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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 Kim Mar 07. 2024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매력에 대하여-2장

10년 만에 바이올린 잡은 나에게 너무한 거 아니세요?


처음 바이올린을 입문하게 되는 건 엄마가 시켜서도 있고 나중에 커서 유명한 솔리스트의 연주영상이 될 수 도 있지만,  솔리스트와 협연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될 수도 있고, 외국의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내한하여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솔리스트의 화려한 연주도 좋지만 그 뒤의 솔리스트를 더 돋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 오케스트라의 화음에 압도되는 경우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오케스트라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면 대부분의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구성은

1 바이올린(퍼스트바이올린) 2 바이올린(세컨드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현 파트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의 목관 파트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가 포함된 금관파트

팀파니 탐 큰북 등 다양한 구성의 퍼커션(타악기) 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가끔 피아노나 하프와 같이 곡의 특성상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오케스트라 배치도(미국식)


그림에서처럼 오케스트라는 주 멜로디를 바이올린이 연주하기 때문에 바이올린이 두 파트로 나뉜다 퍼스트 바이올린은 주로 멜로디 및 하이포지션을 나타내고 세컨드바이올린은 화음 또는 멜로디를 주고받는다.


나는 애초에 입단할 때 세컨드바이올린으로 입단했고 개인적으로는 세컨드바이올린이 성향에 맞았다.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에 익숙하고 상대적으로 박자에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게 또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내 친한 퍼스트 바이올린 단원은 자기는 세컨드바이올린이 너무 어려운데 그 이유는 이 음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었다.



이와 반대로 퍼스트 바이올린은 멜로디를 만들어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게 주로 하이포지션에서 매끄러운 소리가 나오는지가 주된 척도가 되고 나는 하이포지션이 정말 안 익숙하다..ㅎㅎㅎ 세컨드바이올린이라고 하이포지션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서 매번 연습하고 레슨도 받지만 매끄러운 소리를 내는 건 정말 어렵다.


나는 입단 첫 해에 슈베르트의 교향곡 4번 "Tragic"을 하게 되었는데

https://youtu.be/duf_3 WM2 neU? si=_dBTuHZjlVx46 fQl

오로초 에스트라다 지휘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오케스트라 (근데 오로초 아찌 표졍 왜저뤱)


처음 들어본 교향곡에 생소한 전개가 신기했던 곡이었다.

그리고 정말 정직하게 밑에서 박자를 쪼개줘야 했다.

위의 링크를 듣다 보면 1악장부터 밑에서 자가자가자가 하는 소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세컨드바이올린이다! 연습 전에 밥을 많이 먹고 하다가 까딱하면 졸 수도 있는 수준의... 정직하고 기계 같은ㅎㅎㅎ


그때 처음 부임한 지휘자님이 유럽에서 넘어오신 지 얼마 안 되시고 한창 의욕 넘치시던 시절(?) 이셔서

오케스트라 규모 보자마자 딱 슈베르트 4번 할 수 있는 사이즈라며 밀어붙이셨지만 개인적으로 별로였던 곡인데 그 곡을 들으면 그 악보가 떠오르고 멜로디가 기억나는 걸 보니 그래도 연습 열심히 했었나 보다.


입단했던 해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을 보면

스메타나 -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슈베트르 - 교향곡 4번

차이코프스키 -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번스타인 -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이렇게 했었는데 일전에도 말했듯 아주 오랜만에 바이올린 잡은 내가 저 곡들을 소화하기 위해선 진짜 연습 없이는 불가능했다.


특히 몰다우와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은 슈베르트 교향곡 4번으로 할만한데? 라며 살짝 고개를 든 자신감을 아주 무참히 밟아버렸다.


이건 박자 쪼개기보다 화음을 만들기 및 손가락 테크닉을 요하는 곡 들이기 때문에 화음 찾아 들어가는 연습이 필요했었다. 특히 중간에 놓치면 패닉 되는 (물론 어느 곡이 든 놓치면 패닉이 되지만) 곡들이라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했었던 기억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같은 경우엔 바이올린이 약음기가 있다는 걸 알려준 곡이기도 했다.


https://youtu.be/yEmsXdCjsos? si=Zf_5 J7 GAuJ-BvbqR

오로초 에스트라다 지휘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오케스트라 (근데 오로초 아찌 표졍 왜저뤱2)

개인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처음 바순의 저음으로 시작되어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 순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너무 맘에 든다


이렇게 목관의 멜로디를 하게 되면 현이 안 나오거나 밑에서 베이스 깔아주는데 상대적으로 수가 많기 때문에 PP 인걸 유지 하기 위해 약음기를 끼게 된다


이렇게 고무재질로 된 동그란 원형인데

평소엔 줄에 걸어놓고 있다가 Con sordino

라는 문구를 보면 저 브리지에 걸어두면 된다.


영상 6:25초부터는 몬태규가 와 캐플릿가의 칼싸움을 묘사하게 된다. 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뒤에서 심벌즈가 챙챙 거리면서 칼싸움을 연상하게 된다.


사실 연습할 땐 손가락이 안 돌아가서 진짜 제일 애먹었던 부분인데 합주 때마다 칼싸움 부분이라며 설명해 주시는 지휘자님이 이해가 잘 안 갔다가 총연습에서 심벌즈의 소리를 듣고 이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 하이라이트는 14:20이다 꼭 들어보길! 악보상으로 Letter H인데 (악보에 마디가 없으면 각 소주제마다 레터가 적혀 있다.) 진짜 대문자 F인 나는 이 부분 연주 할 때마다. 얼마나 전율이 흐르던지!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면 할수록 좋아졌으면 좋으련만.... 난관은 계속 있었고 이때 당시 나에게 최강의 보스몹은 번스타인의 웨.사.스 였다.

https://youtu.be/dUSPzL7 lsY8? si=VpBu6 YbaqoeHa8 La

오로초 에스트라다 지휘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오케스트라


오늘 갖고 오는 공연이 다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오케스트라 곡들인데 이 오케스트라도 잘한다


곡으로 돌아와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박자 그리고 일반 클래식에서 자주 사용 안 하는 박자들의 향연 한 소절 안에서도 여러 악기가 주고받는 음들....(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말러나 브람스를 할 줄 몰랐지).

근데 이해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곡이었다


입단 1년 차 이자 10년 만에 바이올린 다시 잡은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프로그램이었고 연주를 한다기보다 따라가기 급급했다.


그렇지만 합주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거 같은 합주 소리와 실제 정기연주회에서 만들어낸 화음은 정말 그간의 고생을 싹 잊게 해 준다.


회사 갔다가 집에 오면 그렇게 피곤하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바이올린을 들고 다시 연습실에 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때 다니던 회사는 진짜 출근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빨리 가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가서 바이올린 연습해야 해서.


첫 공연을 본 엄마의 첫마디는 "그때 음악을 시켰어야 했어" 라며 말했다던데.


만약 그랬으면 나는 이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몰랐지 않았을까!


요즘 우리 오케스트라에 새로운 신입단원 모집기간이던데 누가 들어오건 재미있는 취미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그만큼 매력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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