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의 ‘본업’(本事)으로 농업과 ‘말업’(末産)으로 상업의 전도가 신민의 의무태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는 무슨 근거에서 제시되는 것일까? 물론 농본말리 또는 중농억상의 논거는 “농민이 힘은 가장 많이 드는데 이익을 보는 것은 적어 상인이나 손재주 있는 사람만 못하다”는 경험적 인식에 기초할 수 있다. 그러나 [관자]의 인식은 보다 ‘근본적’이다. 즉 “토지는 정치의 근본이기에 토지로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다. 토지가 공평하고 조화롭지 못하면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없으며 정치가 바르지 못하면 백성의 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시장은 재화의 표준이기에 모든 재화가 저렴하면 부당한 이득이 생기지 않고 부당한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온갖 일이 잘 되며 온갖 일이 잘되면 모든 물자의 쓰임이 절도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시장의 일이란 사려 깊은 생각에서 생산되고 노력을 다함에서 성취하며 오만함에서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상업을 말업으로 차별하는 것이 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업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국가정책은 부국(富國)의 우선성을 고려할 때 불합리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중농억상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업이 지닌 태생적인 불확정성이다. 즉 “상인은 나라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거처하고 군주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니 물건을 내어서 이익을 따르고 물건을 들여서 보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업의 불확정성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관자]에서 제시하는 중농억상은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오곡과 양식은 백성의 생명을 주재하는 것이요, 황금과 화폐는 백성의 유통수단이기에 잘 다스리는 군주는 유통수단을 움켜쥐고 그들의 생명을 주재하기 때문에 백성이 힘을 다할 수 있다”는 정언을 통해 국가경제의 틀 내에서 농업의 우선적인 중요성과 함께 상업의 유연한 국가통제를 요구하는 것임을 살펴봐야 한다.
이 점에서 제환공과 관중의 대화로부터 조세부과 없이 국가재정을 충족시킬 방법에 대해 “봄에 백성은 농사일을 시작하니 요역을 없애주고 여름·가을·겨울에는 명령하여 어떤 것은 봉금하고 어떤 것은 개발해야 합니다. 이 때 모두 부유한 사람이 기회를 틈타 시장을 독점하는 때이고 이때가 물가의 파동이 일어나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겸병하는 때”라고 지적한 관중의 대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그는 이런 상황을 우려했던 것일까? 그것은 “무릇 나라를 다스릴 때 물가의 경중에 통달하지 못하면 경제조치를 시행하여 백성을 보호할 수 없고 백성의 이익을 잘 조정하는데 통달하지 못하면 경제를 제어하지 못해 큰 정치를 할 수가 없다 … 무릇 백성이 너무 부유하면 백성을 녹봉으로 부릴 수 없고 너무 가난하면 형벌로 위엄을 세울 수 없는데 … 부유한 상인들이 저장하고 있는 재물을 나누어 백성의 씀씀이를 조절하지 않으면 군주가 농사를 강조하고 농사일을 재촉해도 화폐를 주조하는 것이 그치지 않을 것이니 이에 백성이 서로가 서로를 노예로 부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부축적의 실종과 기회상실은 “도적과 폭도가 일어나고 형벌이 많아지는 원인이 되며 이런 상황을 폭력으로 진압하려는 것은 내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의 성공은 공정한 분배에 달려 있고, 그 분배의 주체는 최종적으로 국가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로부터 국가에 의한 계획경제(乘馬)의 청사진이 제시된다.
과연 국가 계획경제의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국가에 의한 공정분배는 “물가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독점한 재물을 나누어주고 비축한 양식을 방출”하지 않을 경우, “대대로 독점하기를 그치지 않고 계속 비축하기를 멈추지 않으니 가난한 사람, 과부와 홀아비, 고아와 노인들은 끝까지 재물을 얻을 수 없다”는 통치자 스스로의 현실 자각에서 비롯해야 한다. 왜냐하면 “토지대책은 부유하고 큰 상인과 서로 도와야 하는데 군주가 이런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상인들이 아래에서 값을 지키려고 하니 이는 나라의 대책이 표류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에 의하여 경제를 관리하는 목적은 재부를 집중하는데”(筴乘馬之數求盡也. 「匡乘馬」) 있는 셈이다.
한편 국가 계획경제의 구체적인 양상은 “나라에서 빌려준 돈으로 백성은 곡식으로 상환하여 갚고 나라는 곡식으로 병장기와 농기구를 구매하니 곡식과 병장기와 농기구가 모두 조달되어 백성에게 직접 세금을 징수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제시되는데, 요점은 “나라의 재정정책이 양식가격의 통계에서 나오고 나라의 물자 운용정책은 화폐정책의 작용”이라는 정언처럼 국가에 의한 식량과 화폐유통의 통제이다. 우선 식량유통의 통제는 “농토의 산출물을 먹고 남는 사람에게 나라에서 공적으로 빌리면서 공폐로 값을 지불하는데 부자에게는 많이 지불하고 보통사람에게는 조금 지불한다 … 거듭 두 해에 걸쳐 풍년이 들어 오곡이 잘 익으면 상등급 밭을 경작하는 농민에게 나라에서 빌려준 화폐를 3/10을 감해 양식을 돌려받겠다고 하면 양식가격은 올라가고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 상등급 밭의 남는 곡식을 때에 따라 군주가 장악하기 때문에 양식가격은 앉아서 10배로 오를 수 있다 … 부잣집에서 빌린 전폐는 모두 곡식으로 환산하여 저당한 전폐를 받겠다면 곡식가격은 내려가고 화폐가치는 올라가니 전국의 각 도와 현에서 이같이 통계를 실시하면 양식가격이 앉아서 10배로 오르며 그 다음 그것을 반복하여 가격이 올라간 양식으로 빌린 곡식을 상환하면 나라의 화폐 가운데 9할이 나라에 있고 1할만 민간에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그런데 국가경제 구조 내에서 식량과 화폐의 유통을 국가가 통제하는 계획경제의 양상은 국가만의 과도한 이윤 독점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분배라는 당위성을 위해 왜 이러한 정책을 취해야 하는 것일까? 그 저변에는 “백성이 재물을 관리하여 이익을 얻는 시기를 놓치고 물가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작용한다. 즉 “식량 값이 반드시 비싸야 하며 농사짓지 않는 사람에 대한 세금징수는 반드시 많아야 하고 장사 이윤에 대한 조세는 반드시 무거워야 한다”고 강조한 후대 법가의 주장처럼 “식량이 싸면 돈이 가치 있게 되므로 식량이 싸면 농민들은 가난해지고 돈이 가치 있으면 상인들이 부유해지는” 결과로 인해 “빈둥거리며 빌붙어 먹는 사람이 많아지는” 의무의 불이행자들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위해서 가격의 안정화를 시도해야 하며, 그 기준으로 “곡식가격이 높으면 다른 물건들의 가격이 내려가고 곡식가격이 낮으면 다른 물건들의 가격이 올라가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식량유통 통제에 따른 물가안정책은 화폐유통 통제에 따른 물가안정과 일관된 기조를 이룬다. 화폐유통의 통제는 “병사의 녹봉을 화폐로 주고 대부의 식읍수입을 화폐로 징수하게 하며 관부의 사람과 말의 식량을 화폐로 준다면 한 나라의 양식이 모두 나라의 창고에 있고 화폐가 민간에 유통된다. 나라의 양식가격이 열 배로 오르는 것이 통치의 술수”라는 맥락에서 제기된다. 왜냐하면 “무릇 화폐가치가 높아지면 물가는 떨어지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물가는 높아지며 양식가격이 올라가면 황금의 가치는 떨어지니 군주는 양식, 화폐, 황금을 저울질 하는 권력을 통제해야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국가통제의 계획경제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존재한다. 그것은 국가독점 경제구조를 의도한 것보다 현실인간이 지닌 이기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로 제시된 것이다.
그 사례로 [관자]에서 소개되는 “재물을 방출하여 고르게 나누는 방법”에 대한 제환공의 질문에 “물가조절에 정통한 사람에게 맡길 것”을 강조한 관중의 대답은 국가의 독점적인 분배구조가 단순히 중농억상이 아닌 생산과 분배의 자율적인 균형을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소금과 철의 이익을 전담하는 관청을 세우고 이재를 장악하여 창고 안의 양식가격을 1에서 10으로 올릴 수 있어야 군주가 9배의 남는 이익을 통제할 수 있고 그렇게 하여 백성의 의식문제를 해결하면 원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가 10배의 이익을 남기고도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이유는 “백성이 여유가 있으면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군주가 낮은 가격으로 거두어들이고 재물이 부족하면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군주가 높은 가격으로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며 … 물가정책의 큰 이로움은 풍년이 들 때 높은 가격으로 값싼 물자를 사들이고 흉년이 들 때는 시장가격보다 싼값으로 비축한 재물을 방출하여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결국 국가계획경제는 신민의 생존과 안전의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치국의 목표를 위해 부유한 상인과 축재자들의 과도한 이익을 방지하는 국가의 평준정책(國準)으로의 의미를 지니며, 이로부터 경제의 안정은 궁극적으로 치국과 평천하의 연장선상에 놓인 실천양상으로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