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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Jun 10. 2022

지난 일

  “다 지난 일이야. 잊어버려.”


  지난 일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그 이상의 방법이 없다.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고, 해결해줄 수는 더욱 없다. 그저 잊고, 지난 일에 연연하며 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당사자 입장에서는 지난 일을 잊는 게 쉽지가 않다. 가슴 아픈 기억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잘못이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되면 분노가 동반되고, 잘못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되면 자책이 동반된다.


  물론,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리라. 특히나 그 문제가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보다 치열하게 매달려야 하리라. 사소한 일이라면 머릿속에서 떨쳐내려 애쓰는 게 바람직하리라. 지나간 사소한 일에 얽매이면 지금 하고 있거나 해야 하는 일에 지장을 초래할 테니까. 사소한 일에 자꾸만 얽매이는 습성이 있다면 자신의 삶의 자세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좀 더 큰 틀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며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 문제일수록 심심하면 한 번씩 떠올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러니 다시는 떠올리지 말자고 다짐해 보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이제, S는 지난 일로부터 교훈을 얻자는 쪽으로 머리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S는 언젠가 큰돈을 사기 당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도 해결 방안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착잡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사기를 친 대상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었고, 사기를 당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짜증이 났다. 초기에는 대상에 대한 분노가 더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짜증이 더 커졌다. 좀 더 현명했더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아, 그때 여기저기 알아보고 판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왜 그때는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러나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생각을 곱씹어 보았자 머리만 지끈거릴 뿐이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그것이 자신의 한계였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조금이나마 과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한 성찰 없이 살아간다면 과오를 되풀이하게 되어 있다.


  한편, 자신의 잘못된 말이나 행동으로 타인에게 아픔을 안겨준 기억 또한 쓰라림이 오래 간다. 그것이 잘못인 줄도 모르고,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무지와 어리석음에 욕심이 달라붙어 생긴 일들이다. 욕심은 자기중심의 생각을 낳고,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성이 잠들면 요괴가 눈을 뜬다’고 한 프란시스 고야의 말처럼.


  S는 과거에 자신이 행한 잘못이 떠오를 때마다 낯이 뜨거워진다. 아, 왜 그때 그런 말을 함부로 했던가…….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을까……. 왜 그런 생각을 품고 지냈을까……. 그럴 때면 자살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후회와 자책에 파묻혀 살아간다면 남는 건 죽음 또는 죽음 같은 삶밖에 없으리라. 


  살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 퍼뜩 깨닫고 서둘러 용서를 구하고 비슷한 실수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순간은 아닐지라도 시시때때로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겠다고 S는 생각한다. 쉽지 않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데서 대부분의 실수나 잘못이 나오게 마련인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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