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아의 행복편지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것이 육아의 일상이지만, 아이의 울음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처연함 같은 것이 있어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크게 버린 채 앙, 하고 우는 아이를 때로 멍하니 봅니다. 무엇이 이다지도 서러운 걸까. 내가 너에게 무얼 해주면 좋겠니?
그러다 아주 연약한 내가 튀어나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 아이 우는 모습을 보며 허를 끌끌 차지는 않을까, 애 엄마가 애 울려 놓고 뭐 하나 흉보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것입니다. 아이가 우는 일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아직 말보다 울음이 쉬운 아이에게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다짐 또 다짐해도, 우는 아이를 반기지 않는 수많은 사람이 떠올라 아이에게 매정 해지는것입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 중 아이의 울음에 가장 야박한 사람은 사실 보호자인 저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아이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서운했어요. 그러나 당장 나조차도 아이가 의젓하게 지내 주기를, 심지어 나를 좀 덜부끄럽게 만들어주기를 바랐다는 사실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그 사실을 아파트 주차장이 떠나가라 우는 아이를 보며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고, 낯을 가릴 수도, 살가울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낯선 사람 앞에서도 울지 않고 잘 지내는 아이를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일을 고백합니다. 어딜 가든 잘 놀고 잘 지내는 아이를 당연하게 여겨버린 일도요. 그래서 아이가 부쩍 자주 울고, 보채는 요즘 같을 때는 남모르게 많이 당혹스럽습니다. 얼마나 방황하는지 몰라요, 제가요.
어른은 MBTI가 나의 연약함을 대변해주지만, 아이에게는 성격 상관없이 늘 싱그러울 것을 원했던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게다가...나도 불편한 건 절대 하기 싫으면서, 아이는 양치도 등원도 두껍고 무거운 옷 입는 일도 척척 해주길 바랐던 건 좀 불공평하죠. 그렇죠?
2022년 12월 01일 목요일
행복편지 지기
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