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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zu Aug 03. 2019

[Art&Space] 뮤지엄 산과 제임스 터렐


 천 원으로 빈 방 안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인가? 답은 양초라고 한다. 양초에 불을 붙이면 방 안이 빛으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빛은 사물을 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동시에 빛은 무한정으로 뻗어나가며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다. 빛은 공간의 시간을 나타내고 그 영역을 확장하거나 축소시킨다. 그러나 빛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사물에 반사되는 것으로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제임스 터렐은 빛 그 자체에 주목하는 예술가이다. 터렐의 빛은 투사된 공간에 경계를 만들거나 없애며 존재를 증명하곤 한다.


CIMARRON, 2014, ⓒ museum san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영구 설치된 미술관이다. 관람의 시작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손으로 벽을 더듬어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붉은빛이 만들어 내는 빛의 경계가 보인다. 어둠은 심리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빛은 허공에서 그 형태를 온전히 드러낸다. 관람객은 터렐이 만든 가상공간 안에서 빛을 인지하는 지각 과정을 통해 몰입하게 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공간을 보며 관람객의 초점은 외부의 공간에서 내면으로 이동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세계에서 다른 공간으로 온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새로운 공간으로의 확장은 인간의 본질적인 경험 제공을 극대화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경험이란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가 명상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빛으로 차있으면서도 허와 공인 그의 작품들은 존재와 부재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종교적 경험을 제공한다.


SPACE-DIVISION, 2014, ⓒ museum san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인간의 체험을 중시한다. 그는 마크 로스코가 색을 통해 보여주었던 인간 존재를 관철하는 숭고미를 갖추고 있다. 또한 그를 넘어 빛을 통해 유동적인 3차원 공간의 구현과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더한다. 빛으로 가득한 명상의 세계, 제임스 터렐이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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