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by 이룸


2025년 2월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주최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예비창업자 모집>에 응모했다. 선정되면 평균 2천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는다. 매장 모델링, 사업 수행을 위한 기기, 홍보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받아서 시작한다면 부담이 확연히 줄어들지 않겠는가. 사업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서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한 달 뒤에 문자가 왔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원서를 꼼꼼히 검토한 결과, 아쉽게도 이번 서류평가에서 미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5년 6월초에 역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주최하는 <희망리턴패키지 재기사업화 소상공인 모집>에 다시 응모했다. 선정되면 총사업비 4천만 원 한도에서 50%를 지원받는다. 다시 사업신청서를 제출했다. 6월말에 문자가 왔다. “서류를 검토한 결과 아쉽게도 금년도 사업에 참여하실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정부지원금을 받아서 부담을 줄이며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두 번에 걸쳐서 확인했다. 결국 내돈내사(내 돈으로 내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우선 장소를 바꾸고 싶었다. 한 장소에 오래 살게 되면 편하긴 하다.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 맛있는 식당, 산책 코스 등에 이르기까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가 머릿속에 훤하다. 그러나 변화를 주고 싶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6월에 전주대학교에서 네 번에 걸쳐 ‘온라인 진출 역량 강화 교육’을 받았다. 전주대학교 뒤에 천잠산이라는 산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책하기 괜찮겠군, 하고 생각했다. 도서관도 가까운 곳에 있다. 전주에서 익숙하지 않은 곳인데 생활환경은 좋아 보였다. 그리하여 전주대학교 앞쪽을 거닐며 가게 얻을 곳을 물색했다. 취미로만 하다가 사업에 뛰어드는 만큼 1년 정도는 돈 한 푼 벌지 못할 각오로 임해야 한다. 고로 최대한 싼 곳을 구해야 한다. 열 평 크기에 큰길가 1층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 했고, 골목은 40~50만 원 정도 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 한 곳에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가 있다고 해서 보러 갔다. 골목에 있는 원룸 건물의 1층이었다. 제법 깔끔했다. 조금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방 또한 가게 자리 근처에 얻었다. 12년 동안 머물렀던 완산소방서 부근에서 전주대학교 앞쪽으로 삶의 공간을 바꾸게 되었다.


작은 짐들은 매일 자동차로 오가며 조금씩 날랐고, 이제 큰 짐만 남았다. 책장 두 개, 테이블 네 개, 책걸상 세트 네 개, 복사기. 당근마켓에서 ‘이사’를 검색한 다음, 한 곳에 전화를 걸어 보았더니 60만 원이라고 했다. 내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당근마켓 ‘알바’에 글을 올렸다. ‘영업용 트럭 있으신 분 구합니다. 한 분이 오시면 저와 함께 짐 나르고 20만 원, 두 분이 오시면 셋이서 짐 나르고 15만 원씩.’ 그랬더니 ‘당근’이 정신없이 울려댔다. 30명 가까이 지원했다. 올라온 글들을 확인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그 중에서 ‘택배 트럭입니다. 두 명 가겠습니다.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저희들이 알아서 짐 옮겨드리겠습니다.’에 ‘확정’을 눌렀다.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를 다섯 번 들른 이력에 있는 나에게 고맙게 와 닿은 댓글이었다. 그렇게 해서 짐 옮기기도 해결이 되었다.


사진액자 가게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포토프린터. 엡손 SC-P904와 10색 잉크 세트를 구입했다. 169만 원. 사진을 인화하고, 액자 틀을 온라인으로 구입한 다음 조립하여 판매할 계획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액자 틀까지 직접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은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다.


임차한 공간에 책장과 테이블을 배치하고 벽에 못을 박은 다음 사진을 몇 개 걸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크기의 사진액자들을 진열할 예정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간판도 설치해야 하고 조명도 바꿔야 한다. 가장 많이 배우고 연구해야 할 것은 온라인 판매를 개척하고 활성화하는 일이다. 전주대학교에서 잠깐 배웠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여전히 깜깜하다.



머릿속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무엇부터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 그러나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니체의 명언을 가슴에 품고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한다. "높은 감각의 강함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이 높은 인간을 만든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매장 내에서 독서모임도 시작할 계획이다. 독서모임 이름은 정해 놓았다. 따또같(따로 또 같이).



*사진액자를 구경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 주세요.

https://blog.naver.com/ccar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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