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개인전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인사동을 찾았다.인사동을 갈 때마다 꼭 전통다원을 들른다. 인사동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단풍과 감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과 파란 하늘의 가을햇살이 참 좋았다.
경인미술관 속 전통다원
오 세 철 개인전 _ 전시기간 : 2024.10.30 - 2024.11.19 _ 전시장소 : 갤러리이즈 제2 전시장 (2F) _ 작 가 명 : 오 세 철 _ 전시 개요 : 초월-도시를 그리다 로마, 피렌체, 뉴욕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내가 그려왔던 도시들입니다. 어느 날 뒤돌아 보았습니다. 나는 무엇에 끌려 이 도시들을 그려왔던가? 그것은 바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강렬한 인간의 정신이었고 내가 보았던 도시들이 품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초월적 인류의 정신이 담긴 도시에서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껴왔고, 여러 기법과 재료들로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서 나왔던 나의 그림들을 이 가을, 여러분께 펼쳐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세철 작가는 본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로마, 피렌체, 그리고 뉴욕을 그리는 화가이다. 장소는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인사동 갤러리 이즈였다. 갤러리 이즈는 인사동 초입 큰길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정말 찾기 쉽다.
오세철 작가
수원화성에서 로마까지
내가 학생들에게 참고작품으로도 자주 보여주는 수원화성이다. 수원화성 뒤로 로마가 있다. 동서양의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 배치가 인상적이다. 작가는 "로마에서 받은 영원할 것 같은 세월의 깊이가 우리나라 수원화성과 공통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한다. 예전에는 연필 위주의 큰 작업을 했었고, 몇 년 전부터 컬러를 입힌 작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로마 콜로세움 (출처: 갤러리 이즈)
전시장에서 꽤 오래 머물렀는데, 막상 사진은 별로 찍지 않아서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작품 사진을 가져왔다. 전통 한국화 재료로 작업을 하지만 현대적인 분위기를 준다. 색상이 밝고 선명하다. 빛이 나는 듯, 투명하고 오묘하다.
나무패널에 장지를 씌워 표구한 후, 호분에 아교를 섞어 이 십 여 회 바른다. 유화로 치자면 젯소를 발라 밑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위에 동양화 물감을 바르고, 마른 후 덧 바르며 겹겹이 스며들도록 또 바른다. 백 회 넘게 바른다고 한다. 서서히 스며든 색은 동양화 물감으로 내기 힘든 밝고 선명한 신비로운 색상을 띠게 된다. 작가는 이런 작업을 오랫동안 해 왔고, 그렇게 오세철 작가만의 독특한 기법이 되었다. 이렇게 여러 번 덧바르는데 종이가 버티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밑작업에 오랜 공을 들인다고 했다.
피렌체 (출처 : 갤러리 이즈)
밑작업이 끝나면 비로소 그 위에 도시를 그리기 시작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소름 끼칠 만큼 섬세한 세부 묘사를 볼 수 있다. 정교한 필치 때문에 펜화처럼 보이지만, 한국화 붓과 먹으로 그렸다. 펜으로 그렸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전시장 한편에 붓을 걸어두었다.
전시된 모든 작품들은 붓과 먹으로 그렸습니다.
오세철 작가는 내 어린 시절 고향 친구이기도 하다. 삼십 년 전, 내가 왜 한국화를 전공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오 작가는 "한국인이니까."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시절 어린 나에게 한국화는 지루하게만 느껴졌었다. 작업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는 작가에게서 한국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그때 열정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난 이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학생들을 가르치며 입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피렌체(출처: 갤러리 이즈)
아들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피렌체 그림을 가장 좋아했다. 작은 트리가 너무 귀엽다. 크리스마스 때 혼자 작업하면서 트리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다음 전시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전시 일정이 정해지면 또 알려주기로 했다. 우리 아들이 오세철 작가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 최연소 팬이라고나 할까. 작년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도 오세철 전시를 갔었다. 이번에는 로마와 피렌체를 다녀온 뒤라 더 재미있게 감상했다.
뉴욕(출처: 갤러리 이즈)
최근에 작가는 뉴욕을 다녀왔다. 뉴욕에서 전시회도 했고, 뉴욕을 그려왔다. 오래전 뉴욕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뉴욕을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