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하게 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미치지 않고서야>
전공이 싫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택하지 않고, 그저 대학에 붙는 것을 목표로 학과를 결정한 탓이었다. 너무 쉽게 다른 길로 샜다. 내가 헤매고 다녔던 길은 중앙으로 쭉 뻗은 대로가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어두컴컴한 길이었다. 20대의 나는 그 길을 걸으며 ‘그럭저럭 공부하던 애, 학교에서 모범생 소리 듣던 애’가 평소에는 만날 수 없을 만한 것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맞닥뜨렸다.
나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또 잘했다. (취업과 동시에 놓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못한다.) 대학 공부나 취업 준비에 대한 압박도 잊고 휴학까지 하며 완전히 미쳐 지냈다. 20대 백수는 전부 자기가 작가인 줄 안다고, 누군가 그맘때쯤의 내 하루를 들여다본다면 ‘놀고먹으며 헛짓거리 하던 날들을 그렇게도 포장을 할 수 있네?’라고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의 내가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날들을 조금 더 영리하게 보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던 것들을 순수하게 사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전공학점과 취업스펙을 챙겨 가며 적당히 남는 시간에만 글쓰기를 했더라면 지금 다시 봐도 반짝거리는 기억을 얻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에너지는 모두 미칠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던 때에 축적된 것이다. 미노와 고스케의 책 『미치지 않고서야』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무난하게 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불행히도 지금의 나는 그저 그런 ‘무난한 사람’에 가깝다. 내가 하려는 것을 진짜 내가 좋아하는지도 잘 모른다. 처음에는 그냥 직장 다니고 나이 먹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을 잊게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이 먹을수록 늘어나는 잔걱정, 거의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 직장 일을 잘하고 봐야지 취미는 뒷전에 두자는 마음 같은 것들이, 낯선 길로 들어서거나 일단 부딪히고 보는 나의 거친 면들을 모두 갈아내 버렸다. 미노와 고스케가 다시 나를 일깨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자신의 손으로, 머리로, 발로, 이름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자신의 가격표를 의식하지 않으면 평생 누군가가 먹여주는 돼지로 남을 뿐이다.
돼지가 아닌 굶주린 늑대가 돼라.
20대의 나라면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 좋아하는 거 할 거야! 말리지 마!’라고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노와 고스케도 회사를 관두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한다. ‘너 어떻게 먹고 살려고?’라고 혼내는 게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편이 여러 모로 득이라고 말한다. 말마따나 공짜 회의실도 있는 걸?
나는 이제 예전만큼 겁이 없지도 않고, 아니다 싶으면 유턴하면 되는 20대가 아니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강점을 특화시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르길 다양한 일에 손대어 보는 힘은 분명 중요하지만 하나의 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한다. 나의 강점이자 내가 발전시켜야 하는 단 하나,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여야 한다.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일 같은 게 아니라 미칠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 속에 길이 보일 것이다.
중요한 건 행동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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