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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머리영 Jul 08. 2020

플로깅을 소개합니다

군산으로 이사 와서도 2년마다 이사를 다녔어요. 이번에 이사 온 곳은 은파호수공원 근처랍니다.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도 잠깐 호수를 내려다보고 들어올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지요. 


울긋불긋 가을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작년 11월. 삼 남매와 함께 빵을 먹으며 은파의 가을을 산책했어요.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리들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들. 

  

둘째는 나뭇가지를 주워와 뚝딱 젓가락을 만들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나뭇잎을 쓰레받기로 활용하는 스킬도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벤치 사이에 꽂아둔 화장지와 나뭇가지에 꽂아둔 도넛 모양 전단을 보고 왜 일부러 꽂아두고 가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저녁에는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림책 <11월>을 보며 아름다운 은파의 11월이 쓰레기로 오염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사진으로는 담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는 쓰레기를 떠올리며 한 가지 규칙도 세웠습니다. ‘위험한 곳에 있는 쓰레기는 사진으로만 주워요.’ 그 날의 활동을 피드에 올렸습니다. 부지런히 해시태그를 달아서요. 이렇게.    


  #은파호수공원 #은파의현실 #산책 #쓰레기줍기 

  #11월 #신시아라일런트 #그림책 #그림책육아    


그랬더니 댓글에 초록 하트를 남겨준 환경단체가 있었습니다. 찾아가 보니 쓰레기 줍는 활동을 계속해서 올리는 환경단체였어요. 감사하게도 번역 기능이 있어서 낯선 눈썹과 꼬리가 달린 글자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제아무리 낯선 문자라 해도 사진과 영상만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더라고요. 

  

찾아보니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plogging)은 줍다(plokka-up)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자는 운동이었어요. 그들은 활동 영상이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동참을 권유하고 있었어요. 달리다가 잠깐 쓰레기를 줍는 자세를 통해 운동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면서 말이지요. 덕분에 저도 낚였습니다. 말이 조깅이지 달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줍기만큼은 꼭 동참하고 싶어서요.

  

플로깅의 우리말 버전으로 ‘줍깅’이 있어요. 역시 우리말은 아름다워요. 이렇게 아름답깅 있깅 없깅? 저는 왜 이런 말장난이 한결같이 재밌는 걸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산에서는 ‘클린산행’, 바다에서는 ‘비치클린’으로 불리는데, 이렇게 쓰레기 줍기 운동이 다양한 이름으로 널리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그럼에도 역부족이라는 현실이 참으로 슬퍼요. 

  

어느 피드에서 확인한 온몸에 비닐을 뒤집어쓴 두루미 한 마리가 자꾸 떠올라요. 뾰족한 입만 겨우 내밀고 있는 두루미 사진이었어요. 어느 다이버는 바닷속에서 비닐봉지에 갇혀 바닥에 버리를 박고 있는 물고기를 발견하고 바로 봉지에서 꺼내 주었어요. 두루미도 물고기도 검정 비닐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졌어요. 바람 따라 나뒹구는 길가에 비닐봉지를 이제는 도무지 그냥은 지나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낚싯줄에 목이 칭칭 감긴 물개를 멀리서 확인하고 달려가 물개를 부둥켜안고 낚싯줄을 끊어주는 영상도 잊히지가 않아요. 점점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는지, 처음에는 그렇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더니 나중에는 고개를 돌려가며 구조자와 눈을 마주쳐주었어요. 구조자의 모습이 비치는 크고 맑은 검은 눈동자가 어찌나 예쁘던지요. 그 눈과 마주칠 때마다 어찌나 속상하고 가슴 아프던지요. 그나마도 이렇게 발견되어 구조된 동물들은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렇게 몇 개의 환경단체들과 환경운동가들을 팔로우하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플로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개인뿐 아니라 소모임 그리고 행사 일정까지를 헤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0월 0일 제주도에 있다면 세이브 더 제주바다의 한 팀이 되어 00 해수욕장 비치클린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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