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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Sep 26. 2020

일의 빈부격차는 왜 생길까?

일 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


(부장) "긴급 프로젝트를 추가로 맡아서 할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이 없어 사람이.. A 대리! 잘할 수 있지?"
(과장) "A 대리! 지금 협력사에서 연락 왔는데 이문건들을 좀 검토해달라네? A 대리가 좀 맡아서 검토 좀 해줘."
(동료) "이 일은 A 대리님이 맡아서 하면 잘할 것 같은데요?ㅎㅎ"


직장이라는 정글에서는 열매를 채집하거나 사냥감을 수렵하는 대신에 ‘일’이라는 걸 하게 된다. 누구나 본인의 직책에 따라 해야 하는 본업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의 종류에는 본업 이외에도 부수적 업무들도 수없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희한하게도 ‘특정 인물’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 같은 사무실 안에 있으면서도 ‘유독’ 일이 몰리는 상황이 생긴다는 말이다.


하루가 멀다 하며 야근하는, 극명하게 몰린 업무에 고통받는, 때론 차를 마시러 출근한 것 같은 동료들을 보며 예민해지는. 혹시 이러한 수식어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이 몰리는 ‘특정 인물’ 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는 특징을 보인다. 문제는 책임감 때문에 무슨 일이 들어오면 다 본인이 맡아버린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이에 비례해서 부담감도 많이 느끼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사람들은? 바로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 ‘호구’는 자신의 일도 줄여주고, 그 일의 여파로 인해 생기는 욕들도 혼자 다 먹어주는 ‘배부른 우산’ 일뿐이다. 본론을 시작하기 전에 이들에게 먼저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이 힘드시죠? 책임감을 조금만 내려놓아 보세요.
부담감을 잠시만이라도 훠이훠이 날려보세요.”

 재밌는 상식! 파레토 법칙(80:20 법칙)

직원이 10명인 조직이 있다고 해보자. 실질적으로 이 조직을 굴리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촬스’는 모든 구성원이 다 일을 할 테니까 당연히 10명이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을 미루어 짐작해보건대, 그는 다음 중 한 가지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1) 모든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상적인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는(해본) 사람

2) 아직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


‘조나단’은 그래도 조직의 80%는 일하지 않겠나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본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듀란’은 이렇게 말했다. “20%의 사람들이 전체 일의 80%를 해낼 것이다.” 이는 ‘파레토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론인데, 말 그대로 실질적으로 조직을 굴리는 사람들은 2명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리고 이는 실제적으로도 잘 들어맞는다. 오죽하면 “일 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받는 사람 따로 있다.”라는 말도 생겼을까.


일을 모는 ‘일치기  사람이 아니다.

 

알고 보면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 집단의 특성에서부터 기인한다. 대개 성과가 생존에 큰 상관이 없는 ‘공적인 직장’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특징도 있다. 동기보다 일을 적게 하던 많이 하던 월급은 똑같이 찍히는 그런 곳 말이다.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한 번 해보자.


일을 조금 하는 사람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동일한 월급을 받는다. 그렇다면 조금 해도 많이 하는  사람과 같은 월급을 받는데 굳이 열심히  생각이 들겠는가? 반대로, 아무리 많이 해도 농땡이 피우는  사람과 똑같이 받는데  열심히 하고 싶겠는가?(물론 일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기는 데는 물질적 보상 외에도 정신적 보상이나 동기부여 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실험에서는 물질적 보상 외에 다른 요인들은 똑같다고 가정해보자.)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일이 몰리는 이유는 ‘직장 분위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열정적이고 무슨 일이던 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한, 두 사람이 일치기가 되어 일을 그 사람에게 몰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도 ‘배부른 우산’에게 일을 모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명 ‘이때다!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다. 그곳의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아.. 할 것도 많은데..’ ‘저는 맡은 일이 많아서요..’ 실상을 들춰보면? 프로젝트에 이름만 올라가 있는 경우, 맡은 일이 최근에 한 건도 없었거나 지금도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다! 심리는 누구에게나 발동될 수 있다.


아마 이쯤 읽었다면, ‘와.. 저런 사람들이 있다고?’ 라거나 ‘에이.. 말도 안 돼! 나는 절대 저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심리는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들과 함께 있으면 자연히 저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우리는 집단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서 내 생각과 신념을 집단의 교리에 맞추기 시작한다.” -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말 그대로다. 우리는 어느 집단에 소속되는 순간부터 ‘소속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속감을 통일시키기 위해 조직 대다수의 의견에 편승한다.(집단 편향) 만약 내가, 혹은 당신이 ‘일치기 집단’에 속해있다면, 비교적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반면에, ‘배부른 우산’이라면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외로움, 예민함에 빠져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다. 잠깐 생각해보기만 해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마치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행복을 취하는 ‘공리주의’가 떠오르진 않는가? 그럼, 이 결과가 비판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나’를 관찰하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현상은 조직(집단)의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면 어느 정도 개선시킬 수 있다. 어쨌든 조직은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그린 작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자신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혹시 내가 ‘일치기’인지, ‘배부른 우산’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이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만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일이 들어오면 못한다는 말부터 하진 않는가? 다른 사람이 일을 가져갔을 때 내심 안심하진 않은가?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구나란 생각이 들진 않는가?


자신의 성향이 파악됐다면, 이젠 내가 속한 집단의 정반대 되는 생각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일치기’라면, 저 사람을 조금만 도와주면 능률도 올라가고 사이도 좋아지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보자. ‘배부른 우산’이라면, 이 일을 꼭 나만이 할 수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한 번 요청해볼까? 란 생각을 해보는 걸 권유한다. 이후에는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서로를 배려하려고 마음먹는다면 훨씬 부드럽고 조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일이 몰리는 현상은 집단의 영향 때문에 생긴다. 각자의 이기심이 모여 이때다! 심리로 통합되는 것이다. 그리고 ‘배부른 우산’은 몰리는 일을 급박하게 처리하며 자아를 잃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를 동료들에게 공유하는 거다. 모두가 같이 노력한다면 좀 더 공정하고 행복한 직장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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