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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May 22. 2020

"잘 나가'보이'는 멀티태스커입니다."

“잘 나가‘보이’는 멀티태스커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잘 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뇌를 찌르는 잔소리에 귀를 틀어막기 급급하다.(가끔 피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주변엔 꼭 한 명쯤은 일을 끝장나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복잡한 일이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짠하고 결과물이 되어 나타난다. 그 순간 그는 ‘신’이 된다. 그리고 우린 생각한다. ‘내가 저렇게 일을 잘한다면, 그래서 인정받고 칭찬받으면 얼마나 '신'날까?’ 여기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실은 그의 멀티태스킹 실력은 가짜다. 아니, 실력은 진짜다. 단, 멀티태스킹 하는 게 가짜다.


 그럼 대체 언제부터 아니, 대체 왜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잘하고 싶은 걸까? 바로 변화된 생활방식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온갖 디지털 기기들에게 조종되고 있다. 이른 아침, 닭 대신 스마트폰이 울어주고 두 다리 대신 자동차, 지하철 등이 우릴 실어다 준다. (그때도 시간을 알려주는 건 디지털 전광판이다.) 그뿐인가? 사무실에선 컴퓨터나 전자기기 등 디지털 정글의 법칙을 찍어야 한다. 퇴근 후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처럼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생활방식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디지털 생활방식이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고 하는 것이다. 노트북으로 미드를 보면서 밥을 먹는 행위(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ㅎㅎ), 직무교육 중간중간에 카톡 하며 키득대는 스릴 넘치는 행동을 떠올리면 좋다. 혹시 공감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축하한다! 디지털의 유혹을 잘 이겨내고 있다. :)


 내가 전해주고 싶은 건 멀티태스커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그 이유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생긴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는 말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멀티태스커들이 잃는 것들은 세 가지나 된다!(혹시 안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이파이브!)


주위에 집중이 팔려서 집중이 안돼..

 ‘자칭’ 멀티태스커들은 집중을 못한다.(누구나 인정하는 ‘타칭’은 제외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그들이 집중을 못한다니! 이상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를 증명해주는 연구자료도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자들은 300명의 피실험자들을 모은 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주어진 자료만 공부하고, 다른 그룹은 공부하면서 인터넷 웹서핑을 하도록 했다. 결과는? 공부하면서 웹서핑을 한 그룹이 집중을 잘 못했다. 심지어 그들은 공부 내용을 답하라고 했을 때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멀티태스킹과 집중력 연구 결과

 심리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애초에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집중하도록 설계되었다. 멀티태스커들은 두 가지의 일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뇌는 다른 것으로 주의집중이 옮겨지더라도 전에 신경 쓰던 정보가 남아있다. ‘주의 잔류물’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100% 의식에서 사라지려면 수 분이 걸린다.


내가 뭘 봤더라..?

 멀티태스킹은 기억력도 저하시킨다. 런던 그레셤 대학교의 글렌 윌슨 교수는 어떤 작업을 하기 전에 읽지 않은 이메일 알림을 받았다면, 작업을 하는 동안 유효 IQ가 10점 정도 낮아진다고 했다. 심지어 마리화나 때문에 상실되는 인지능력보다 멀티태스킹 때문에 낮아지는 인지능력이 더 크다는 걸 알아냈다.

 스탠퍼드대학교 신경과학자인 러스 폴드락의 연구도 이에 힘을 더한다. 학생들이 TV를 보면서 공부를 하게 했더니 지식들이 모두 ‘선조체’라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원래 정상적으로는 선조체가 아니라 ‘해마’로 가야 한다. 정보를 기억으로 만드는 곳이 ‘해마’이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이 기억력을 낮춘다는 사실은 빼박이다.


분명 별 것 아닌데.. 왜 이렇게 열불 나지?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치명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 남았다. 바로 인내심을 잃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기본적으로 A라는 작업에서 B라는 작업으로 의식 초점을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초점을 바꿀 때 우리의 뇌는 포도당을 태운다.  중요한 건 무언가에 집중할 때도 포도당을 태운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집중할 때 쓸 포도당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한, 쉴 새 없이 초점을 이동하고 새로운 것에 집중하려 애쓰다 보면 ‘포도당’이라는 연료가 금방 바닥날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린 금방 지치게 된다. 뇌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계속해서 주의를 옮기다 보면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걸 해야 되나? 저걸 해야 되나?’란 생각에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쌓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안 때문에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이 과다해지면? 공격적이게 되고 충동성이 높아진다. 결국 멀티태스킹을 하려다 과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일이 과도하게 몰려서 예민해진 적은 없는가? 나는 바빠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에 괜히 열불 났던 적은 없는가? 평소였다면 별생각 없이 넘어갔을 행동들이 유독 예민하게 느껴지던 경험들은 대부분 과도한 일, 그리고 멀티태스킹과 뗄 수 없다.


효율은 ‘멀티’가 아니라 ‘몰입’에 있다. 

 

 MIT의 얼 밀러 교수는 “자신이 멀티태스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잘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건 빨리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몰입’에 있다. 실제로 하나의 일에 몰두하다 보면 막상 생각보다 시간이 남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몰입을 통해 일을 효율적으로 끝내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일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몰입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 활용하기 순서(프로세스맵)

 우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죽 적는다. 이때 하나하나 순서를 생각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적는 걸 추천한다. 다 적었으면, 이제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본다. 주로, 긴급하면서 중요한 일부터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 순서로 등급을 매기면 된다.(아래 긴급/중요도 매트릭스를 참고용으로 보면 좋다.)

우선순위 매기기에 도움되는 긴급/중요도 매트릭스와 그 기준

 마지막으로, 오전에 할 일과 오후에 할 일을 나눈다. 이렇게 하면 순서대로 하기로 약속한 일들을 하나씩 몰입해가면서 해내면 된다.

완성된 체크리스트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니 차라리 그냥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뭘 해야 할지 알고 시작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서울에서 온갖 갈림길을 지나야 하는 시골집까지 가는데 내비게이션을 보지 않고 간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투자하는 잠시의 시간(해봤자 10분 이내!)은 높은 효율과 만족감으로 보답해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멀티보다 몰입을, 무계획보단 계획을 하며 살아보는 건 어떨까 조심스레 권유해본다.


**참고하면 좋을 책이나 자료 :

1. [인스타 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

2. [정리하는 뇌] - 대니얼 J. 레비틴

3. [생각을 정리해서 쉽게 일하기 #7] - 글쓰는 테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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