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 즈음이면 메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유형입니다.
그리고... 저렇게 질문이 오면 저는 답을 하기가 참 많이 어렵고요.
질문해 주신 분은 간단한 문장 한두 개로 예산 작성법에 대해서 질문하실 수 있지만
답을 해야 하는 저는 최소 A4용지 열 장 넘는 분량의 내용을 구성해야 저 질문에 알맞은 답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질문하시는 분들의 답답한 그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회계 업무 초심자 시절의 저도 딱 그랬었거든요.
급기야는 '잘하는 누군가 와서 그냥 딱!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절대 실행될 리 없는 소원도 빌어보고 그랬었어요.
그렇다고 또
무턱대고 아무렇게나 예산을 작성하게 되면 나중에 필연적으로 고생을 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와.. 내가 이걸 이렇게 짰다고..?'라는 생각이 들 거거든요.
(시간은 가고, 우리는 계속 교육을 들을 거고, 그러다 보면 업무 지식은 자연스럽게 쌓일 거거든요.)
그날이 왔을 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지 않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예산을 작성하기 위하여 사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먼저 알아보도록 합시다.
재원은 재물의 근원, 곧 '출처에 따라 각각의 이름이 부여된 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데,
큰 줄기로 나눠보면 보조금, 후원금, 자부담금, 이월금 등등이 되겠죠?
우리가 소속된 기관에서 쓸 수 있는 돈은 1원이라도 예산에 싹 다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에
돈의 종류와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회계 업무 초심자들의 마음에 피어오르는 질문이 있어요.
"아니... 내년에 어떤 돈이 얼마나 들어올지를 모르는데 그걸 지금 어떻게 알고 예산에 반영한다는 거지?"
예산을 한자로 쓰면 "豫算"인데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미리 셈한다"라는 의미예요.
보통 내년도 예산 작업을 9~10월 정도 즈음 착수하게 되는데요, (빠른 곳은 8월부터도 하죠)
내년에 우리 기관에 들어올 돈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맞아요.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금년에 우리 기관에서 활용했던 재원들의 종류와 규모를 확인하면 내년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수입이 들어올지를 예상해 볼 수 있겠죠?
내년도 예산은 보통 이 예상 금액에 맞춰 작성하는 것이고, 금년에는 없었지만 내년에는 들어올 것이 확실한 수입금이 있다면 당연히 미리 반영하면 되고요.
회계 초심자분들께서 착오를 일으키는 것 중 하나가 예산을 작성할 때 정확히 잘 맞추라고 하는 이야기는
내년에 들어올 돈을 정확히 맞추라는 것이 아니라 세입과 세출의 금액을 정확히 맞추라는 이야기예요.
세입 금액이 1억이라면 세출 금액도 1억으로 맞춰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걸 잘 못하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제가 회계 업무 꼬꼬마였던 시절에 정말 말도 안 되는 갖가지 실수들을 참 많이도 했었는데요,
그 무수한 실수들 중 가장 짜릿한(?) 것이 바로 재원별로 예산을 각각 짰던 것이랍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이없는 대실수이기는 한데, 그 당시 저는 "아니, 돈의 성격이 아예 다른데 이걸 어떻게 예산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 녜...... 몰라서 그랬어요. 몰라서. -ㅅ-;;;
컨설팅 나가서 "금년도 예산서 좀 보여주세요"라고 하면 여러 개로 쪼개진 예산서를 가져다주시는 기관들이 더러 있어요.
쪼개진 예산서를 보면 돈의 성격, 혹은 사업의 성격에 따라 나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돈의 성격에 따라 때로는 사업계획서도 별개로 나와야 하는 경우가 있죠?
(보통 보조금이나 후원금이 이런 경우가 많겠죠?)
흔히 사업계획서를 짤 때 마지막에 예산 구성하는 곳이 나오다 보니 그 예산서들을 각각으로 보여주시는 거예요.
"이거 말고 금년도 예산서가 없나요?"라고 여쭤보면 "그게 금년도 예산인데요?"라고 답하며 예산서를 보며 예산서를 달라고 하는 이 컨설턴트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하는 눈빛을 보내시곤 하죠.
자.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지금 이 시간부터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합시다.
우리가 예산을 짜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합니다.
우리 기관의 이해관계자분들께 우리 기관의 1년 살림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를 단명하게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정보 공개의 의무는 법령에 명시되어 있을 만큼 우리 사회복지시설에는 중요한 의무거든요.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봤을 때 한 번에 잘 알 수 있도록 모든 정보들을 구성해야 하는데, 앞서 예시를 든 것처럼 쪼개진 예산서들을 보면 과연 우리 기관의 총 사업비 규모를 명확히 알 수 있을까요?
필요에 따라 사업별 별도의 예산을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연도별 예산은 반드시 모든 재원이 포함된 하나의 예산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합시다.
아마 오늘 이야기한 저 두 가지 사항만으로도 소위 멘붕이 오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사회복지 재무·회계 업무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곳이 없다 보니 다들 여러분들처럼 좌충우돌하면서 업무 지식을 쌓아가고 있거든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수 하나 없이 무결하게 일하고 계시는 분은 감히 장담하건대 한 분도 안 계실 겁니다. (제발료...... 안 그러면 실수 많이 했던 제가 넘흐 북흐럽.....)
그럼, 흩어지려는 정신 잘 붙드시고 다음 글에서 만나효효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