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i!
아주 어린 꼬마일 적부터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이 꿈이었다. 부모님은 대신 내게 애견백과 책 한 권을 선물하는 것으로 꿈의 실현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초등학생이던 그 당시엔 애견백과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언젠가 크면 로트와일러를 기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단하고 멋진 체형과 눈썹 앞머리에 갈색털이 귀엽다고 느꼈었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크림색 차우차우가 가장 멋있어 보였다. 사자나 호랑이, 곰을 좋아해서인지 사자나 곰의 여러 특징이 잘 조합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 정보가 넘치는 지금은 로트와일러가 5대 맹견이고, 초보 반려인에겐 차우차우도 기르기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인 건가?
2019년 늦여름, 나의 어린 시절의 간절했던 바람처럼 조카들도 강아지 가족을 소망했고, 오빠 가족이 새하얗고 솜털같이 보드랍고 작은 푸들을 가족으로 데려왔다. 나의 계획은 아니었으나 귀여운 댕댕이 조카가 생겼고, 오빠 가족이 여행을 떠날 때마다 한 두 달에 한번 즈음 난 푸들의 임시보호자이자 친구가 되었다.
만지면 다칠 것 같이 가녀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푸들, 모찌를 보호하는 동안 나의 형편없는 체력과 다칠까 걱정하는 조바심에 평정심을 곧잘 잃는다는 사실을 철저히 자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용기의 크기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모찌가 튼실하게 자라는 동안 여전히 난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고, 동시에 그 책임의 무게 또한 여전히 가늠해 보곤 했다. 중년이 된 지금 어림잡아 15-20년 정도를 책임질 때까지는 소형견 한 마리 정도는 산책을 매일 시킬 정도 건강과 경제활동을 지킬 수 있겠지? 집에서 활동하고 일하는 프리랜서의 직업 특성상 강아지가 외롭지 않게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겠지?
여행의 빈도라든지 외출의 자유든지 변화하게 될 것들도 함께 염두하지만, 역시 내 인생에서 한 번이라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싱글이기 때문에 더 미룬다면 노년에 사후에 홀로 남겨질 반려견을 걱정하며 기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수많은 경우의 수,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에서 가동하고, 영상을 찾아 공부를 하고 몇 년 동안 찾아본 견종을 택했다. 초보 반려인이 감당할 예민하지 않은 성격, 공격성이 적을 것, 덩치가 적당해서 필요한 순간 안고 걸을 수 있는 사이즈일 것, 털이 많이 빠지지 않고, 알레르기를 덜 일으키는 견종일 것, 자주 보게 될 모찌와 잘 지낼만한 아이일 것, 털이 복슬복슬한 아이이면 더 좋겠다 등등.
4년 전에도 한번 문의를 했었는데, 작년 5월 꼬똥 드 툴레아 브리더에게 예약을 했고, 겨울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가 내게 오게 되었다. 심장이 콩캉콩캉 두근거린다. 중년까지 하고 싶은 대로 산 한량이었는데, 좀 더 열심히 부지런한 삶이 되어서, 나의 반려견 Merci에게 지속적인 사랑과 행복을 전할 수 있을 삶이 되길 바란다. 같이 건강하게 잘 살아보자. 나의 새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 맥시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