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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머리영 Jan 03. 2021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초4 따님의 친구분

정은에게는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였던 재은이가 있다. 4학년엔 같은 반이어서 더욱 친해졌다. 학교에 자주 가지 못했지만, 그 몇 번의 만남에도 재은과의 추억은 차곡차곡 쌓였다.


올해, 5학년부터 전학을 앞둔 정은인 작년만 해도 전학하겠다고 상관없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친구가 귀해진 정은에게 이제 전학만큼 피하고 싶은 주제는 없다.


"정은아 너는 둘째라서 서운할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어느 날, 재은의 물음에 정은인 둘째라서 서운하다는 뜻을 깨닫지 못하여 쿨하게 아니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날 저녁, 엄마에게 아직 할 말이 남아있었던 정은인 동생이 깜빡이도 없이 끼어들어 엄마의 대답을 가로채서 속상했다.


언니가 읽어보라는 책은 엄마도 알고 있고 같이 얘기도 나누고 그러던데, 자기가 꼭 읽어보라는 책은 결국 그냥 반납한 적도 있었다.


다음 날 재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어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원래 셋 있는 집에서는 그런다더라. 첫째는 첫째라서 이쁘고 막내는 막내라서 이쁘고. 그러니까 둘째는 서운한 거래."




"아이고 정은아! 그래서 재은이한테 말하고 나니까 좀 풀렸어? 정은이 다 컸네! 친구한테 엄마 흉도 보고."


정은이의 이야기에 웃음이 나면서도 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셋을 키우며 아무래도 둘째에게 소홀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은아 잘했어. 그렇게 친구한테 털어놓기도 하면서 푸는 거야. 그리고 지금처럼 엄마한테도 얘기해 줘. 친구한테만 얘기하면 엄마는 계속 모르고, 모르니까 또 계속 그럴 수도 있잖아.

그런데 재은이는 첫째고, 동생이랑 둘 뿐인데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을까? 걔 너무 어른스러운 거 아니니?"


"응. 우리 재은이가 좀 어른스럽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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