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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현수 Sep 15. 2020

2. 정확하게 애정을 주는 법

‘어떻게 죽이지 않고 잘 키우죠?’에 대한 답변




식물을 다루는 사람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대뜸 식물 죽인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울 수 있는지 묻습니다. 질문을 조금 수정해 "식물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1단계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신다면 저는 감히 '정확한 이름을 아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이름의 중요성을 알았던 건 아닙니다. ‘이 식물은 빛을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추위는 얼마나 견딜 수 있지?’, ‘흙을 잘못 쓴 건 아닐까?’ 식물을 대하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궁금증을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확한 이름이라는 것을 시행착오 속에 점차적으로 알게됐습니다. 국내에서 활발히 판매되는 식물은 시장에서 부르는 '유통명'만 알아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외 대부분은 유통명의 검색 결과가 부정확합니다. 공식 명칭(학명)을 알았다면 한 번에 얻을 정보를 멀리 돌아 겨우 얻게 되는 경우가 많고, 최악의 경우 틀린 정보를 토대로 식물을 관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식나무(좌)와 식나무(우) *출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학명은 해당 식물이 속한 그룹 정보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름을 많이 알면 알수록 정보를 저절로 체계화 해서 익히게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가령 '청목'이라는 유통명을 달고 제게 온 식물은 알고 보니 '금식나무'라는 정식 국문명을 가진 식물이었습니다. 학명은 'Aucuba japonica f. variegata (Dombrain) Rehder'로,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식나무(국문명/ 학명:Aucuba japonica Thunb.)'의 친척이었습니다. 만약 '청목'이라는 금식나무의 유통명과 '넓적나무'라는 식나무의 유통명만 알았더라면 두 식물을 묶어서 파악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정확하게 부를 줄 알면 그와 관계된 다른 정보들까지 함께 따라옵니다.



정확한 이름은 이미지 검색을 할 때도 유용합니다. 유통명과 공식명은 이미지 검색 결과의 질도 확연히 다릅니다. 때문에 자생지에서의 성장 모습이라든가 꽃의 색상 등 해당 식물의 다양한 면면을 이미지로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공식명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정확하게 칭찬하는 비평가'가 되고 싶다고 밝히며 장승리의 시 '말'을 인용합니다.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어 (중략) /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라는 문구를 풀어내며 정확한 말과 문장을 통해 좋은 작품을 그 작품에 걸맞게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학평론가로서의 소명을 이야기 합니다. 저에게는 인용된 시문이 이렇게 읽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는 것(calling)은 정확하게 애정을 주는 것(caring)과 이어져 있다.'



곁에 들이기로 한 그 식물의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며, 정확하게 애정을 쏟을 수 있기를 바라며 정확한 이름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안내해봅니다.





+ 정확하게 불러주기 위한 방법과 사이트 정보


구입한 식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식물 구입처에서 유통명을/이라도 꼭 알아와야 합니다. 이는 구글링을 위한 '단서'가 됩니다. '청목'은 생물종 관련 검색 포털에서 바로 진짜 이름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작은 단서를 이용해 점차적으로 전체 이름을 알아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늬 고로키아'라고 적힌 푯말을 가져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구글에 '무늬 고로키아' 그대로를 검색하면 구글이 알아서 '무늬 코로키아'라는, 검색량이 더 많은 검색어를 안내해줍니다. '무늬 코로키아'의 검색 결과를 보니 '마오리 코로키아', '코로키아 코토네아스테르' 등 유사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중복해 등장하는 단어인 '코로키아'를 단서로 삼아 다음 단계로 이동합니다.



식물의 공식 국명이 정리되어 있는 '국가표준식물목록' 사이트에 코로키아의 영문 스펠링(corokia)을 검색하니 5개 식물이 떴습니다. 구입한 식물이 정확히 어떤 이름인지 알려면 생김새와 대조가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이 식물들은 아직 도감 정보가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검색된 5개의 학명을 긁어 다시 구글에 검색한 후, 가지고 있는 식물의 잎 무늬와 모양, 꽃이 피었다면 꽃의 생김새와 색상 등을 대조해봅니다. 대조 결과 이 식물은 코로키아 비르가타 '선스플래시'(Corokia x virgata 'Sunsplah')가 올바른 이름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이름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0. 유통명 확인하기

1. 유통명으로 단서 찾기(구글링) *단서=중복해서 등장하는 이름의 영문 스펠링

2. 국가표준식물목록 등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서 단서 검색하기, 도감 정보가 있다면 대조하여 최종 확인

3. (도감 정보가 없을 경우) 해당 단서로 나온 이름들을 구글에 재검색하기

4. 보유하고 있는 식물과 대조하여 올바른 이름 찾기



하지만 단서를 찾았음에도 국내 사이트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야 합니다. 제가 초반에 즐겨 찾은 곳은 '더 플랜트 리스트'라는 곳인데, 단서를 찾았다면 아래 사이트에서 검색해 위의 3, 4번 단계를 동일하게 거치면 됩니다. 이곳의 장점은 해당 이름이 널리 인정되는(accepted) 이름인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confidence level)을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이 사이트는 도감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데, 대신해서 식물 이름을 누르면 이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웹사이트를 안내하고 있으니 취향이 맞는 곳을 선택해 이용하면 됩니다.






*언급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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