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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l 03. 2019

아이를 환대하는, 힙하디 힙한 카페

저는 카페 그리고 커피를 좋아합니다. 언젠가 스타벅스에서 제품을 만들면서 내놓은 슬로건이 있는데, 여전히 그 슬로건을 좋아합니다.  


Never be without great coffee


항상 great coffee와 함께 하라는 것. 잠시 커피 끊기를 시도했었습니다(한 번은 자발적으로, 한 번은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의외로 두 번 다 잘 해냈습니다. 커피 없는 삶의 좋은 점도 충분히 만끽했습니다.


실제로 피부도 좋아지고 오히려 덜 피곤해지고 삶이 Wellness 그 자체였죠.


하지만 어느 순간 ‘커피 끊기’를 끊고 나서, 즉 커피를 다시 마시기로 하고 나서, 처음 마신 커피 맛은 (그간 두 번이네요. 두 번을 끊었으니까요)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좋은 걸 내가 왜 끊었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으니까요..


여튼 저는 매일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의 커피 사랑 이야기.



이런 저의 커피 사랑은 아이가 있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죠.


여전히 저는 매일 매일 great coffee를 추구하려 합니다. 정확히는 하루의 great moment이랄까요. 커피로 상징되는, 삶의 여유로운 순간이 하루에 한 번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말에 남편과 아이와 카페 가서 커피 마시는 게 큰 낙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 주말에 갔던 카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페인데요. 회사 근처에 있는, 베이글과 커피로 유명한 곳입니다. 서울시내에 두어곳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근처 볼일이 있어서 우연히 본점 격에 해당하는 카페에 갔습니다.


힙한 카페가 그렇듯(?), 외진 곳에 있습니다. 외진 곳에 있어도 다들 어찌 어찌 알고 옵니다. 그래서 제가 갔을 땐 빈 자리가 딱 한 곳 있었고 만석이었습니다.


그 테이블에서 의자 하나를 이동시켜 그 자리에 유모차를 놓고, 저희 부부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주변은 아이패드 혹은 맥북 펴놓고 열공 혹은 열작업하는 분위기.


웬지 움츠러 듭니다. 찬반 논란이 격하게 벌어지는 '노키즈존'을 의식했기에, 더 그랬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갖다 주는 수염 기른 바리스타(힙스터의 표본이죠), 웬걸, 저희 아기한테 아주 짧게 밝은 인사를 하는 겁니다.


아, 얼마나 힙해보인던지요. 저 인사는 바로, 포틀랜드나 시애틀에서 봐 왔던 그런 인사 아닙니까.


낯 가리는 저희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려 하자, 머쓱해 하면서 돌아 갔습니다.


이번엔 다른 직원이 커피와 베이글을 갖다 주며 아이에게 또 인사. 이번엔 저희 아기도 반가워 했습니다.



이게 참, 뭐라고. 별거 아닌 것에도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를 환대하는 힙스터 바리스타


커피 맛도 베이글 맛도 좋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날의 great moment였습니다. 당연히 그 커피는 great coffee였구요.


올 초에 사회학자 오찬호 선생님이 신문에 쓴 칼럼이 기억에 납니다.


담배 피우는 행동을 통제하는 노스모킹존이 있었지만 흡연이 유력시 되는 사람들을 미리 공간에서 통제한 역사는 없었다. 요즘 카공족(카페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면서 갑록을박이 한창이지만 사람을 원천 차단하자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다른 기준을 자꾸 적용한다...(중략)...한국사회에서의 노키즈존은 다르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산책을 하던 부모가 잠깐 쉬기 위해 들른 평범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구입한 다른 사람의 (개념도 모호한) 조용히 있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황당함이 과연 다른 나라에서도 존재할까?


저는 아이에게 보여주는 사회의 태도는 그 사회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키즈존 논란과 관련해서 시끄러운 아이를 방치하는 등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모가 되어서도 안되곘지만, 모든 부모들이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일부의 예를 두고서 특정 공간에 대한 전체 집단을 차단하는 건 그만큼 사회가 경직됐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인 듯 합니다. 공교롭게도 포틀랜드나 시애틀 같은 도시는 다양성을 대체로 존중하는 도시로 꼽히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great moment를 느끼며 또 한 번 Never be without great coffee를 실천했다는...기억을 떠올리면서 글을 맺습니다. 아이를 환대하는 카페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TMI)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하는 카페 유랑기도 종종 올릴까 합니다.



엄마.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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