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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Aug 12. 2024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올림픽공원 내 구 몽촌역사관

우리는 백제라고 하면 공주, 부여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경주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백제 수도 중 공주는 60여 년(웅진성: 476~538), 부여는 120여 년(사비성: 538~660) 밖에 되지 않고, 서울이 500년(위례성: 기원전 18~476)이다.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구 몽촌역사관이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개관 소식을 듣고 궁금했지만 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라 어린이 박물관은 시시해해서 가지 않았었다. 주변에 다녀온 사람도 없고, 블로그 후기는 미취학 아동이 많았다. 그런데 홈페이지로 살펴보니 전시 내용이 좋아 보이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괜찮을 듯하여 아이의 동갑내기 사촌과 함께 방문했다.

까치다리

박물관 자체 주차장은 없고,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북 2문 주차장, 그다음은 올림픽수영장 주차장이다. 주차를 하고 나면 자그마한 '까치다리'를 찾아야 한다.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표지판

까치다리를 건너면 백제어린이박물관 표지판이 보인다. 호수 옆으로 산책하기 좋은 숲길을 약 5분 걸으면 박물관이 왼편으로 보인다.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구 몽촌역사관)

한성백제박물관 소속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이다. 구 몽촌역사관으로 외관은 그대로이고 내부만 리노베이션 해서 2024년 5월에 재개관했다.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물품보관함

물품보관함의 숫자는 백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물품보관함도 전시의 일종이다. 보통 화장실 옆 후미진 곳에 있는 물품보관함이 로비 중심에 있다. 물품보관함 번호가 백제와 관련된 숫자로 되어있다. 특히 중요한 사건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기원전 18, 백제가 나라를 세우다. 475, 서울에서 공주로 수도를 옮기다. 538, 공주에서 부여로 수도를 옮기다. 맡길 짐은 없었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 사진을 찍었다.


슝슝! 백제로! 전시 시작이다.

슝슝! 백제로! 전시 시작 게이트의 짙은 녹색과 핑크빛 도는 회색톤 색상 대비가 상큼하다. 겹겹이 레이어로 연출한 터널은 동굴 속을 지나 옛 백제로 가는 시간여행을 표현한 것 같다.



1부 열려라! 백제 왕성

게이트와 같이 짙은 녹색과 톤다운된 핑크 배색이 잘 어울린다. 설명 패널이 있으면 폰트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 이 박물관에 사용한 폰트가 너무 마음에 든다. 한국사 노트 필기에 어울릴만한 폰트. 전시 내용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잘 풀어썼다.

'궁' 글자가 새겨진 항아리에 대한 설명이다. 이 항아리 조각의 발굴로 이곳이 백제의 왕궁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백제 어린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서울 속 백제 그림지도

서울 속 백제, 그림지도가 귀엽다. 프린트한 시트지를 부착하고 그 위에 포맥스 스카시로 입체감을 주었다.



2부 내 손으로 되살리는 백제

'어린이 백제 연구소'에서 발굴 체험을 할 수 있다. 본인이 맡을 역할을 선택하여 발굴일지를 작성해서 출력하고, 실험가운 혹은 작업조끼를 입고 직접 참여한다. 어떤 과정으로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며,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며, 어떤 도구를 이용하여 발굴하는지, 그리고 발굴한 유물은 어떤 방법으로 기록하고 연구하고 보관하는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다.

어린이 백제 연구소 : 발굴 조사 준비와 발굴체험


어린이 백제 연구소 : 보존과학 연구실



3부 백제 왕성 사람들의 하루

백제 왕성에 살던 사람들의 육각형 집을 연출해 둔 공간이다. 그 시대 집 구조나 도구를 이해하기 쉽다. 아궁이에 장작 모형을 넣으면 붉은 조명이 켜지고, 시루 모형을 부뚜막에 올리면 하얗게 김이 올라온다. 사물과 영상이 연동된 인터렉티브 전시로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4부 백제 왕성을 지켜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너이다. 고구려, 신라와 전투 게임도 할 수 있고, 성벽을 쌓으며 오르락내리락하며 놀 수 있다.

몽촌토성 수비대



5부 끝나지 않은 백제 이야기

석촌동 고분군 입체퍼즐이다. 한성백제박물관에도 있었는데, 여기에는 층별로 번호가 붙어 있어서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맞출 수 있다.

석촌동 고분군 입체 퍼즐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 캐릭터 지아와 지호

그림책 주인공 같은 박물관 캐릭터도 귀엽다. 역사박물관이면 당연시 등장하는 전통 복식을 한 캐릭터가 아닌데도 박물관과 잘 어울린다.

어린이 박물관답게 파스텔 톤 위주지만 유치하지 않다. 핑크색 벽도 다른 색상과 잘 어울린다.



전시를 만든 사람들

박물관을 방문할 때마다 어느 회사에서 전시 인테리어를 한 것인지 궁금해했다. 보통 준공한 건축회사는 나오지만 전시를 한 업체는 잘 표기하지 않는다. 전시를 만든 사람들을 소개한 코너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에게 이 박물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교육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가 본 어린이 박물관 중에서 서울백제어린이박물관이 가장 좋았다. 역사 전공이며 한때 박물관 학예사였던 동생도 이번 방문에 무척 흡족해했다. 어린이 박물관은 지나치게 놀이 위주라 초등학생만 되어도 쉽게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전시 내용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놀이와 체험으로 백제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한 시간이면 다 둘러볼 것으로 예상했는데, 약 두 시간을 머물렀다. 최근에 만들어져서 그럴까?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어린이 박물관이나 기존의 어린이 박물관을 리노베이션 할 때도 전시 연출을 이렇게 하면 좋겠다.


사전 예약하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번에는 신청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다시 오고 싶다.

https://baekjemuseum.seoul.go.kr/dreamvillage/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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