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상식, <상식 밖의 경제학>
이 글은 <상식 밖의 경제학> 서평이자, 내 지름을 막고자 나에게 쓰는 글이기도 하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가 있는데 자꾸만 미니5가 사고 싶다. 정말 필요해서일까? 그럼, 필요하고말고. 사야만 하겠다는 내 논리는 이렇다. 프로는 크고 약하고 무거우니, 안에 담긴 정보는 같되 휴대할만한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아이패드를 사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가 미니를 가지고 싶어 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절대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뭔가 선택하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이미 가진 것을 기준 삼아 비슷하면서 조건이 다른 것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것이다. 가진 것을 더 잘 활용해보겠다는 생각은 않고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 그것을 사야만 하는 명목을 만든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이패드를 향한 열망의 시작은 겨우 20만원 남짓한 와콤 태블릿이었다. 노트북 모니터를 보며 작은 패드로 그림을 그리노라니 색칠이 자꾸 비어져 나가는 것 같고, 액정에 직접 그리고 싶어 액정형 태블릿을 알아보니 그림만 그리는 도구를 그 돈 주고 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옳거니! 정답은 아이패드다! 똥손이 연장 탓을 하고 앉았던 것이다.
애플은 비교도 편하지 뭔가. 무려 세 가지의 사양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우리는 두 가지가 아니고 세 가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 -A, B의 구성으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는 동시에 출시됐고 크기 차이만 있다. 프로 12.9와 11과 프로가 아닌 것 가운데 난 뭘 선택했을까? 프로 중에 큰 것을 선택했다. 조건이 같은 듯 살짝 못한 것과 비교해 더 나은 것을 산 것이다. 큭, 노림수에 또 넘어가버렸다! 어디 이뿐일까. 처음 내가 아이패드를 살 때는 나의 취미에 투자하는 것이 이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나는 지금 비슷한 두 번째 결정을 하려고 한다. ‘아니 프로도 샀는데 미니 사는 게 대수야?’라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하게 된 것이다.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첫 번째 결정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지금 망설이는 이유는 고작 펜슬 두 개가 생기는 게 싫어서이다. 충전할 게 많아지는 건 귀찮은 일이니까! 아이패드를 아예 가지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나는 <상식밖의 경제학> 저자 댄 애리얼리가 고안한 자기절제신용카드가 꼭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 내일 강남에 약속이 있는데, 나는 과연 가로수길에 들릴 것인가 말 것인가! 그건 내일이 되어 봐야 알겠다.
+) 사람들에게 물건을 사게 하는 교묘한 심리학 장치들이 쉽고 흥미롭게 잘 풀려 있다. 항상 자기자신을 의심하고 이성적인 소비를 하라는 내용의 책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역으로 자기 제품을 더 잘 팔 수 있는 힌트를 얻어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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