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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가 Nov 17. 2019

다이어트 앱, 제가 한번 사용해 보았습니다

습관형 상품 개발자를 위한 책, <Hooked>



이건 내 얘기다.


얼마 전에 모바일 코칭을 해준다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분홍 로고의 그것!) 오늘까지만 세일이라는 말에, 또는 후기가 입증한다는 말에 합리적으로 꼼꼼히 따지지 않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인스타그램 광고에 노출되기 전에는 그것이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광고에 혹하는 순간 살까 말까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간단한 미션만 지키면 온라인 상점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으로 얼마간 환급을 준다는데, 어쩐지 나는 그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계산해 보니 생각보다 싸고 몇 자리 남지 않았으니 얼른 결제를 해버렸다. 엄지손가락을 대니 5초 만에 결제가 마무리된다. 단지 돈을 지불했을 뿐인데, 이 프로그램이 체중감량에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지 뭔가. (살은 지금 구매 버튼을 누르던 것을 멈추고 나가서 뛰어야 빠지는 거다.)




하지만 두근거림은 얼마 가지 않았다. 업무 시각에 잔뜩 와 쌓여 있는 장문의 다이어트 응원 메시지가 딱히 와 닿지도 않고. 매일 30분씩 낯선 운동을 하는 것도 바쁜 중에는 과한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살을 빼려고 이걸 하고 있는지, 거기서 자꾸 미션이라고 주니까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게 찝찝해 마지못해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프로그램은 내가 잘만 사용하면 나의 조력자 역할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내 일상의 틈바구니를 잘 파고들지 못했다. 코칭 메시지이며 내가 수행해야 할 모든 미션이 앱 안에만 있어서 퇴근하고 나서야 확인하기 일쑤였다. 쌍방향 소통형을 구입했는데 퇴근하고 나서야 답장을 할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내내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일상에서 그것을 아예 제거하기로 했다. 다름 아닌 환불!



반영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환불을 진행한 상담원에게 몇 가지 건의를 했다.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계층의 사람들은 직장인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직장인들은 별도의 앱을 열고 이런 저런 메시지를 확인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앱푸시도 해제하거나 한 번에 다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어 무시하기 쉽다. 그러니 카톡 같은 메신저를 이용해 달라고. (카카오톡이 얼마를 받는지 모르겠다.)


코칭 메시지나 간단한 미션은 업무 시각 틈틈이 확인할 수 있게 일상 대화처럼 단문으로 받아보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편했을 것이다. “똑바로 앉아 있나요?”, “지금 물 한 잔 마시고 일하세요.” 같은 말들로 말이다. 게다가 간단한 메시지라면 사실 사람이 아니라 잘 설계된 프로그램이어도 되지 않을까? 살 빠지는 차의 종류 같은 걸 나열한 열 줄 넘는 뜬금없는 메시지라니. 스팸메일을 받아보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매일 바뀌는 운동은 내가 거기 능숙해진다는 기분이 들게 하지도 못했고 무슨 운동이어도 30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은 지친 날에 날 더욱 지치게 할 뿐이었다. 미션은 에어로빅인지 뭔지 모르겠는 30분짜리 운동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역 하나 만큼을 걸어갈 것을 권하고 그것을 인증하는 방식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가 매일 하는 것들에서 약간씩 변화를 주는 것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낯설고 이상한 것을 강요받아 자신의 자율성이 위협받는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은 압박감을 느끼면서 저항하게 된다. 사용자의 행동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해동을 스스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Hooked』 p.175



이 책은 습관형 상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례와 습관형 상품 개발의 기본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회사에서 기획 중인 게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메모를 했지만, 업무에 관련된 얘기를 공개 플랫폼에 남길 수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 책과 관련된 얘기를 남긴다. 내가 사용한 어떤 앱들이 왜 내게 친숙한 것이 되지 못하고 금세 삭제되었는지 알게 해주는 책, 그리고 내가 개발하는 것에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만담 #Hooked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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