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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otion Mar 17. 2019

미국 디자인 유학/취업4 -뉴욕에 유학 안 가길 잘했다

아프리카에 있을 것 같다는 사바나 예술 대학(SCAD)으로 갔다



"너 아프리카로 유학 가니?"


사바나 예술 대학(SCAD - 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대학원 과정에 입학을 하기로 결정한 후, 미국에 가기 전에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어떤 분이 물어봤다. 


"너 아프리카로 유학 가니?" 


물어보신 분은 뉴욕에 있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미술 대학을 나오셨는데, 미국 조지아 주 사바나에 있는 사바나 예술 대학을 모르고 계셨다. 내가 SCAD에 간다고 하니까 아프리카 사바나로 유학 가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뭐 모를 수도 있는 거지만, 내가 입학을 결정한 당시에 많은 주변 사람들이 SCAD에 대해서 전혀 모르거나, 알고는 있지만 조지아로 가지 말고 뉴욕에 있는 학교들에 지원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 또한 뉴욕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내가 시골(?)로 가는 유학에 대한 반대 의견이 워낙 많다 보니 가면서도 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일단 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줬기 때문에 부유하지 않은 나로서는 뉴욕이고 뭐고 일단 당연히 가고 싶었다. 내가 직접 4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한 후 느낀 점은, 내가 뉴욕 생각을 안 하고 조지아에 있는 SCAD로 가기를 잘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말 좋은 학교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앞으로 내가 SCAD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모교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홍보성 글을 쓸 예정이다. 나에겐 그 정도로 좋았다.




공부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환경 - 자뻑없는 유학 생활 


내가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하도 뉴욕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곳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었는데, 내 성격상 뉴욕에 갔으면 엄청 자뻑에 물들어서 놀았을 것 같기도 하다. 내 생각에 뉴욕 유학생 하면 왠지 쿨해 보이는 것이 있기도 하다. 조지아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두 번 뉴욕에 가서 일을 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재미있고 쿨하긴 쿨하다. 내가 절대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보통 집에만 있는데, 뉴욕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는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많고, 주변에 놀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일주일에 한번 이상 꼬박꼬박 나가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역시 뉴욕이라 볼 것도 많고, 일거리도 많고, 할 것도 많다. 하지만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내가 있던 환경도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SCAD는 미국에 애틀랜타 캠퍼스와 사바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데, 나는 처음에 애틀랜타 캠퍼스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애틀랜타도 큰 도시이긴 하지만, 뉴욕에 비교하면 작은 곳이고 굉장히 한적한 분위기이다.


SCAD 애틀랜타 메인 빌딩 전경

애틀랜타 - 지금 살고 있는 LA나, 예전에 일했던 뉴욕에 비해서 굉장히 한적하고 주차공간도 어디에나 많아서 가끔씩 그립기도 하다.


애틀랜타에서 공부한 후 사바나 캠퍼스에 가서도 공부해봤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만 자라온 나로서는 무서울 정도로 시골이긴 하지만, 이국적인 환경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관광할 곳은 많지만 유흥 시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정말 공부밖에 할 것이 없다. 교수진도 마찬가지인데, 사바나에 있는 교수님들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시고 개개인 학생들을 신경 써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뉴욕 학교 출신 사람들에게 종종 들은 얘기는, 뉴욕에 있는 교수님들은 보통 자신들이 하는 따로 하는 비즈니스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사바나에서 공부하는 것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애틀랜타 캠퍼스를 다니는 동안 뉴욕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인턴을 하고 애틀랜타로 돌아오는 중에 사바나 캠퍼스를 방문해서 찍은 사진이다. 사바나 캠퍼스가 제공하는 클래스도 중요했지만, 학교 건물과 주변 환경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사바나 캠퍼스로 옮긴 후, 공부하면서 종종 이런 공원에 산책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렴한 생활비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아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저렴했던 방값은 350불이었는데, 내가 그때 생활했던 수준으로 비슷하게 뉴욕에서 살려면 적어도 1200불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 유학 생활하면서 제일 저렴하게 살았을 때는 한 달에 밥값, 기름값, 방값 다 포함해서 1000불도 안 들었다. 


뉴욕에 있을 때 내가 살던 브루클린 집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세상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뉴욕은 돈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 회사들이 사바나로 온다


사바나를 처음 가면서 했던 걱정은 나중에 뉴욕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바나의 단점은 아무래도 미국 문명의 중심지(?)인 뉴욕과 로스 엔젤레스와 멀다는 것인데,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나의 경우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로스 엔젤레스에 있는 스튜디오들에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연락해서 인터뷰 일정을 잡고, 일주일 동안 로스 엔젤레스를 방문해서 하루에 한 군데씩 회사에 가서 인터뷰 겸 방문을 했다. (원래 뉴욕에서 일하는 것이 내 꿈이었지만 뉴욕은 인턴쉽으로 살다 온 후, 일상생활을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서 로스 엔젤레스에만 지원을 했다.) 아무래도 본인이 일하고자 하는 지역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편하긴 하겠지만, 다른 지역에 있어도 크게 지장은 없는 것 같다. 회사 방문할 때 택시 타고 가는 것보다는 어렵겠지만 비행기 타고 가서 방문하면 된다.


SCAD에서는 매년 커리어 페어를 개최하는데, 크고 유명한 대기업 회사들은 물론이고,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존경해왔던 뉴욕과 로스 엔젤러스에 있는 프로덕션 스튜디오들도 많이 방문을 해서 학생들을 고용하고자 한다. 또한 커리어 페어 외에도 회사들이 학교를 방문해서 강의 및 인터뷰를 진행해서 사바나에 있더라도 다른 주에 있는 회사들과 많이 접촉할 수 있다. 뉴욕과 시카고에서 일하면서 SCAD 출신 디자이너들을 많이 봤는데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들에서 SCAD 출신 정직원과 프리랜서들을 많이 봤다. 뉴욕에서 같이 일했던 디렉터 분들도 SCAD 출신들을 좋아했었다. 




세분화된 프로그램


SCAD 또 하나의 장점은 프로그램이 세분화가 되어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자세히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전공한 Motion Media Design 경우, 정말 모션 그래픽에 대한 것만 상세하게 다루고 있고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쓰이는 실용적 기술들을 배울 수 있다. 클래스에서 작업을 만드는 방식이 실제로 회사 가면 하는 것들이다. 만약 비주얼 이펙트나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면 그 과에 있는 수업을 신청해서 듣는 것도 어렵지 않다. 모교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서 내가 전공한 모션 미디어 디자인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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