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진료실에서 건네는 조언 14화
“간만에 늘어지게 낮잠을 잤더니 더 피곤하고 머리가 아픕니다”
어쩌다 이런 경험 있으실 겁니다.
낮잠 두통.
흔한 두통은 아닙니다.
만성두통 편두통 환자들에게는 흔한 일이지만.
대개 낮잠을 자고 두통이 생기는 건
짧은 잠보다는 긴 잠일 때입니다.
10분~30분이 아니라
30분~60분 또는 몇 시간일 때 두통이 발생합니다.
잠자는 자세나 경추문제를 고민하고
낮잠은 나쁜건가? 하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낮잠 두통의 주된 이유는
수면주기에 따른 수면관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잠은 수면의 깊이와 뇌파 등에 따라
얕은 잠, 깊은 잠, 꿈꾸는 잠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REM수면 : 꿈꾸는 잠
Non-REM수면 : 얕은 잠, 깊은 잠
Non-REM수면은 3가지 파트가 있습니다.
N1 (가장 얕은 잠) : 톡 치면 쉽게 깨는 상태
N2 (안정 수면) : 수면 유지시스템 가동
N3 (깊은 수면) : 깨기 어려운 깊은 수면 상태
Non-REM수면과 REM수면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이클을 수면주기라고 합니다.
수면 주기는 성인 기준으로 대개 90분인데,
사람에 따라 그리고 수면 전후반부에 따라
70~120분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수면주기는
하룻밤 자는 동안
4~6번 또는 그 이상 반복되게 됩니다.
사실 잠은 하나의 긴 여정이 아니라
여러 수면주기가 이어지는 옴니버스 구조인 셈입니다.
낮잠 두통은 이 수면주기 중에 발생하는 수면관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수면관성(Sleep Inertia)이란
잠에서 깬 후에 일정 시간 동안 지속되는
인지·행동·각성 수준의 저하 상태를 의미합니다.
잠에서 깨긴 했는데,
정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멀뚱멀뚱한 상황,
잘 아실 겁니다.
대개 멍~한 상태죠.
그래서 수면관성(慣性)은 수면무력증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깊은 수면 도중에 깨어나면서
뇌의 각성 시스템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수면관성은
N3 깊은 수면 도중에 깨어났을 때 발생하게 됩니다.
대개 알람없이 아~ 잘잤다~하고
잠에서 자연스럽게 깨는 것은
얕은 Non-REM수면중이거나
한 수면주기가 끝났을 때입니다.
수면관성 자체는 정상적인 생리반응입니다.
다만,
지속 시간이 과도하게 길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두통도 그 문제점 중의 하나입니다.
수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N1 → N2 → N3 → 얕은 잠(N2) → REM수면
이런 순으로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잠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도 점점 깊어지게 됩니다.
얕은 잠 → 점점 깊은잠
낮잠이 짧으면 N1, N2 정도에서 일어나게 되지만
낮잠이 길어지면 N3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N3수면단계에서 깨게 된다면,
수면 관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낮잠 두통은 수면관성이 두통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 수면관성은 뇌의 각성 시스템과 자율신경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이때 뇌혈류 조절과 통증 억제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면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해당되진 않습니다.
주로 신경계의 여유가 부족한 분들입니다.
- 피로가 쉽게 쌓이고, 회복이 더디고, 수면이 불안정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분들 그리고 만성두통 편두통 환자.
그러면,
예, 맞습니다.
짧게 자는 것도 방법이지만,
N3를 지나 REM수면까지 수면주기의 한 사이클을 완전히 채우고 일어나면 되겠죠.
그러면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의 수면 주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70분~120분으로 일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수면주기는 수면다원검사로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앱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 자료로 알아낸 수면주기에 따라서
한 사이클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깨면
안심하고 긴 낮잠을 잘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낮잠의 수면주기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길게 자고 일어난 시간이
애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하필 N3 도중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주기 한 사이클의 길이는
한밤중에도 매번 같지는 않습니다.
N1, N2, N3, REM 각각의 시간도 가변적입니다.
그리고 낮잠에서는 더 불규칙합니다.
게다가 피로가 심하면 일시적으로 N3수면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수면주기를 고려한 긴 낮잠은
계획은 좋지만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분내외(10~30분)의 짧은 잠을 Power-Nap이라고 합니다.
N3의 깊은 잠에 들기 전에 잠에서 깨면
피로가 풀리고 업무 수행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 파워 냅(Power nap)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코넬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제임스 마스(James Maas) 박사가 그의 저서 [잠의 지혜(Power Sleep)]에서 처음 사용하며 대중화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낮잠두통은
설명드린 것처럼 20분 내외의 짧은 잠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짧게 자도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성두통 편두통 환자들입니다.
= 만성두통 환자는 통증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기준점(baseline sensitivity)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낮잠이라는 작은 변화 자체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통증 회로가 쉽게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성두통환자가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생활전반이 이미 피로가 심한 상태라면 말입니다.
일시적인 기간이라도
스트레스로 신경계의 부하가 누적되어 있다면
작은 변화에 두통이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낮잠에도 두통이 생기는 경우는
사실 낮잠 두통보다는
졸음 두통에 더 가깝습니다.
두통은 자고 난 뒤에 생기기도 하지만
졸릴 때 이미 두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졸음과 낮잠은 뇌의 피로를 의미합니다.
자고 나면 피로는 풀려야 정상이죠.
하지만 졸음이나 낮잠에 동반해서 통증회로가 같이 활성화된다면 사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 뇌가 피로해지면 통증을 억제하는 시스템 또한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자고 나서가 아니라 졸릴 때 이미 두통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졸음 두통에 대해서는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낮잠 두통은 잠의 문제가 아니라
깨어나는 과정의 실패에서 생기는 두통입니다.
밤잠이 부족한 분에게 낮잠은 보약같은 존재입니다.
보약이 독으로 작용한다면 점검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낮잠을 주무실 때는 10~20분 알람 꼭 하십시오~~
아직 4월인데 벌써 봄이 깊어 여름이 지척인 듯 느껴지는 즈음입니다.
개운한 낮잠을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