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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otion Jul 29. 2020

미국의 부동산 투기


최근에 한국어로 된 컨텐츠를 보다 보니 부동산 투기 적폐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내가 미국에서 살면서 전혀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개념이었다. 내가 돈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에 있는 각종 투자 책을 사서 읽거나 미국 사람들이 쓴 경제 관련 블로그, 뉴스를 많이 읽는데, 어느 곳에서도 부동산 투기 적폐(?)라는 개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대략적인 요지를 보니,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 외에 돈을 벌기 위한 다른 주택이 있으면 적폐라는 개념이 한국에 있는 것 같다. 나는 미국에 살고 있으므로, 미국에도 부동산 투기 적폐 개념이 있는지 미국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왜 적폐야?"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하겠는데?""부동산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였다. 


미국인 선조들의 개척정신(?)과 자본주의 끝판 시스템 때문일까? 사유재산에 대한 인정이 철저한 미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말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투기라는 말은 물론 영어에도 존재한다. Speculation. 그런데 이 단어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요행을 바라고 돈을 벌고자 하는 행위를 말한다.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의 자본과 시간을 쏟는 일은 미국에서는 투기(Speculation)라 부르지 않고 투자(Investment)라 부른다. 집을 한 개를 사든 백개를 사든, 알고 하면 미국에서는 다 투자인 것이다. 사실 부동산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인생 최대의 지출이고, 투자자들도 은행 대출 땡겨서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투기를 하기도 쉽지가 않다. 인생 걸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많이 알아보고 사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글을 좀 더 읽어보면서 부동산 투기의 문제에 대해서 배워보았다. 자본가들이 자본으로 부동산을 사고 편하게 불로소득을 챙기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서민들은 집을 못 사서 고통을 받는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나도 사실 미국 자본주의의 돈없는 하층민 노예로 살면서 피곤함을 많이 느낀다. 나도 일하기 싫을 때 있고 소위 말하는 '적폐' 세력들처럼 투기해서 편안하게 살고 싶다. 나는 가난해서 로스 엔젤러스에서 제대로 된 부동산은 아직 못 산다. 나중에 땅값 저렴한 다른 주로 이사해서 부동산을 살 생각도 있도, 일단 현재는 주식이라도 사고 있다. 주식을 사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있다. 뭘 사야, 어떤 전략을 세워야 돈을 벌지 궁리해야 벌 수 있는 것이 주식인데, 결코 불로소득이 아니다. 뇌에서 땀이 정말 많이 난다. 특히 3월에 대폭락장에서 내가 가진 주식과 펀드를 팔지 않고, 망할까봐 덜덜 떨면서 반토막, 3분의 1 토막난 주식들을 소심하게 주워 담았는데, 엄청난 용기와 본능을 거스르는 의지가 필요했다. 적폐가 되기도 정말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관리가 골치 아프다고 일부러 집을 안사고 평생 렌트로 살면서 주식 시장에만 집중해서 투자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부동산보다는 그나마 주식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생활비 저렴한 주에서 유동자산 5억 정도, 로스 엔젤러스에서 10억 미만은 하층민이라고 개인적으로 나는 정의한다. 적당한 중산층 느낌의 생활을 하면서 미국 시장 투자수익으로만 살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5억, 로스 엔젤러스에서는 10억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기준점이다. 나는 여기서 집도 제대로 못 사고 내 투자 수익으로 지출을 아직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적폐 세력(?) 밑에서 땀 흘려 일하는 하층민에 속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잔인한 자본주의에서 고통을 처절히 겪고 있다.


그래도 나는 자본주의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내가 현시대의 자본주의 나라에 살지 않고 100년, 200년 전에 태어났다면 나는 아마 농노로 살면서 평생 돈도 못 벌고 남을 위해서 농사만 지으며 살았을 확률이 너무나 크다. 자본주의가 아무리 잔인해도 인류 기술 발전의 핵심적 요소이고, 적어도 일하면 돈은 주고 사유재산은 인정해준다. 지금은 자본주의 노예로 살아도, 노력으로 자본을 모아서 나중에 노동 없이 자본으로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큰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시스템 안에서는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기회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강대국이고, 투자 시장이 발달해서 그런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평범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꽤 만난다. 사람들이 딱히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특별히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에 직장 다니면서 미국 전체 시장 펀드에 평생 투자하다 보니 어느새 투자 수익이 지출을 커버하게 되고 본인의 직업이 필수가 아니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어떤 직업을 갖든,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전략만 잘 세우고 꾸준히 오랫동안 투자하면 누구나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사는게 힘들지만 그래도 왕정시대에 살지않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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