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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호 Nov 30. 2024

난장판

한 달을 못 버티고 안전문을 달았다

 2023년 10월 초, 란 하늘과 햇 가득한 날이었다. 얗고 까만 이 뽀송뽀송한 수컷 보더콜리 입양했다. '입양'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반려 동물이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이미 나에게는 반려자인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시루'라는 이름을 었다. 막내에게 준 선물이지만, 부모가 함께 키워 주어야 한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보더콜리 육아가 집사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부터 집안은 '난장판'이다. 견주들은 대부분 겪는 이야기 일거라고 마음을 다독인다. 집안 곳곳이 물어뜯겨 상처 투성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위험한 전기 콘센트부터 치웠다. 강아지일 때는 이갈이로 입질이 많을 때다. 어린 시절에는 마당에서 키워서 몰랐는데 아파트에서 집안에서 키워보니 매일매일이 난장판이다. 그는 아무런 죄책감 같은 감 없이 해맑게 바라만 본다. 람 말을 못 알아들으니, 혼내도 한 귀로 흘릴 뿐이다. 이 녀석이 온 후로 신발, 소파, 식탁이며 심지어 문틀까지 하나씩 폐기물로 변해갔다. 그 많던 양말들도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신기한 건 유독 둘째 양말을 좋아한다는 거다. 플라스틱으로 된 선풍기 등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마룻바닥을 뜯을 때도 있다. 주둥이를 살짝 벌려 보았는데 톱날처럼 지그재그로 참 튼튼하게 생겼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루는 아내가 나무 막대기를 샀다. 친환경 나무란다. 나무 막대기를 돈 주고 살 줄이야. 처음에는 신기했는지 잘 가지고 놀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얘네들도 기질이 다 다른 것이리라. 견이 되면 입질이 덜 한다고 한다. 살림을 거덜내기 전에, 성견이 되기 전까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방마다 안전문을 기로 했다.


 폐기물이 된 가구들은 교체하지 않고 당분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어차피 또 물어뜯을 것이기 때문이다. 렇게 식탁은 안방으로, 발목이 부러질 거 같은 식탁 의자는 위험해서 버리고 철재로 된 아일랜드식 의자로 바꿨다. 확실히 철로 된 것은 덜 물어뜯는다. 씹는 맛이 없나 보다. 소파는 천으로 덮었다. 끈 떨어진 가방들은 새로 샀다. 4곳의 방과 중요 짐들을 보관할 공간 1곳, 화장실 1곳, 주방을 포함하여 총 8곳을 막아야 했다. '강아지 안전문'이 종류도 많고 어떤 것이 좋은지 몰라 하나씩 주문 및 적용해 보았다. 주방은 'ㄱ' 자 형태여서 좀 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8곳을 모두 막았다. 거실 중앙에서 둘러보니 개를 가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죄수들의 감옥같이 보여 웃음이 났다. 개를 가두고자 했지만 결국 사람이 갇힌 꼴이다. TV에서 견주들이 안전문을 설치하는 이유를 그때는 몰랐는데 경험해 보니 그 심정을 감하 됐다. 그렇게 한 달을 못 버티고 안전문을 방마다 달았다.





 2024년 6, 물어뜯는 것이 조금 덜하 시작했다. 이갈이도 끝났고 중성화 수술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안전문을 하나씩 걷어냈다. 년 12월 에 배변 훈련을 위해 화장실 1곳을 먼저 앴다. 둘째 방부터 작했다. 둘째가 시루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나마 산책도 조금 시키는 편이다. 책도 이제는 온전히 부모의 이 됐다. 아이들도 커가면서 각자 자신의 일들로 바쁘다. 동안 둘째 방을 들락날락하며 물어뜯더니 나중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재미없어서인지, 익숙해져서 인 건지 예전 같지 않다. 이후 막내방, 안방, 주방 순으로 안전문을 없앴다. 현재는 고3인 첫째 방과 중요 짐들을 보관한 공간 2곳만 제외하고 모두 어냈다. 거실 중앙에서 다시 보니 후련했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다시 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개의 물어뜯는 습성이 100% 없어지지는 않는 거 같다. 확실히 전보다는 좋아졌다. 입질을 줄이는 방법은 체력을 소모시켜 줘야 한다. 그만큼 내 체력도 바닥이다. 시루 체력이 방전될 때가 있다. 둘째와 함께할 때는 러닝으로 체력을 소모시켜 준다. 이날 시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물 좀 먹고 드러눕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무슨 말을 해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그날은 곤히 잠을 잘 잔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아이가 혼자 데리고 나가면 멀리 가지를 않는다. 꼭 엄마나 아빠가 함께 가야 한다. 아이들이 산책을 많이 시켜주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관찰해 봐야겠다.




강아지 안전문에 대해서... 나름대로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보았다.


안전문은 크게 고정식과 비고정식으로 나눌 수 있다. 고정식은 말 그대로 벽면에 나사나 양면테이프 등으로 접착하는 방식이다. 비 고정식은 기다란 볼트를 이용해서 벽면 사이에 걸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안전문 상단의 좌우 장력으로 고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단단 벽면에만 가능하다.


첫째, 안전문은 중고로 사라! 어차피 개가 물어뜯기 때문에 새것이 필요 없다. 분리수거장에 이웃이 버린 것이 있다면 쓰고 당근에서 싸게 사는 게 좋다. 요즘은 개 키우는 집이 많아서 산책하다 보면 분리수거장에 버린 안전문을 많이 본다. 실제 걷어낸 안전문 중, 상태가 좋은 것은 당근에 팔고 나머지는 버렸다.


둘째, 안전문은 하나씩 사서 적용해 보라! 막을 곳이 많다고 안전문을 대량 주문하면 안 된다. 안전문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 곳만 먼저 적용해 보는 것이 좋다.


셋째, 가로길이가 중요하다! 막을 곳을 줄자 등을 이용해서 가로, 세로 길이를 측정한다. 고정식 안전문은 가로길이가 중요한데 막는 곳보다 안전문이 더 크면 안 된다. 안전문 양 끝에 끼우는 볼트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를 두어야 한다.


째, 'ㄱ' 모양의 간은 주변에 사용하지 않는 각목이나 나무 책장 등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영구적으로 쓸 것이 아니라면, 굳이 멀쩡한 벽에 나사를 박을 필요는 없다.


다섯째, 안전문은 바닥에서 살짝 뜨게 설치하는 것이 좋다. 우리 집은 거실 바닥이 대리석이다. 바닥에 닿게 설치하였더니 강아지가 물고 뜯고 부딪치면서 닿은 부분이 쓸리고 하다 보니 대리석에 선처럼 갈린 자국이 남았다.


당근에 팔기 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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