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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29. 2023

34. 분실물 센터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오늘 붕어빵 트럭이 왔는지 안 왔는지, 전기 통닭 트럭이 왔는지 안 왔는지 알고 싶으면 나는 동네 카페에 들어간다. 내가 물어도 되지만 나보다 한발 앞서 물어봐 준 선배들이 있으므로 걱정할 것 없다. 음 오늘은 붕어빵 트럭도, 전기 통닭도 안 왔구나. 


용건을 마치고 카페에 올라온 글 몇 개를 훑다 보면 어김없이 이런 글을 꼭 발견한다. 


“혹시 토끼 인형 보신 분 계실까요 ㅜㅜ” 

“마을버스 정류장 벤치에 안경 있어요^^” 


아이가 아끼는 인형을 잃어버렸다는 글 밑에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동네 마트 앞 야쿠르트 차 옆에서 보았다고,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글쓴이가 다시 댓글을 달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내일 찾으러 가겠다고. 그러자 1분 뒤 다시 댓글이 달렸다. 지금도 보니 있다고, 그런데 비가 많이 오니까, 가지고 들어가 드릴까요? 라고 하는. 


기억한다. 금요일 밤에 갑자기 큰 비가 쏟아졌다. 그냥 보슬비도 아니고 장대비가 내려서 황급히 나가 베란다 창문을 닫았었다. 그런 날 인형이 밖에 있으면 젖을 텐데, 내일까지 밖에 있다가는 인형이 난리가 날 텐데, 그런 생각을 해주는 사람이 이 동네에 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동네에 돌아다니다 보면 딱 봐도 누군가 잃어버린 것이 분명한 물건이 동네 곳곳에 그야말로 전시되어있다. 잃어버렸으면 구석 어딘가에 굴러다녀도 이상하지 않은데, 물건의 모습을 보면 “다시 찾으러 왔을 때 발견할 수 있게 여기에 올려 뒀으니 꼭 찾아가세요.” 의 마음을 가지고 뒀을 게 분명한 위치. 아이 모자, 신발, 장갑, 누군가의 가방과 때때로 에어팟처럼 고가의 물건이 그렇게 놓여 있다. 




몇 주전 아파트에 안내문이 붙었다.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오물을 투척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복도에 cctv도 설치하겠다고. 게다가 정말 오물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물건을 잃어 버렸대도 동네 사람들은 인형을 찾아주고, 혹은 그사이 누군가가 가져가지 않게 보호해줄 텐데. 그 오물의 주인공 자신이 어려울 때 주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그런 일을 멈추지 않을까. 아니지, 아니지.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다. 그래도.. 그래도? 




좋은 이웃과 살고 있다. 그러나 제발 진정 좀 해줬으면 하는 이웃도 함께 살고 있다. 내가 바라는 건, 서로 우리가 이웃이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는 날이 많았으면 하는 것. 그런 것이다.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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