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과 체험이 위주가 된 특별한 건축물
건축은 명료한 사고를 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몸과 감각에 매개하며 구현된다. 건축은 감성을 조형적으로 구현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세계와 직면하게 만들고 소통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Jewish Museum Berlin은 감각을 통해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사건을 대면하게 한다.
이 Museum은 채움이 아닌 허공과 부재, 어둠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메를로 퐁티는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깊이가 우리의 몸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Jewish Museum Berlin 역시 Void를 통해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만지는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관람객들은 몸을 통해 Void라는 부재의 존재를 경험하며 유대인들이 겪어야 했던 공포와 비극을 함께 나눈다. Void와 함께 이 Museum은 어둠이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몽상에 빠지거나 연인과 키스를 할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강력한 감정을 경험할 때 시각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어둠은 본질적이다. 시각을 무디게 하고, 깊이와 거리를 모호하게 하면서 촉각적 공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Holocaust Void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있어도 우리의 몸을 둘러싼 한기와 끝없는 침묵, 그리고 그 위로 비춰지는 한 줄기 빛을 느낄 수 있다. The Memory Void에서는 촉각뿐만 아니라 금속의 청각적인 효과까지 더해져 더욱 극단적인 몸의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은 빛으로 가득한 museum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감각적 체험을 통해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던 시간으로 가게 된다. 관람객은 쇳덩이의 얼굴 형상을 밟아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번 고통을 주는 듯한 체험을 통해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the garden of exile에서는 하늘로 트여 언뜻 자유로운 기분으로 탈출구를 찾지만 결국 다시 지하의 어둠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음을 경험하며 베를린에서 학살을 피해 도피에 성공해 자유를 찾은 듯 하나 실은 망명에 불과했던 유대인들의 씁쓸한 기억을 나누게 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장소의 혼’이란 불변하는 것으로 역사의 상처는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 하나의 기념물로 줄일 수 없다고 보았다. 그가 추구하는 장소성은 시간과 기억에 담긴 부재하는 것들의 형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비가시적인 것의 가시를 빛과 어둠, 재료, 그리고 관람객의 몸을 통해 형성한다. 이로써 관람객들은 유대인들의 주관적인 체험을 자신의 몸과 감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Jewish museum Berlin은 이런 방법으로 시간과 장소를 통합하고 있다.