 젊은이들에게 열자는 제안에 우리는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낸시 올리비는 1만명의 아이를 키웠다." 또 한 명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그가 그리울 것이다. " 295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