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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21. 2023

28. 능숙한 종업원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능숙한 사람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동시에 설렌다. 손놀림과 대처와 판단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경외심이 인다. 최근에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다. 그는 우리 동네에 목요일마다 오는 회 트럭 아저씨다. 그 아저씨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라고 쓰다가 아니지. 

멀리 갈 것도 없지. 

나는 아주 능숙한 식당 종업원 한 명을 알고 있는데 말이야. 


그는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무거운 들통을 들 수 있다. 가족이 부르면 바로 대답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손님이 부르면 한 번에 대여섯 명씩 불러도 누가 제일 먼저 불렀는지 알아챈다. 그는 이 일을 한 20년은 했다. 아니다. 더 했다. 그는 내가 7살에도 이 일을 하고 있었고, 35살인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쓰고 보니 무서울 정도로 이 일을 오래 했다. 그렇다고 착각은 금물이다. 이 일을 오래 한 모두가 그처럼 잘하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은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는 식당에서 오래 일했다. 처음에는 종업원이었고, 이제는 모든 종업원의 상사다. 그는 실장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종업원이지만. 


엄마는 실장이 되던 날 기뻐했다. 우리는 엄마의 노동이 얼마나 과도한지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그 노동에 대해 가족 모두가 책임을 나눠지고 있으므로 그 말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얼마나 더 일을 오래 하려고 그러는 걸까. 그런데 식당에 가서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그 생각은 오만이고, 자만이고, 건방졌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 


나와 동생은 사원이었다가 대리가 됐고, 우리는 축하 받았다. 그런데 실장이 된 엄마만큼 능숙했을까? 대리가 되고 내가 한 일은 퇴사였고, 동생은 퇴사하고 싶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는 실장이 되고 우리의 잔소리만 들었다. 


당신이 식당에서 정말 편안한 식사를 하고 왔다면, 

그리고 편안함이 식당 종업원 때문이라면

그런 사람 중 인상 깊은 누군가를 한 명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그 사람들을 한 서넛쯤 모아두면 그게 우리 엄마다. 


편안한 스몰 토크를 잘하고, 한 번 온 사람도 어지간해서는 잊지 않으며, 어떤 직원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잰 눈으로 읽어내고, 손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사람. 


때때로 무례한 사람에게 상처받고 오지만, 자신 덕분에 즐겁게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여전히 보람을 느끼는 사람. 당신 말로는 호감형 인상에 목소리도 좋기 때문이라는 귀여운 자만심으로 가득 찬 사람.  




사람들은 식당 종업원은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정말 능숙하고 멋진 종업원 한 명의 공백이 얼마나 큰지를 나는 자주 들었다. 


“누구 아줌마가 어디를 다쳐 오래 못 나와 가게가 난리야.”

“파출부에서 사람 불렀는데 원래 오던 사람만 못해서 힘들어.”

“대타로 서너 명 불러도 그 사람 하나 오는 것만 못해.”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을 대체 불가능한 인력에 포함시킨다. 자신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믿는 마음에 나는 여러 번 못난 소리를 했다. 좀 영리하게 굴라며 채근도 했다. 나는 여전히 아직도 엄마의 능숙한 모습이 못내 불편하다. 회 트럭 아저씨를 볼 때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볼 수가 없다. 


그건 일차적으로 내가 딸이기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를 찾자면. 

어쩌면 나는, 

나를 평생 고생시킨 일을 그토록 잘 해낼 배포도, 용기도 없다는 걸 대면해야 때문일 것이다.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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