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된 이현의 소설 라이프재킷이다. 밀리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 그럼에도 서평단을 신청한 것은 우선 많이 읽힌 작품을 썼다고 하니 탄탄한 기본기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두번째로는 바다를 배경으로한 소설이라 여름에 휴양지에서 읽으면 좋을 소설일 것 같아서(휴양지에서 읽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리고 세번째로는 나의 모국어로 씌어진 소설을 읽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책은 나의 세가지 기대감을 어느정도는, 아니 기대이상으로 충족시켜주기는 하였다. 책은 한번 읽기시작하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그것은 재미가 있다는 뜻이고, 또한 잘 쓰여졌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앞서 말한 기본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재밌는 소설이니 당연히 휴양지에서, 혹은 힐링이 필요할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이 결고 가볍다는 뜻은 아니지만 말이다. 세번째로 모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기쁨도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몇몇 부분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어휘사용을 느낄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연령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대이상의 문학적인 표현이나 내 세대의 문학적 어휘를 뛰어넘는 표현은 드물었던 것 같다. 이런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이해서는 적어도 2000년대 이전의 예전 한국 문학을 읽어야할런지 모르겠다. 여튼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만족스러운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러나' 혹은 '그런데'가 등장할 시간일까. 앞서 밑출친 부분에서와 같이 책에 대해 한정적인 호평으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는' 하였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할 것 같은데, 우선 책의 내용을 좀 살펴보고 말을 이어가도록 하겠다.
이 책은 바다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편지에 쓰인 바를 반영하듯 바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책을 받고 바다와 요트를 가지고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심히 궁금증이 일었었다. 얼마전에도 마찬가지로 요트를 주제로한 '미짓'이라는 소설을 읽은 바가 있었다. 그 책도 재밌기는 하였지만 내용면에서는 실망감이 들기는 하였기에 이 소설은 어떨지 궁금했던 것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은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는데, 그 가운데는 '고은'이라는 아이가 핵심인물인 것 같다. 사건의 중심에 있지는 않지만 사건과 관련이 되는 인물들같의 연결고리같다고 할까. 고은이 개학날 등교를 하고보니 같은반 친구들 몇몇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고은은 어제 남자친구였던 천우가 sns에 올린 '우리 요트 탈래?'라는 피드를 알고 있었기에 학교에 나오지 않은 친구들이 혹시 천우와 같이 요트를 타러가서 학교에 안나온 것은 아닐까 예상을 하게된다.
역시 고은의 예상대로 천우를 비롯에 그의 이복동생 신조, 장진, 태호, 류는 천우의 피드를 보고 해안에 모였고, 모두 친한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우와 신조는 집안 사정으로 부산을 떠나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배 천우신조호는 압류딱지가 붙고 몇달간 운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요트를 타고 항해를 나서게 된다. 단 몇시간, 부산을 떠나기 전에 가볍게 다녀오리라 생각했던 항해는 출발하고 배의 전원이 나가고, 어디인지 모를 바다를 부유하고, 예상치못한 사고가 나고 하면서 살기위한 필생의 몸부림으로 바뀌게된다.
책을 읽고 며칠간은 뭐라 써야할까 고민이 많이 들었다. 책은 술술 읽혔지만 내용은 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젊은 날의 가벼게 생각한 행동 하나가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큰 댓가로 돌아오는 것을 나는 직접 목격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할까를 고민해봤다. 재밌게 술술 읽히는 소설로서, 하루이틀의 유희의 수단으로 보면 되는 것일지, 젊은 날의 치기어린 실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하는 것일지 말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잘 맞춰진 퍼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내가 소설을 읽을때 무엇을 기대하는가, 반문해보았다. 내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감동'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읽고 내가 감동을 받았는가, 하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왜 그럴까를 자문해본다. 재미도있고 교훈도 주는 소설이 감동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내가 느끼기에는 모든 요소가 너무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었고, 그래서 잘 짜였다는 느낌이 든다. 등장인물 모두에게도 적절한 비중이 분배되고, 주인공에게는 주인공에 맞는 비중이 분배된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결말도 소설을 잘 마무할 수 있는 임펙트를 주기에 충분하다. 결말을 읽으면 왜 제목이 '라이프재킷'인지 바로 알 수 있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잘 짜여짐'과 '균형감'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 정해진 관광코스를 잘 둘러보고 끝나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내용적으로는 분명 일탈이지만, 문학적으로는 평이하다. 그 균형감이 어딘가에서 좀 뒤틀렸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비중에서도 그렇다. 소설을 다 읽을때까지도 감정이입이 되거나 아끼는 인물이 생겨나지 않았다. 계량 스푼으로 분배하듯이 골고루 인물소개가 들어간듯한 느낌이 든다.
마무리하자면, 휴가지에서 읽을 페이지터너를 고른다면 적극 추천한다. 나같이 뒤틀린, 불균형적 감동을 원하는 이는 아마도 (사놓고 못읽고 있지만) 모비딕을 읽어야할런지 모르겠다. 대신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