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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Mar 15. 2022

끝없음에 관하여

[Movie Review]

친구가 두 번 강조하며 추천한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About Endlessness)’를 보았다.


인간이란 존재처럼 영화도 어렵다. 끝없는 감정의 단편들이 제각각의 시구절처럼 난해하고, 활기 없는 우중충한 색감처럼 감정을 무겁게 소모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주 속 별처럼 반짝거리는 사랑과 희망이 빛을 낸다. 그 빛은 젊음을 통한다. 어린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은 가족의 풍경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아이의 신발끈을 고쳐주는 아버지와 딸에게서, 음악에 맞춰 흥겹게 리듬을 타는 세 명의 청춘에게서 조금은 뜬금없는 템포로 긍정의 기운을 느낀다.


그중 제일 좋았던 장면의 대사이다.


“이 법칙,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모든 것은 에너지이며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 무한히 존재하며 한 가지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뀔 뿐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너는 에너지고, 나도 에너지야. 그리고 너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는 영원히 존재하는 거야. 새로운 것으로 형태가 바뀔 뿐이지. 이론적으로 우리 둘의 에너지는 다시 만날 수 있어. 수백만 년이 지난 후에, 그때 어쩌면 너는 감자가 되거나 토마토가 될지 몰라.” “그럼 나는 토마토가 될래.”


탄생과 죽음의 사이. 삶의 추가 덤덤히 흐르는 과정에 서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바라본다. 저채도의 색감처럼 시선도 감정도 밋밋하고, 잔잔하다. 그 제한된 시점과 색감으로 황홀하고 회화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참 음악도 너무 좋다. 보는 나의 기분은 대체로 멜랑꼴리 했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포스터이기도 한, 오프닝 장면은 샤갈(Marc Chagall)의 ‘Over the Town’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위를 포옹한 채 떠 다니는 연인의 모습이 현재 지구 저편에서 현재 벌어지는 슬픔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과오는 되풀이되지만, 희망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

여담이지만 어린 시절 좋아했던 배우 소지섭이 수입한 배급한 영화이다. 그의 안목과 식견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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