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쓴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가 Oct 26. 2019

책임과 권한, 그리고 소통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Powerful'



『파워풀』은 패티 맥코드가 넷플릭스 최고 인재 책임자로 14년간 일하며 얻은 인재 관리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다. ‘나는 인사팀장도, 사장도 아닌데 읽어야 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웬만해서는 인사팀장이나 사장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언젠가 PO나 중간 관리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 그때가 되면 내가 속한 팀의 문화는 내가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팀이 높은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 색 글자로 표시한 문장은 프롤로그에 적힌 '넷플릭스 관리자 매뉴얼' 중 일부이다. 읽어 보면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다. 좋은 대학 가려면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말처럼 특별한 점도 없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게 지켜지지 않는 곳이 꽤 많다.


• 해야 할 일과 직면한 도전에 대해 개방적이고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 모든 직원은 극도의 솔직함을 실천해야 한다. 서로 간에는 물론 경영진에게도, 시의적절하게 만나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목적성도 당위성도 알 수가 없는데 그저 위에서 시키니까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첫 번째 소통 부재가 일어나는 지점이다. 그 일을 왜 꼭 해야만 하는지 서로 이해하고 나면 바보 같고 사소했던 일들도 나름의 가치를 갖게 된다. 그런데 왜 중간 관리자나 PO들은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것일까? 

내가 싫어하는 사수는 주로 이 일의 목적성을 물을 때 ‘나도 몰라요. 하라니까 하는 거예요.’, ‘간부가 이런 걸 좋아해요.’, ‘월급 받으려면 해야지.’라고 하는 부류이다. 나는 얼굴에 감정이 많이 드러나는 편이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눈으로 욕하는 게 느껴지는지 대화를 끝내버린다.(이건 내가 고쳐야 하는 점이다.)

두 번째 소통 부재는 일을 하는 중간에 일어난다. 이 일의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말을 하고 싶은데, PO가 무슨 철옹성처럼 버티고 서서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는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인 줄은 알겠다. 문제를 제기한 나만 까다로운 사람이 되고 끝난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책임은 명확한 반면 문제제기를 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그 순간 실무를 하는 나는 일을 포기해 버린다. 창조적으로 플러스알파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 **, 시키는 거나 잘하고 말자.’라는 생각으로 그냥 자기 분량 치고 퇴근해 버린다. 딱 하라는 만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거기 그대로 남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소통을 하고, 책임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고, 그리고 책임에 부응하는 권한을 가지고 싶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내가 있을 곳이 여기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내가 구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침 관리자 매뉴얼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 모든 관리자는 모든 지위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고성과자를 채용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인재 관리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실무자에게는 무서운 말이 될 수 있다. 모두가 고성과일 수는 없지 않나. 이직을 팀 단위로 하지 않는 이상, 낭중지추가 되기 위해서는 어쨌든 팀 안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때는 강점 위주여야 한다. 나의 실력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하고, 자기 분야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 있어서 자기 팀 안에서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강점이 분명해야 한다. (‘모든 지위에’가 아니라 ‘지위마다’ 그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으로 이해했다.)



인상이 좋으시네요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떄마다 느끼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 외에 더 뾰족한 수를 말해 주지는 않는다. 결국 해석과 적용은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난 인재 관리자도, PO도 아니다. 회사 덩치도 커서 아주 작은 부품일 뿐이다. 이런 나의 수준에서 적용점을 찾자면 팀원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문제를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강점 위주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정도일 것 같다. 

나는 지금 우리 팀이 좋다. (한 명 빼고요.) 배울 수 있고 기쁘게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이 나의 동료와 사수이다. 우리 팀이 어려운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방식이 정말 좋다. 2020년 우리 팀이 낼 성과가 기대된다.



- 넷플릭스 성장 비결이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한 팀을 이끄는 위치에 올라갔을 때 읽어 보면 좋을 책

- 개인적 측면에서는 "시작하라/그만하라/계속하라"가 거의 책상 앞에 써 붙여 놓을 만큼 좋은 내용인 것 같다. 팀이 이런 말을 서로에게 솔직히 말해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만담 #파워풀 #넷플릭스 #팀 #성과 #인재


매거진의 이전글 바보야 문제는 디자인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